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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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 아무것도 아닌 것
- 우리 안의 천사
- 영영, 여름
- 밤의 대관람차
- 서랍 속의 집
- 안 나
- 해설 (공허와 함께 안에서 밀고 가기 - 백지은)

 

 

                                            

가을은 단편의 계절이다.
찾게 되는 소설이 단편이기도 하고, 기다리던 작가들의 출간 소식도 단편집이 많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정이현의 단편집이다.
약 2년간의 단편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시대를 읽어내는 소설가 정이현.
그녀의 책 <달콤한 나의 도시>가 기억에 남아 있다.
20대 중반, 복학해서 새로운 꿈으로 부푼 그때 만난 정이현은 졸업 후의 현실을 상상해볼 수 있게 했다. 사랑과 우정, 남과 여라는 성별을 떠나서 느끼는 그때의 무엇.
<달콤한 나의 도시>이후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난 소설 속의 오은수만큼 나이를 먹었고, (아직 두 살 부족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팍팍하다 싶은 느낌을 넘어 살아있는 지옥이란 소리가 어색하지 않다.
수저 계급론이 탄생했고, 다양한 수저들 속에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흙 수저임을 밝히며
꿈과 희망보단, 좌절과 포기에 더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은...)

그리고 만난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 다양한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서 느낀 현실은 '여전히 힘듦'이다 막 30대가 된 우리들도, 20대인 그들도 힘들지만...
40대가 가까워진 그들의 세상 역시 무심함이 가득하다.

소설을 소설뿐이라며, 미래는 만들어 가기 나름이라는 패기가 있던 20대의 나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무심함'으로 하루하루 물들고 있다.
무엇이 먼저냐는 논란보다 어떻게 해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하루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흔들리며 겨우 숨만 쉬며 살아간다는 회의감.

정이현이 그려내는 소설의 나이테는 나보다 15년 정도 앞선다.
각각의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미래의 시간들을 현재로 가져와 차곡차곡 쌓아둔다.
시간이 흘러 내가 그 나이쯤 되었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으로...

10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10년 후의 나 역시 그럴 거다.
나에게 정이현의 소설은 오지 않은 시간의 상자다.
같은 세상, 같은 시간 속에서 나이라는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타임머신...
그 마법에 무심함을 훌훌 날려버릴 힘을 가질 수 있게 한다.

10년 전과 같은 패기는 없지만, 그때 보다 10년이란 경험치가 쌓여 있다는 것.
그 경험이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힘이 되어 오늘도, 내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에서 <상냥한 웃음의 시대>를 꿈꾼다.

10년 후에 펼쳐보면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번 주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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