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의 머나먼 길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68
실라 번포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첫째. 나는 '충직하다'는 말의 뜻을 잘못 알고 있었다. 충직하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헌신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루아스가 주인을 찾아 길을 나서기로 했을 때 그것은 신념의 문제가 된다. 신념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험한 길을, 괴로움을, 희생을 감내할 수 있다. 그리고 믿음과 존중이 충직함의 원동력이 된다. 루아스는 고결한 개다. 책을 읽는 동안 루아스를 대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둘째. 나는 우정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인 줄은 알았지만, '존중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정확한 설명을 하나 얻었다. 우정이란 가장 뒤처진 친구의 보폭으로 함께 걷는 것이다. 늙은 불테리어 보저가 지치고 다쳤을 때, 친구들은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인다. 냉정한 샴 고양이 타오조차 사냥한 먹이를 보저 코앞에 갖다 준다. 생색도 없고, 인사도 없다. 밤이면 보저 곁으로 모여 체온을 나누고 잔다.


셋째. 어쩌면 이 점이 제일 중요한데, 나는 대사가 없는 동화책은 읽는 재미가 덜하다고 오해해왔다. 이 책의 동물들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행동을 묘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극적인 서사를 진행한다. 그런데도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그 동물의 움직임에 집중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책에 삽화가 없는 것도 그래서 더 좋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었다. 글솜씨가 부족해 매력을 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직접 읽을 친구들 방해도 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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