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박승우
나무 등에
업혀서도 운다
나뭇잎 품에
안겨서도 운다
이래도 울고
저래도 운다
귀뚜라미 우니
그제야 그친다
열세 살 소녀가 이 시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 시다.
이유를 물어놓고 나는 '계절이 지나가는 게 잘 느껴진다고?'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소녀의 답은 이랬다.
나무는 아빠 같고요, 나뭇잎은 엄마 같아요.
저는 매미고, 귀뚜라미는 제 동생이고요.
소녀는 아빠와 떨어져 엄마랑 동생이랑 산다.
예쁘고, 잘 웃고, 동생을 귀찮아하는 걸 그다지 숨기지 않는다.
속으로는 이렇게 의젓한 누나이면서.
그런 누나의 마음으로 이 시를 다시 읽는다.
시는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내가 이 마음을 잊고 살까 봐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