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박명욱 지음 / 그린비 / 2004년 2월
평점 :
제목이 시사하는 바대로, 시대와 조우하지 못한 천재 예술가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출판사에서 출판 기획 일을 하다가 지금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 박명욱은, 모르긴 몰라도 굉장한 에너지로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있을 사람이다. 적어도 내가 소화한 그의 문장들은 하나같이, 찐득찐득하다. 지성과 감성이 범벅이 되어 우리를 공격한다. 우리, 그러니까 작가와 독자. 그가 소개하는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을, 그렇게 시대에게 이해받지 못한 상태로 떠나 보낸 우리를.
작가는 '(예술가들이) 세계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무덤에서 줄줄이 불려 나와 자신들이 지난한 삶과 예술의 역정이 흉하고 볼품없는 짧은 글 속에 구겨지는 수모를 겪었다' 라고 겸손하게 쓰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문장 한 문장의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다. 때로 작가가 너무 많이 갔다 싶을 때가 있는데 내 생각엔 작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어서 내버려 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심한 것도 봐 줄 수 있다.
그가 소개하는 예술가들은 다음과 같다 :
파졸리니, 안토니오 가우디, 실비아 플라스, 에릭 사티, 스티글리츠, 다자이 오사무, 캐테 콜비츠, 블레즈 상드라르, 콘스탄틴 브랑쿠시, 다이안 아버스, 모리스 위트릴로, 구스타프 클림트, 발르라프 나진스키, 루이 페르디낭 셀린, 로버트 카파, 히에로니무스 보슈.
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엔 하나 둘 셋 넷 다섯 명을 알았고, 책을 읽다 보니 그 사람이 이 사람이었구나 하는 사람이 하나 둘 세 명이었다. 나머지는 정말 생소했고 그리고 실은 다 잘은 모르겠다. 으으으으음....-_-.
그러나 이 부분만큼은 다음 인물로 넘어가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
영화 라임 라이트에서, 잊혀지고 한물 간 왕년의 대희극 배우로 분한 찰리 채플린이, 가난과 무명과 기회 없음을 슬퍼하며 자꾸 죽으려고만 하는, 아래층에 사는 한 젊고 아름다운 발레리나에게 한 말처럼, 언젠가는 우리를 찾아올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삶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비아 플라스에 관한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