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은 이제 그만!』의 바질과 엄마 사이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다. 엄마는 바질이 책벌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바질은 책이라면 질색이다.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잠자코 있을 뿐이다. 그런데 모처럼 단둘이 외출한 날마저 엄마가 책 박람회로 자신을 데려가자 바질은 폭발하고 만다. 공공장소에서 창피를 당한 엄마는 엄마대로 화가 난다. ‘엄마와 바질이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날, 의외로 토론이 길어졌다.
“엄마는 무조건 바질이 책을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인 것 같아요.”
“외출할 때도 미리 얘기해줬어야죠. 엄마가 사과해야 돼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싫으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책 말고 다른 장난감을 사 달라고 했어야죠.”
“책 박람회 가기 전에 미리 얘기해야지, 가서 울고불고 한 건 잘못했어요.”
팽팽하던 토론은 예진이의 한 마디로 정리 되었다.
“그런데 바질이 엄마한테 얘기했어도, 말대꾸한다고 안 들어줬을지도 몰라요.”
잠자코 있으면 오해가 생기고, 의견을 말하면 말대꾸가 된다. 진퇴양난(!)의 열 살이다.
『도대체 엄마 아빠는 왜 그럴까?』는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아빠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만큼 부모에 대한 짓궂은 농담으로 가득하다. 부모는 놀라운 초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속일 수 없다거나, 자식이 위험에 빠지면 1초 만에 괴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가벼운 농담일 뿐이다. 그 괴물의 화염이 “당장 네 방 정리해!” 하고 자식을 향할 수도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여러분을 왕짜증나게 해도 걱정하지 말란다. 이유는? 어느 집이나 다 똑같으니까. 같이 읽던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리곤 와르르 불만을 쏟아낸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빨리 좀 해라’예요. 어디 갈 때요, 출발하면서부터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래요.” 예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은이가 거든다. “학원 갔다 온 날은 엄청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밥 먹고 좀 쉬었다가 숙제하려고 그러는데, 엄마는 꼭 숙제부터 하고 쉬라고 해요. 근데 숙제는 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평소에 숙제에 불만이 많은 지훈이는 “어려운 숙제 있는 날 숙제부터 하라고 그러면 진짜 막, 눈물 날 것 같아요.” 한다. 시끄러운 교실을 정리하려고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이 잔소리하시면 기분이 어때?” “짜증나요!” 미리 짠 것처럼 네 음절을 동시에 외치고는 저희도 킥킥 웃는다.
그런데 아무리 잔소리가 듣기 싫다 해도 『잔소리 없는 날』의 푸셀은 좀 심했다는 것이 여러 어린이의 의견이다. 간섭 많은 부모에게 ‘잔소리 없는 하루’를 제안해 허락받은 푸셀이 수업을 땡땡이치고, 멋대로 파티를 계획하고, 낯선 사람-심지어 술 취한 아저씨-를 초대하는 모습이 영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어린이들도 부모 편을 든다.
“얘네 부모님은 되게 약속을 잘 지키시네요. 나 같으면 당장 취소야! 할 텐데.”
“제가 푸셀이었다면 그렇게 위험한 일은 안 할 거예요. 그냥 늦잠 자고, 학교는 가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밖에서 놀고.”
“맞아요. 어차피 숙제 같은 건 엄마가 잔소리 안 해도 해야 돼요.”
그러고 보니 이 책들이 부모에게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잔소리’ 없이.
+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해요
말하는 까만 돌 (김혜연 장편동화, 허구 그림, 비룡소)
사고로 엄마를 잃은 지호는 사고 이후 실어증에 걸린 아빠와 적막한 삶을 살아간다. 우연히 갖게 된 ‘말하는 까만 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지호는 차차 마음의 무게를 덜어가고, 마침내 아빠도 죄책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아이도 부모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동 깊게 그려낸 작품으로, 부모가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 비룡소 북클럽 부모님 소식지 <비버맘> 3학년 / 2016년 여름에 쓴 것
* 물론 가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