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흙으로 척척 빚어 사람을 만든 하느님이 지금은 송편 하나를 어쩌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얼굴에도 팔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들 예수도 재주 없기는 아버지를 닮았는지, 할머니가 친절히 알려주는데도 멋쩍어 얼굴을 붉힌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은 오순도순 사람 사는 정에 가슴이 더워지고, “원래 심보 나쁜 사람은, 송편 빚어 놓으면 그렇게 못생겼단다.” 하는 할머니 핀잔에 눈물이 핑 돈다. 그래, 내가 못나서 사람을 못나게 빚은 걸 누굴 탓하겠냐, 그래, 내가 미안하다 하시겠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의 삽화는 사실 예술적이기보다는 통속적인 그림에 가깝다. 90년대 초반 동네 서점 어린이 책 코너를 휩쓴 ‘소년소녀 명랑 소설’ 그림이 그랬듯, 특별한 기법 없이 단순하고 재미있게 그려진데다 모든 면에 그림이 들어간다. 딱 만화 같다. 이런 그림의 강점은 만만함이다. 하긴 하느님이 우리 곁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산다는 이야기인데 그림이 세련되면 못나 보이고 비장하면 민망했을 것이다. 할 줄 아는 일은 없으면서 툭하면 울고 떼쓰는 천덕꾸러기 하느님, 어둡고 축축한 지하 셋방에서 앓으며 에어컨 있는 아파트에 사는 꿈을 꾸는 하느님 이야기는 세속적이고 평범한 그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나는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그림보다 더 좋은 삽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아직 통일이 안 되었으니 아직 이 땅에 계실 텐데, 지난 한가위에 하느님은 어디서 송편을 빚으셨을까.
* 계간 『창비어린이』 2014년 겨울호에 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