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응교 선생님의 밀양과 이청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늦게 들어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강의를 마친 이응교 선생님이 "맨 뒤 남자분, 밀양보셨어요? 한 말씀 해주세요." 라고 말을 건낸다. 매번 잘도 찍히는 얼굴이다. 어디 갔다하면 질문 당하니 이젠 뭐 익숙하다. 강의 잘 듣고 있으면 눈 마주쳐서, 앞에 앉으면 앞에 앉아서, 질문할까 책에 고개 쳐박고 있으면 '거기 고개 숙인 남자 분~~~' ...
난 줄 알면서 짐짓 놀란척 "저요??" , "네(^^)"
"영화 볼 때 느꼈던 막연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오늘 강의 듣고 내가 느낀 그 무언가가 오늘 강의 내용과 비슷한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밀양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은 교인들의 광적인 예배 모습과 폭력적 전도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 되는게 기뻤어요. '사람들이 미친거 같애...'라고 매번 생각하면서 그 주변을 맴도는 제 모습도 생각해 봤고, 자기 확신에 찬 신자들이 밀양을 통해 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쳐지는지 알게 될 테니 그것도 고소했고요...."
말과 글이 다르니 이해를 위해 첨언을 한 문장이지만 어쨌든 저런 이야기를 했다.
속이 시원했다고 할까... 그 자리엔 아마도 전부 개신교 신자로 추측되지만 그래도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고맙게도 내 말에 귀기울여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식사도 같이했는데 이응교 선생님과 마주않아서 이런 저런 예기 참 많이도 한거 같다.
함께 자리한 분 중에 장신대에서 공부하는 분도 계셨는데 내가 종교로 방황하는 줄 아시고는 본인의 경험담과 어떤 격려를 하시길래 (지금의)나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특정시기의 방황이 아닌 지금의 상태, 라고 대답을 해줬는데 그 의미가 전달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돌아가는 길에 그 신학생과 같이 갔는데 우리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다음날 그 분에게 어제 간과했던 사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 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렇게 또 친구를 만나는구나, 하고 기쁜 맘에 언제고 또 만나요~, 하고 답문을 보냈다.
하수구의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에 비치는 햇살. 신의 은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하셨던 이응교 시인의 마지막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도 모태신앙이다라고 굳이 소개를 하는 나는 좀 웃겼던 것 같다. 신앙이랄 것도 없이 그냥 교회에 다니기만 하면서 스스로를 모태신앙이라 소개하다니... (그냥 다니면 다행이지 부정하며 다니는 주제에)
모태신앙=모태에서만 신앙(아!!)
아 그래도 나는 유신론자다. 신은 있지 않을까? 다만 알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