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부처를 일으켜 세우고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기 기만으로 덧칠해진 삶, 온갖 허위의식을 아프게 깨우쳐주는 밝은 눈을 뜨고 세상을 살기란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진리란 한달음에 목적지에 이르고 싶은 우리에게 얼마나 거추장스런 걸림돌인가. 하여, 우리는 진리를, 부처를 마주보기를 꺼려 그 얼굴을 흙 속에 묻어놓고, 쉽고 편하고 빠른 길로만 달리려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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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쯤 지난후에 상자를 뜯어보니 사과는 반나마 썩어 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 갈색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 봤지만 살이 깊게 팬 사과들은 제 모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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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세 가지 길밖에 없대. 달아나든가, 방관하든가, 부딪치는 것. 하지만 방관하는 게 더는 허용되지 않을 때가 오지. 그러면 달아나거나 부딪치는 수밖에.

-이혜경 '문밖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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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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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서운 거야. 죽음의 순간이란 말이지, 칠흙같이 어둡고 거대한 공간에서 꼭 내 머리만한 돌이 내 면상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그런거야. 피할 수 없어... 내 면상이 깨어지는 토마토처럼 터져서 사방으로 튀겠지. 그게 죽음이야. 칠흙같은 암흑, 지푸라기 하나 잡을 데 없는 무한함,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충돌. 그런데도 차라리 그 돌을 맞고 터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사는게 습관이 되는 것처럼 죽는 것도 습관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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