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자유와 서로에 대한 무소유 속에서 함께 사는 것이라고, 사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이며 자유라고.....

아, 누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아마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인생을 꿰뚫은 성자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사랑이란 결국 갖고 싶은 것이며, 구속하는 것이며, 또 갈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싫다면 사랑을 포기해야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헤어진다는 것은-

서로 다른 노선의 전철에 각자의 몸을 싣는 것이다.

스칠 수는 있어도, 만날 수는 없다.  

#2.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그들만의 야구인거야
우승을 목표로 달리던 다른 팀들로서는 도저히 완성할 수 없는.‘그저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3. 1할 2푼 5리의 승률로, 나는 살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라고도, 나는 말할 수 있다. 함정에 빠져 비교만 않는다면, 꽤나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뭐 어때, 늘 언제나 맴맴맴.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작가의 말 某月某日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말을 해주면 고치겠노라고 사정하는 여자의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더듬더듬 말했다.

그냥. 퇴근을 하고 갔는데, 여자 슬리퍼 하나, 남자 슬리퍼 하나, 여자 구두 하나가 일년 내내 그 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는 게 무서워서. 그 옆에 내 구두를 벗어놓기 무서워서. 하나둘씩 늘어나는 세간도 무섭고, 그것들이 반짝반짝 윤을 내는 것도 무섭고. -소멸中 

#2. 가설랑은 다시 안 올라요. 암만 존 시상을 준다개도 나는 싫어라. 이녘 각시로도 싫어라. 무정한 이녘이 싫어서는 아니고라. 이만허먼 됐소. 말로는 못해도라, 나는 알 것만 같그만이라. 생명이란 것의 애달븐 운멩을 말이어라. 헥멩도 뭣도 아니고라. 생명은 말이고라, 살아봉게 애달프요. 짠허고 애달프요. 긍게 우리, 허공중에 산산이 흩어져, 생명 가진 잡초로도 말고라, 사램으로도 말고라, 뵈도 않는 먼지 같은 것으로나 날라먼 나서 말이어라, 슬픔도 없이 기쁨도 없이, 여그저그 떠돔시로나, 암것에도 맘 주지 말고 말이어라, 시시허게 고로코롬이나 살아볼라먼 살아보등가요. 벹이 좋소. 짜울짜울, 나도 잠이 와라. 안 깻으먼 좋겄소. 이냥 이대로 봄벹 속에 잠을 잠시로 다시는········   

#3. 살아봉게 말이어라. 시간은 앞으로만 흘르는 것이 아니고라. 멫살부텀이었능가는 몰라도라. 옛 기억들이 시방의 시간 속으로 흘러들어서라, 앞도 뒤도 읎이, 말하자먼 제 꼬리를 문 뱀맹키 말이어라.나는 말이어라. 갇힌 시간 속에서 살아온 날의 기억을 되씹는 한 마리 소가 된 것맹키어라. 이럴 중 알았으먼 말이어라, 날 서고 아픈 기억 말고라, 되새기기 좋게, 되새기먼 함박웃음이나 벙글어지는 말랑말랑 보들보들, 그런 기억이나 맹글어서라, 요리 벹 좋은 날에 벹 속에 나앉아 따독따독 이뻔 기억이나 따독임시로 따순 아지랑이로나 모락모락 피어올라 이승과 작별했으먼 안 좋았겄소이. 누군들 그리 살고 싶지 않았겄어라. 그리 살고 싶어도 안되는 것이 시상지사(世上之事)지라. -세월中 

#4. 어려서는 하늘만 우러렀으나 나이드니 발밑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남은 물론이거니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나의 실수, 나의 못남조차 애처롭다. 사람이란 기대어 사는 것이라고 스무살이나 어린 제자가 알려주었다. 모두 다 아는 것을 나는 몰랐다. 기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은 나를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고기가 자유롭게 바다를 누빌 수 있는 것은 부레 덕분이다. 부레는 빈 공간에 불과하다. 그 비어 있음이 자유를 가능케 하고 세상을 품게 한다. 비어 있어야 남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을 마흔 훌쩍 넘어서 알았으니 죽기 전에 소설은 관두고 인간 노릇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낮에는 태양빛에 가려 존재조차 희미하고, 때로는 달빛에 가리고, 그러던 어느 달없는 밤, 외로운 누군가의 앞을 밝혀주는 산골 마을의 희미한 가로등이면 어떠랴. 그 순간 외로운 누군가에게는 태양보다 소중한 빛이 아닌가.
기댄 바 없다고 생각했으나 돌이켜보니 무수한 것에 기대어 살아왔다. 제대로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한 지금으로서는, 더 높이 날든, 더 낮게 기든, 지금보다는 나아지기 위해 노력은 해보겠노라고, 감사의 말을 대신할 수 있을 뿐이다.
-작가의 말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기꺼이 잔인해질 수 있다.
헤어지던 날은 비가 왔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레밍은 물기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괜찮다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비참한 포즈로 애원하다 지난 일을 두서없이 이야기하며 추억을 상기시키려 했다. 내가 레밍에게 바란 것은 하나였다. 경원을 담뿍 담은 목소리로 '나쁜 년'이라고 내뱉어 줘. 이 고역스러운 순간이 끝나고 '그 남자'에게 달려가게 해줘. 하지만 레밍은 그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후회했다. 그냥 도망쳐 버릴 걸 그랬다고. 이렇게 자책감을 들쑤시는 시간을 견디느니 이별 선언조차 없이 도망쳐 버릴 걸 그랬다고. 20대 초반, 나는 무책임했고 내 감정 외에는 무관심했다. 
 

#2. 그는 내게 자신을 사랑하느냐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명징했다. 스스로의 감정에는 특히 더.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싫어하는지, 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미워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조차 몰랐으면서. 
   

#3. 우리는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 달랐다. 이를테면 둘 다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치킨 집에 간다. 여기까지는 같다. 둘 다 양념구이가 아니라 프라이드를 먹고 싶어 한다. 여기까지도 같다. 하지만 레밍은 몸통만 먹고 나는 다리와 날개만 먹는다. 우리는 먹고 싶은 부위를 나누거나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남녀 관계에는 '같으면서 다를' 필요성이 존재한다. 치킨이 아니라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시에 시작하지 않고 동시에 끝나지 않기에 사랑은 잔인하다.

같은 회전판 위의 목마에서 함께 즐거워했을지라도 폐장시간에 나란히 손잡고 퇴장할 수 있는 사랑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연인이 덜 상처받는 이별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별을 결심했다면 톱질하지 말고 단칼에 베어버려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덜렁거리지 않게, 너덜거리지 않게, 그것이 목을 베는 망나니가 베풀어야 하는 자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