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 - 변화와 혁신의 천 년 역사
이노우에 고이치 지음, 이경덕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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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모습을 바꿨다.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의 흥망사!

 
"우리는 보통 로마제국의 멸망이나 로마 문명의 멸망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4-5세기의 '게르만족의 침입'이나 '로마제국의 동서 분열', '서로마제국의 멸망'이라는 사건을 떠올리지 1,000년 후인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언제 멸망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엄밀한 대답은 1453년 5월 29일이다"(14).

'비잔틴제국'이라는 말은 후대에 역사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비잔틴 제국은 동서로 분열된 로마 제국 중 동로마제국을 가리킨다. 비잔틴제국은, 고대 로마 제국이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으로 서방의 판도를 잃었을 때, 콘스탄티누스 1세가 그리스 식민지인 비잔티온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콘스탄티노플'이라 명명한 제2의 로마 수도를 세운 뒤, 이곳을 중심으로 1,000년에 걸쳐 존속한 제국이다. 초대 황제인 아우쿠스투스 이후 로마 황제의 칭호는 끊임없이 계승되었고, 비잔틴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까지 이어졌다. 그의 죽음으로 로마 황제의 계승자는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므로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 제국>의 저자 이노우에 고이치는 고대 로마의 멸망은 사실상 비잔틴제국이 멸당한 1453년임을 환기시킨다. 이 책의 제목처럼 비잔틴제국은 '살아남은 로마'인 것이다. 

 
"비잔틴제국의 역사는 단순히 고대 로마제국 이후의 쇠퇴 과정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비잔틴제국의 1,000년의 역사를 독자적인 문명을 가진 새로운 국가의 생성, 발전, 쇠망의 역사로서 고찰하려고 한다"(15).

이 책은 비잔틴제국이 '살아남은 로마'로서 고대 로마의 명백을 잇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비잔틴제국은 로마제국과 구별되는 전혀 다른 나라이었음을 논증한다. 고대 로마제국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 것이 바로 '비잔틴제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로마제국의 쇠망사 안에 포함된 비잔틴제국의 역사가 아니라, 그것과 구별되는 비잔틴제국의 1,000년의 역사를 살폈다.  

 
"세계의 역사에서 1,000년 이상 존속한 국가는 별로 없다. 비잔틴 제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 지역으로 많은 민족이 오고가는 '문명의 십자로'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른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와 경쟁하면서도 비잔틴 제국은 1,0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역사의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이다"(19).

저자가 비잔틴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1,000년에 걸친 존속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데 있다. 저자는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주위 여러 국가가 흥망을 거듭하는 사이에 비잔틴 제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비잔틴제국 1,000년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비잔틴제국의 흥망사를 살피고 있는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의 논점을 정리하자면, 비잔틴제국이 1,00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그리스도교와 결합한 로마라는 이념이다. 로마라는 이념과 그리스도교가 융합하며 정신적인 면에서 1,000년의 역사를 지탱해왔다는 것이다. "'로마'라는 의식은 비잔틴제국을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였던 '로마'의 의식만으로는 제국 존망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민족의 멸망 위기 속에서 일어난 유대교, 그것을 계승한 그리스도교가 '로마' 의식과 결부되면서 수도를 상실한 비잔틴제국의 존손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216-217). 저자는 '로마'라는 의식을 가지면서, 특별히 정책적인 면과 법률적인 측면에서 그리스도교의 영향이 확실히 드러나는 비잔틴제국의 '유연성'에 주목한다.

둘째는 실용주의라 부를 수 있는 '열린 사회'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일개 농민에서 제국의 최고 지위까지 올라간 예는 그 이후에도 몇 차례나 있었다. 비잔틴제국은 혈통이나 집안의 배경과 관계없이 실력과 운이 있으면 황제가 될 수 있는 열린 사회였다. 이것 역시 비잔틴제국이 지닌 활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였다"(78). 저자는 비잔틴제국이 열린 사회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특별히 여성의 지위에 관심을 갖는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하여 비잔틴제국의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았음을 입증한다.

셋째는 '새로운 로마'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이다. "콘스탄티노플의 사람들은 영원한 도시였던 로마의 함락을 보면서 자신들의 도시야말로 '새로운 로마'이며 로마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74). 이로써 '로마'라는 이름과 이념을 계승하면서도, 로마제국의 유산을 버리고 새로운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높은 교육 수준과 지식인의 역할도 꼽을 수 있다. 이것은 비잔틴제국의 생성과 발전과 쇠망이라는 흥망사를 읽으며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독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인 경우에도 표면적으로는 제국의 전통과 이념을 존중했다. 비잔틴 제국이 1,00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것처럼 그들은 어디까지 이념대로 갈 수 있을까, 어디쯤에서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할까, 이념을 그대로 두고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각 시기마다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 위기에 대응하고 변해가는 것, 다시 말해 혁신이야말로 제국 존손을 위한 참된 조건이었던 것이다"(246).

이 책의 저자는 비잔틴제국이 1,00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한마디로 '혁신'이라고 정리한다. 로마제국이 비잔틴제국으로 변화한 이유는 심각한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고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로마'라는 정통적인 이데올리기를 유지하면서도, 위기에 대응하는 그들의 '유연성'이 비잔틴제국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보수성과 유연성, 비잔틴 제국 1,000년의 역사는 표면적인 이념인 '로마'를 지키면서 계속해서 밀려오는 안팎의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살아남은 역사였다"(22).

 
이 책은 '비잔틴제국'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애정이 진하게 뭍어난다. 상당히 '감성적인 역사책'이라는 느낌은 아마도 저자의 그러한 애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서적이면서도 어딘지 허술해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러한 애정에 입각한 저자의 추측성 해석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민족이 오고가는 '문명의 십자로'에 위치한 비잔틴제국의 혁신과 유연성이 '1,000년의 역사'라는 기적을 낳았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할 때 그들의 지정학적인 요구가 벌써 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비잔틴제국은 지리적으로 그러한 특수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말이다. 그들은 지리적으로 이미 안정, 보수화, 폐쇄 상황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문별이 교차되는 항구 도시는 항구 도시로서의 공동적인 특수성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멸망하고 마는 것은 어느 문명,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럽 중심적인 사관에서 볼 때, 비잔틴제국은 "아랍과 투르크로부터 유럽을 지키는 방파제였으며,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를 보존하고 유럽으로 전해 르네상스에 공헌하고, 그리스 정교와 문자를 동구의 슬라브계 여러 민족에게 전파해 그들이 문명을 건설하는 데 기초를 만들어주었다"(241)는 데 의미를 둔다. <살아남은 역사, 비잔틴제국>은 이러한 서구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나름의 독자적인 비잔틴역사에 대한 견해를 세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집필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비잔틴제국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서구 중심의 사관을 벗어난 독자적인 역사적 견해라고 하기에는 결론적으로 차별화된 논지를 세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비잔틴제국에 대한 역사적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 '비잔틴제국'의 자리를 찾아주려 애쓴 저자의 애정에 이 책의 의의를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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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
김흥길 지음 / 물푸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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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10).

 
얼마 전, 엄마(어머니라는 호칭은 거리감이 느껴져서)를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아버지가 미국에 다녀오시는 동안 혼자 텅빈 집을 지키셔야 하는 엄마를 위해 특별 휴가를 얻어 다녀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엄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성산일출봉에 오르며 무심히 내뱉는 엄마의 말에서,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전에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올랐다는 엄마는 "내가 다시 이곳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을까"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나는 그제야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제주도를 여행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과 오늘의 여행이 겹쳐지면서, 세월의 무상함이 쓸쓸하고 다시 또 이곳을 여행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노년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즐겁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왜 그리 쓸쓸한 생각만 하시냐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나도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쓸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좋은 것들, 감사한 것들을 계속해서 꼽아보았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행복하기로 작정하면 행복해지지만, 행복하기로 작정하지 않으면 충분히 행복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환경이 주는 행복은 수명이 짧다. 외부적인 환경에 기댄 행복한 느낌, 행복한 기분은 얼마나 순간적인가.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행복하기로 작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행복하기로 작정을 하면,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한 기분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지자'라고 작정을 하면, 책상 위에 놓여진 향긋한 커피 한 잔,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 예쁜 볼펜과 메모지 한 장에도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벅찬 행복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는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 스스로 질문해보도록 여유를 주는 마음의 여백 같은 책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꼭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작고 귀여운 초록잎을 가진 세잎 클로버이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전된 듯 마음에 퍼져나가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이 책은 그때의 그런 울림을 모아놓은 지혜서라고 하고 싶다.
 


"욕심을 낼수록 행복하다"(143)

 욕심을 낼수록 행복하다.
무언가에 몰입하면
행복한 느낌을 만들어주는
호르몬들이 생겨난다.
열정을 제대로 알고,
열정과 더불어 살며,
열정을 즐겨라.

- 슈테판 클라인, <행복의 공식> 중에서 



이 세상에서 반드시 우리가 욕심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를 읽으니 행복에 욕심내는 욕심쟁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욕심내자!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가 알려주는 행복의 키워드는 다섯 가지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now), 생각대로(mind), 열정(passion), 가볍게 때로는 천천히(light & slowly), 더불어(together)"가 그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데에만 가치를 두어 오늘의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행복은 내 안에 있다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행복은 서로 나누는 사랑 속에 있다고, 그렇게 잠자고 있는 우리의 행복을 흔들어 깨워준다. 
 


"오늘 사랑한 만큼 행복이 차오른다"(46)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분의 사랑을 다 쓰는 것이다.
남기지 말고
고이게 하지도 말자.
여기저기 다 사용한 빈 가슴으로
자리에 눕자.
밤새 샘물처럼 차오를
새날 그리고 사랑. 

- 정용철, <오늘의 사랑> 중에서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택해!>를 읽으며, 새롭게 얻은 지혜는 이것이다. 행복은 바로 서로 나누는 사랑 속에 있다는 것! 나에게 집중된 이기적인 시각만으로는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리는 행복의 이유, 불행한 이유를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나 스스로도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물었을 때, 그것을 가늠하는 기준이 온통 '나' 중심이었다. "오늘 사랑한 만큼 행복이 차오른다"는 글은 무엇인가를 성취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끊임없이 퍼서 나눌 때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우물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행복은 자신 스스로가 짓는 것이다"(162)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 <탈무드> 중에서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를 읽으니 행복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쁨을 발견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마음을 지키고, 생각을 다스리는 능력말이다. 이 책은 행복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얻어지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갈고 닦고 연마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참 지혜는 행복한 인생의 비결을 깨우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많이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니라, 마땅히 품어야 할 생각을 품고, 길러야 할 마음을 기르고, 해야 할 일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곧 지혜이리라. 행복을 품고, 행복한 마음을 기르고, 행복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이제 지혜자인가? ^^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는 후다닥 읽어버리면 의미가 없는 책이다. '늘 곁에 두고 되새기고 싶은 행복한 구절'이라는 부제처럼, 마음에 두고 되새김을 해야 짧지만 긴 여운을 가진 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행복에 관한 글을 묶다 보니, 내용(메시지)이 좀 겹치는 것이 흠이다. 비슷비슷한 메시지가 많다. 그러나 행복의 비결을 일러주는 가르침인데, 잔소리 좀 들으면 어떠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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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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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상상력의 근원을 찾아서!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안데르센 동화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의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이야기 동양 신화>의 야심찬 선언이다. 어릴 적,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한 유행가의 가사 때문이었다. "끝없이 돌을 밀어올리는 시지푸스 외로운 삶처럼 살아온 것 같아"라고 노래하는데, 나는 노랫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교양으로라도 꼭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섭렵해야겠다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동양에도 이에 대적할 만한 신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동양 신화>를 만나기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중국의, 또는 동양의 옛 이야기라고 하면 고사성어에 담긴 유래 정도를 들어서 알고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전설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야기 동양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더불어 세계 신화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중국 신화, 곧 동양 신화"의 원형을 복원하여, 해석까지 곁들인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동양 신화>의 저자 정재서 교수님은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신화, 곧 동양 신화를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동양 신화를 읽는 일은 동양인의 존재와 사유의 뿌리를 탐구하는 작업이며, 동양 신화를 읽는 일은 우리 존재의 근원이자 의식의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양의 신화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범람하는 외래 상상력의 홍수 속에서 동양인, 아니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의 상상력은 과연 자유로운가?" 대단한 설득력이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며'만 읽고도 벌써 이 책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도 누가 들려주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재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 동양 신화>는 같은 내용을 다룬 견줄만한 다른 책이 없는 것도 물론이지만, 굉장히 재밌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정재서 교수님은 타고나 이야기꾼이다!!! 신기한 동양 신화의 매력 속으로 제대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 동양 신화>는 중국 고대 문헌의 원전 자료를 그대로 번역한 역서가 아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의 조각을 모아놓은 책도 아니다. 성서의 '창세기'를 연상케 하는 태초 이야기에서부터 총11장에 이르기까지 '신화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탁월한 '평'이 돋보이는 책이다. 중국 신화의 원형은 물론,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을 다시 서양이 것과 비교하여 서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서양의 것과의 이러한 비교는 동양 신화에 담긴 매력이 무엇인지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동양 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라는 연구 주제를 두고, 그것을 '읽어내는' 하나의 '관'(觀)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보가 풍부한 것도 큰 장점이다.

'동양의 것' 하면 곧 '중국의 것'으로 통하는 것이 괜히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동양 신화>는 중국 신화 속에는 중국 사람의 신화는 물론 동양 여러 민족의 신화도 함께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한국 신화와도 밀접한 상관 관계에 있다. "죽을 수는 있어도 굴복은 없다" 편에서 만난 '불굴의 영웅 치우와 황제의 전쟁 신화' 처럼, 붉은 악마의 투혼 속에 깃들어 있는 치우는 우리 민족에게도 친숙한 신이다.


"신화는 문화의 원형이다. 그래서 동양 신화를 읽으면 우리는 동양 문화의 원형을 알게 된다. 문화의 원형을 알게 되면 오늘의 문화 현상을 더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다"(13).

동양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재밌게 읽었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아직 친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는 이 뿌듯함은, 동양의 신화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역설하는 정재서 교수님께 제대로 설득당한 만족감일 것이다! 재밌다는 최고의 강점뿐만 아니라, 서양의 것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동양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것을 읽음으로 상상력의 확장과 사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레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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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후愛 - 위기의 부부를 위한 맞춤형 리얼 솔루션 MBC 사랑더하기
MBC 4주후애.사랑더하기 제작팀 엮음 / 물푸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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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태초부터 부부는 갈등의 관계였다!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신 완벽한 커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친구들끼리 점심 한 끼만 해결하려 해도 의견이 분분한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성인 남녀가 평생 서로 '네가 되고 내가 되어야' 하는 결혼생활에 어찌 갈등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생활이 결혼 전보다 훨씬 불행하다면 그것만큼 절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이혼. 개인의 행복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갈수록 이혼율은 더욱 급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불행한데' 참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더 이상 그리 극단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 되고 있다고 해도, 불행한 결혼생활 만큼이나 이혼 또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결혼생활과 이혼의 갈림길에 선 위기의 부부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내게도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해야 했던 친구가 있다. 남편의 이혼 요구에 충격을 받은 내 친구는, 자녀를 생각해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남편에게 애원했다고 했다. 마지막 부탁이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자고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끝내 그 부탁을 거절했고, 결국 둘은 이혼을 하고 말았다. <4주후愛>, 이 책을 읽으니 친구의 이혼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4주후愛>는 위기의 부부를 위한 맞춤형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를 가진 MBC 방송 프로그램('4주후愛'와 '사랑더하기')에 방영되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당시 방송을 맡았던 작가는 "벼랑 끝에 선 부부들이 이혼이라는 마지막 결정을 내기전에 누군가 잠깐 브레이크를 걸어주며 간섭해주는 프로그램"(6)을 만들고 싶었단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대한민국 부부들에게, 그들의 문제를 단지 사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치료'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보고,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시선으로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기획 의도로 MBC 사랑 프로젝트 <4주후愛>는 시작되었다"(6-7). 

"부부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성격 장애는 100% 원인이 있었다. 그 원인 중 대부분은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7).

부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부부 갈등과 치유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출연자들의 과거와 트라우마"이다. 심리상담학의 발전은 과거의 상처가 오늘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밝혀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 출연자들 역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거'의 상처 속에 있었음이 들어난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끝내 눈물을 흘리는 한 남편의 모습에서, 부부 사이의 소통의 해법이 보이는 듯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부부의 만남은 과거와 과거의 만남이고, 가족의 상처와 또다른 가족의 상처와의 만남인 듯하다. 소통의 시작은 이해이고, 이해의 시작은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과거와 상처를 알게 되고,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깨어진 가정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책을 읽는 독자는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금방 보인다. 이처럼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부라면 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사례에 자신을 대입하여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이제까지 가족의 문제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부부의 문제는 가족 전체의 문제이자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4주후愛'와 같은 프로그램이 제도화되고,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훨씬 많은 가정이 회복되리라 믿는다.

이 책에 적힌 명언 하나가 가슴에 와서 박힌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사는 한 가지 비결은 상대를 변화하게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결점을 고치려 하면 상대방의 행복까지 파괴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J. 샤르돈). 어떠한 인간관계이든지 원만한 관계의 핵심은 나와 맞지 않는 상대방의 결점(문제점)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열린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줄 한 사람을 애타고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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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년 - YB의 워프트 투어 이야기
윤도현 사진, 윤도현.이현주 글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내 꿈은... 록커다" 

 
비록 나의 것이 아니라도, '꿈'을 읽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치지 않는 꿈, 열정으로 가득한 오늘, 현실이 되는 꿈 이야기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밴드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를 기록한 <꿈꾸는 소년>은 무대의 화려함이 아니라,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신나는 고생담'이다! 그렇다! 신나는 고생담!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것도 유명 록 페스티벌인 '워프트 투어'(WARPED TOUR)에 최초로, 우리 YB가 초대받았다"고 해서 대단히 화려한 무대와 공연을 예상했는데, 3개월이나 되는 긴 공연 이야기는 정확하게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렇지만 그 고생스러움 때문에 더 뭉클해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워프트 투어는 록음악과 익스트림 스포츠가 결합된 형태의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1995년 시작된 이래 매년 북미 대륙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록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바로 그 세계적인 무대에 우리의 YB가 초대를 받은 것이다! 워프트 투어 창시자 케빈 라이먼은 'YB는 지난 2년간 음악 페스티벌인 'SXSW(South By Southwest)'에 연속 참가하며 많은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은 아시아 록 밴드로, 이들의 무대를 직접 본 프로듀서들이 강력 추천해 초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단다(56).

그런데 3개월이나 되는 긴 공연에서 한 번 공연의 출연료가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영광을 감히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불경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뭐 스타로서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 자비를 들여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의 음악을 알리는 공연이며, 투자에 가까운 여행이다. "공연 한 번에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의 빠듯한 출연료로는 밴드 여럿이 호텔에 묵고, 매끼 식사하고, 이동하는 기름 값까지 감당하기엔 무조건 적자이다. 그래서 캠핑카 한 대로 이동하고 먹고, 자고 한꺼번에 해결하는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YB 또한 소속사 김영준 대표가 자신의 보험을 3개나 해약하는 등 노후를 담보로 건 아주 사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번 워트프 투어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133).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워프트 투어에는 총 7개의 무대가 있다. 가장 규모도 크고, 밴드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높은 팀이 서는 반스 메인 스테이지, 일명 베이비밴드 즉 미래의 세계 록스타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격인 무대, 기아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까지! 이 중에서 YB가 서게 되는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는 1994년 워퍼트 투어를 만든 케빈 라이먼의 이름을 딴 무대이다. 그런데 메인 스테이지가 아니라는 핸티캡! 공연을 함께 즐겨줄 관객을 직접(!) 모아야 한다!!! 참가한 팀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직접 홍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박람회처럼 밴드를 홍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던 YB의 첫 공연은 예상치 못한 참패로 돌아갔다. YB는 오직 단 1명을 위해서라도 지치지 말고, 기죽지 않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정도로 말이다. 나라면 곧바로 주눅이 들어 주저앉아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스스로 세계의 무대를 개척해내는 YB! YB의 무대에 세계인의 시선이 고정되고, 그들의 음악에 열렬한 호응이 쏟아질 때의 짜릿함이란!!! 세계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YB의 꿈과 열정과 도전과 음악이 자랑스럽다! 스타가 아니라 진정한 록커를 꿈꾸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꿈꾸는 소년>은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YB의 3개월간의 신나는 고생과 오직 열정 하나로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는 무대와 음악으로 소통하는 축제의 기록이다. 예쁘고 멋진 책을 통해 YB와 함께하며 처음 알게 된 '반스 워프트 투어'의 화끈한 열기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지만, 아쉽게도 내겐 너무 가벼운 책이다. 어느 지인의 표현대로 잡지 기사 같이 술술 읽히지만, 한바탕 수다 후에 돌아서서 느끼는 공허감이랄까. 뭔가 더 깊은 속내를 나누고 싶었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묻혀버린 기분이다. 이런 책을 읽으며 무게감을 바란다는 것부터가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꿈꾸는 소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평균 나이 40세의 록커들, 그들의 즐거운 음악 인생! 고생이어도 신나기만 하고, 사비를 털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음악 여행, 그들의 꿈과 도전이 진심으로 부럽다! YB에 대한 팬(fan) 심(心) 하나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끝으로, 2005년에 유럽 투어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 <ON THE ROAD 2>가 쫄딱 망했음도 불구하고, 또 이번 투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화가 재미 없어도 꼭 볼께요~"라는 약속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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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0-08-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