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후愛 - 위기의 부부를 위한 맞춤형 리얼 솔루션 MBC 사랑더하기
MBC 4주후애.사랑더하기 제작팀 엮음 / 물푸레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태초부터 부부는 갈등의 관계였다!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신 완벽한 커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친구들끼리 점심 한 끼만 해결하려 해도 의견이 분분한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성인 남녀가 평생 서로 '네가 되고 내가 되어야' 하는 결혼생활에 어찌 갈등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생활이 결혼 전보다 훨씬 불행하다면 그것만큼 절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이혼. 개인의 행복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갈수록 이혼율은 더욱 급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불행한데' 참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더 이상 그리 극단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 되고 있다고 해도, 불행한 결혼생활 만큼이나 이혼 또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결혼생활과 이혼의 갈림길에 선 위기의 부부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내게도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해야 했던 친구가 있다. 남편의 이혼 요구에 충격을 받은 내 친구는, 자녀를 생각해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남편에게 애원했다고 했다. 마지막 부탁이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자고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끝내 그 부탁을 거절했고, 결국 둘은 이혼을 하고 말았다. <4주후愛>, 이 책을 읽으니 친구의 이혼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4주후愛>는 위기의 부부를 위한 맞춤형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를 가진 MBC 방송 프로그램('4주후愛'와 '사랑더하기')에 방영되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당시 방송을 맡았던 작가는 "벼랑 끝에 선 부부들이 이혼이라는 마지막 결정을 내기전에 누군가 잠깐 브레이크를 걸어주며 간섭해주는 프로그램"(6)을 만들고 싶었단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대한민국 부부들에게, 그들의 문제를 단지 사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치료'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보고,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시선으로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기획 의도로 MBC 사랑 프로젝트 <4주후愛>는 시작되었다"(6-7). 

"부부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성격 장애는 100% 원인이 있었다. 그 원인 중 대부분은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7).

부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부부 갈등과 치유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출연자들의 과거와 트라우마"이다. 심리상담학의 발전은 과거의 상처가 오늘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밝혀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 출연자들 역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거'의 상처 속에 있었음이 들어난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끝내 눈물을 흘리는 한 남편의 모습에서, 부부 사이의 소통의 해법이 보이는 듯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부부의 만남은 과거와 과거의 만남이고, 가족의 상처와 또다른 가족의 상처와의 만남인 듯하다. 소통의 시작은 이해이고, 이해의 시작은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과거와 상처를 알게 되고,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깨어진 가정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책을 읽는 독자는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금방 보인다. 이처럼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부라면 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사례에 자신을 대입하여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이제까지 가족의 문제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부부의 문제는 가족 전체의 문제이자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4주후愛'와 같은 프로그램이 제도화되고,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훨씬 많은 가정이 회복되리라 믿는다.

이 책에 적힌 명언 하나가 가슴에 와서 박힌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사는 한 가지 비결은 상대를 변화하게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결점을 고치려 하면 상대방의 행복까지 파괴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J. 샤르돈). 어떠한 인간관계이든지 원만한 관계의 핵심은 나와 맞지 않는 상대방의 결점(문제점)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열린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줄 한 사람을 애타고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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