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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년 - YB의 워프트 투어 이야기
윤도현 사진, 윤도현.이현주 글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내 꿈은... 록커다"
비록 나의 것이 아니라도, '꿈'을 읽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치지 않는 꿈, 열정으로 가득한 오늘, 현실이 되는 꿈 이야기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밴드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를 기록한 <꿈꾸는 소년>은 무대의 화려함이 아니라,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신나는 고생담'이다! 그렇다! 신나는 고생담!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것도 유명 록 페스티벌인 '워프트 투어'(WARPED TOUR)에 최초로, 우리 YB가 초대받았다"고 해서 대단히 화려한 무대와 공연을 예상했는데, 3개월이나 되는 긴 공연 이야기는 정확하게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렇지만 그 고생스러움 때문에 더 뭉클해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워프트 투어는 록음악과 익스트림 스포츠가 결합된 형태의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1995년 시작된 이래 매년 북미 대륙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록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바로 그 세계적인 무대에 우리의 YB가 초대를 받은 것이다! 워프트 투어 창시자 케빈 라이먼은 'YB는 지난 2년간 음악 페스티벌인 'SXSW(South By Southwest)'에 연속 참가하며 많은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은 아시아 록 밴드로, 이들의 무대를 직접 본 프로듀서들이 강력 추천해 초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단다(56).
그런데 3개월이나 되는 긴 공연에서 한 번 공연의 출연료가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영광을 감히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불경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뭐 스타로서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 자비를 들여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의 음악을 알리는 공연이며, 투자에 가까운 여행이다. "공연 한 번에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의 빠듯한 출연료로는 밴드 여럿이 호텔에 묵고, 매끼 식사하고, 이동하는 기름 값까지 감당하기엔 무조건 적자이다. 그래서 캠핑카 한 대로 이동하고 먹고, 자고 한꺼번에 해결하는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YB 또한 소속사 김영준 대표가 자신의 보험을 3개나 해약하는 등 노후를 담보로 건 아주 사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번 워트프 투어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133).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워프트 투어에는 총 7개의 무대가 있다. 가장 규모도 크고, 밴드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높은 팀이 서는 반스 메인 스테이지, 일명 베이비밴드 즉 미래의 세계 록스타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격인 무대, 기아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까지! 이 중에서 YB가 서게 되는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는 1994년 워퍼트 투어를 만든 케빈 라이먼의 이름을 딴 무대이다. 그런데 메인 스테이지가 아니라는 핸티캡! 공연을 함께 즐겨줄 관객을 직접(!) 모아야 한다!!! 참가한 팀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직접 홍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박람회처럼 밴드를 홍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던 YB의 첫 공연은 예상치 못한 참패로 돌아갔다. YB는 오직 단 1명을 위해서라도 지치지 말고, 기죽지 않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정도로 말이다. 나라면 곧바로 주눅이 들어 주저앉아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스스로 세계의 무대를 개척해내는 YB! YB의 무대에 세계인의 시선이 고정되고, 그들의 음악에 열렬한 호응이 쏟아질 때의 짜릿함이란!!! 세계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YB의 꿈과 열정과 도전과 음악이 자랑스럽다! 스타가 아니라 진정한 록커를 꿈꾸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꿈꾸는 소년>은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YB의 3개월간의 신나는 고생과 오직 열정 하나로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는 무대와 음악으로 소통하는 축제의 기록이다. 예쁘고 멋진 책을 통해 YB와 함께하며 처음 알게 된 '반스 워프트 투어'의 화끈한 열기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지만, 아쉽게도 내겐 너무 가벼운 책이다. 어느 지인의 표현대로 잡지 기사 같이 술술 읽히지만, 한바탕 수다 후에 돌아서서 느끼는 공허감이랄까. 뭔가 더 깊은 속내를 나누고 싶었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묻혀버린 기분이다. 이런 책을 읽으며 무게감을 바란다는 것부터가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꿈꾸는 소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평균 나이 40세의 록커들, 그들의 즐거운 음악 인생! 고생이어도 신나기만 하고, 사비를 털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음악 여행, 그들의 꿈과 도전이 진심으로 부럽다! YB에 대한 팬(fan) 심(心) 하나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끝으로, 2005년에 유럽 투어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 <ON THE ROAD 2>가 쫄딱 망했음도 불구하고, 또 이번 투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화가 재미 없어도 꼭 볼께요~"라는 약속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