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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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되풀이 되는 하나의 주제, 살인 사건의 변주곡!
이 살인 사건은 진실인가, 환상인가.

 
한국에서도 두터온 독자층을 형성하는 '온다 리쿠'의 명성이 자자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 듯 하다. 결말 때문에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파리의 연상'이 연상된다. 두 연인의 결말을 초조하게 지켜보았던 시청자들은 모든 것이 여주인공의 소설 속 설정이었다는 결말에 황당해했다. 무엇인가 색다른 결말을 시도하고 싶었던 작가들의 파격적인 설정이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주었을 뿐이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도 '온다 리쿠 최고의 판타스틱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미스터리'의 발단이 되는 살인 사건이 누군가의 생각 속에서 이루어진 가상 현실이라고 한다면?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는 일이 혼재하는 문학적인 기법이 신선한 묘미를 준다고 해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미스터리에 몰입하기에는 다소 흥미가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이 책이 어땠는지 묻는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고 대답하겠지만, 일면 허탈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주제 선율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변주곡'을 연상시킨다. "주제, 제1변주, 제2변주, 제3변주, 제4변주, 제5변주, 제6변주", 이것이 이 책의 목차이다. 각각의 변주마다 화자가 바뀌고, 한 변주가 끝날 때마다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며 다른 살인 사건(또는 자살)이 일어난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품고 있는 '미스터리'는 그 사건 자체에 초점이 있다기보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차라리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을 배경으로 하여 독자들과 어떤 살인 사건이 진실이고, 어떤 살인 사건이 환상인가 하는 것을 알아맞추는 게임을 벌였다면 훨씬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전부. 그거 그녀들의 게임이야. 셋만 참가하는, 그녀들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게임. 내내 그랬어, 그 세 사람. 그런 이야기를 진짜로 받아들이면 안 돼. 그 얘기들 가운데 과연 뭐가 진짜일지"(46).
외진 곳에 홀로 서있는 고풍스러운 호텔. '사와타리 그룹'의 세 자매는 매년 늦가을이면 그곳으로 손님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연다. 그런데 그녀들에게는 지어낸 이야기를 하는 습관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 같은 게임을 계속한 듯하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자매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녀들은 그런 게임을 벌일 때마다 비참하고 괴기스러운 경향의 결말을 즐겼지만, 관객이 되어 세 자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손님들은 경악한다. 그녀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이런 게임을 즐기게 되었을까.


"진실은 허구 속에. 진실은 거짓말 속에. 진실은 농담 속에. 지금 그녀는 진실을 허구 속에 담아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261).
세 자매가 즐기는 이 기묘한 유희 속에는 사실과 거짓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거짓을 사실처럼 잘 꾸며 내려면 사실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섞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색깔을 입히는 쪽이 얘기하기가 쉽다. 상대를 믿게 하려면, 자잘한 사실을 쌓아 올려 목적지인 거짓으로 유도해야 한다"(48). 세 자매가 공개적으로 이런 게임을 벌이는 목적은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지어낸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를 기묘한 이야기가 호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그곳에 가득차 있는 '악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거짓과 진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실제가 함께 녹아들며, 초대되어 온 손님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가 점차 그 속살을 드러낸다. "거짓말은 무언가를 은폐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은 과연 무엇을 은폐하려는 것일까"(48).

 
이 책에는 중간 중간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의 원작자인 알랭 로브그리예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로브그리예는 "머릿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를 종이 위에 재현하는 형식"으로 시나리오를 기술했다고 하는데, '뒤틀린 망상의 세계'라는 이미지가 두 작품을 하나로 겹쳐지게 만든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에서 연주되는 여섯 개의 변주는 하나의 사건(주제)이 여섯 사람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상영되고 있는지 재현해준다. 이것은 현실과 생각(상상)과 기억이 한데 버무려지면서 끊임없이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온다 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사건의 기승전결이나 미스터리의 트릭을 파헤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변주곡이 끝날 때마다 독자의 머리속에 남겨지는 '인상'(이미지)을 선율로 하여 여섯 개의 변주가 머릿속에서 하나의 곡조로 어우러지도록 감상해보는 것이 이 책을 즐기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

지금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현실의 사건과 생각(상생)과 기억이 한데 버무려진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인가, 환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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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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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읽을 것인가?" - 평생 벗이 되어줄 책 친구를 소개합니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무수히 많다. 글로벌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출판물의 소통도 국경의 경계가 없어지고, 고도로 전략화된 마케팅까지 합세하여 오늘도 '꼭 읽어야만 할(것 같은) 책'들이 세상에 무더기로 쏟아져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무수히 많은데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출판물이 홍수를 이룰수록 가려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책 한 권 구하기가 힘들었던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고 휴대가 가능한 전자책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책 무더기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적셔주고 내면을 성장시켜줄 좋은 '책 벗(友)'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사회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각종 '설계사'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을 한다. 보험(생활) 설계사가 있고, 재무 설계사가 있고, 금융 설계사가 있고, 요즘은 기업명이나 상표, 도메인명, 인명 등 전문적으로 이름을 짓는 '이름 설계사'(Namist)도 있다고 한다. <평생 독서 계획>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저자 클리피턴 패디먼을 '독서 설계사'라고 불렀다. 평생 읽어야 할 독서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발간한 <평생 독서 계획>은 초판과 수정 2, 3판을 지나 수정 4판인데, '완결판'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이 수정되고 증보되었다.

<평생 독서 계획>은 작가, 비평가, 독서가, 라디오 퀴즈 쇼의 사회자로 널려 알려진 클리프턴 패디먼이 꼽은 '위대한 책들'이다. 저자는 여기 수록된 책들이 평생을 통해 여러 번 꼽씹으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이라고 단언한다. 주로 서양 문학에 집중되었던 예전 판본들과는 달리 이 수정판에서는 대상을 전 세계 문학으로 확대했다(동양의 것이 추가되면서 존 S. 메이저가 공저자로 합세하게 되었다). 공자의 <논어>나 손자의 <손자병법>, 맹자의 <맹자>, 사마천의 <사기> 등 주로 중국의 것이 동양의 고전을 대표하며, 본문에서는 동서양의 고전 133명의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 읽어야 할 작가들"이라는 부분을 추가하여 20세기 작가 100명 추려 '잠정적 고전 100선'을 후보로 추가하였다.

성경과 같이 그 책을 즐겨 읽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평생 독서 계획>은 이야기, 희곡, 시 등과 같은 동서양의 문학은 물론 <코란>, <육조단경>과 같은 경전, 독창적 사상을 담은 논평서, 과학계의 독창적 사성을 전달하는 과학 저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

클리프턴 패디먼은 "독자가 여기에서 다루어진 책들을 다 읽기까지는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50년이 걸려야 다 읽을 수 있는' 이 책들을 모두 읽은 저자가 참 대단해보인다. 더구나 몇 번이나 곱씹어 읽은 책도 있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다. 그런데 <평생 독서 계획>에서 다루어진 책을 다 읽기까지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은 물리적인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 책들이 "독자의 평생에 걸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그런 책"(10)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등과 대등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체험이며, 꾸준한 내적 성장의 원천인 까닭이다"(10).

<평생 독서 계획>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 위주의 설명으로 책의 가치를 소개한다. 짧은 논평을 곁들이며 저자의 생애, 대표작,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가운데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평가한다. 동양의 것을 증보하였다고 해도 많은 부분 서양 중심인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이라 해도 한 사람을 통과한 스펙트럼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이 책의 평가가 절대 진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분적으로 의견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그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책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 책은 만난 독자들은 가장 먼저, 책에 수록된 리스트를 보며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되는지 헤아리는 재미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베스트셀러, 스터디셀러, 전공분야 필독서, 교양 필독서, 고전 시리즈 등 읽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필독 리스트가 넘쳐나지만, <평생 독서 계획>에 소개된 책들을 독파하는 일은 그와는 한 차원 다른 '의미'를 다지게 해준다. 저자의 말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인용되는 말은 이것이라고 한다.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평생 독서 계획>에 수록된 책의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이 책들은 자기 계발의 도구라기보다 자기 발견의 도구이다"(12). 단순히 읽는 재미를 넘어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 이것은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길동무가 되어줄 책, 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책들은 무엇인지 이 책의 목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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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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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서울 거리는 '두근두근'거릴 만한 '세상'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직장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근교로 옮겨앉은 후에는 가끔 "서울 투어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장난스레 말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은 내게 지구상에서 가장 익숙한 거리이면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서울 산책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서울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리트이면서, 동시에 여행지로서 서울을 관심밖으로 밀어내는 요인이리라. 지루한 일상이 바로 그 서울에서 계속되고 있고, 세상살이의 온갖 시름이 달라붙는 곳도 서울 아닌가. 더구나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거나 움직이는 주차장이라고 할 만큼 꽉꽉 막히는 교통 지옥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탈출 욕구가 널을 뛴다. 그러니 여행이나 휴가, 휴식이라는 개념과 만날 때 '서울'은 떠나야 하고, 벗어나야만 하는 그 어떤 곳이었을 뿐이다.

 


 
서울을 다시 만나다!

 많은 여행 서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두근두근 서울산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여행지로서의 서울'을 다시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이 가진 멋과 재미와 생기와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었다. 무엇보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감탄할 만큼 책이 아름답다. 감성적인 한 컷 한 컷이 서정적인 포토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을 준다.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에 짊어진 삶의 짐이 스르르 풀려질 것만 같다. 바쁜 일상에 좇겨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서울의 본래 모습이 우리의 조급한 마음을 붙잡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망치질하는 사람'이 시선을 끄는 '광화문 씨네큐브', 사진으로는 절대 서울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메타세퀘이아길', 서울에서 몇 십 년이 넘게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부암동의 카페 <산모퉁이>,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에서 2년 정도 근무를 했으면서도 이런 곳이 있었는줄 몰랐던 삼릉공원의 '정현왕후릉 소나무 숲길'을 보고 생각했다. 어디가서 서울이 내게 지구상에서 가장 익숙한 거리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서울이 이렇게 낭만적이고 전원적인 도시였던가! 서울의 공기가 갑자기 청량하게 느껴지니, 생경한 서울 모습이 마법처럼 신기할 뿐이다.

 



 
도시를 걷다!

<두근두근 서울산책>은 책의 '구성'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서울을 감성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기획력이 탁월하다. '상상의 도시를 가다', '사랑의 주문을 걸다', '친구야 젊음을 누리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녹색 공간', '문화와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 '아련한 골목길을 추억하다', '서울에서 탈출하다', '밤이 더욱 멋져'라는 여덟 개의 범주 안에 각각 새롭게 뜨고 있는 핫한 플레이스, 달콤한 데이트 코스, 캠퍼스, 가족들과 떠나는 나들이 코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어릴 적 뛰어놀던 추억의 골목길, 이국적인 거리, 서울의 야경을 테마로 서른 개가 넘는 산책 길을 내었다. 여기에 '아주 특별한 서울 이야기'까지 읽을 거리도 풍부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책을 활용하여 서울산책을 즐기는 방법이 책의 앞 부분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여기에 다시 옮겨보면 이렇다.
한 눈에 보이는 일러스트 지도 - 오늘 산책할 걷기 코스 동선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완벽한 산책이 되도록 도와주는 상세한 교통편 정보 - 찾아가는 방법,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산책 전에 알아두면 좋은 각 지역별 프롤로그 - 어떻게 산책하면 좋을지 전체적인 개념을 잡아준다.
상세하게 구분하여 소개하는 산책 코스 1, 2, 3 - 내 맘대로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산책이 지루해지면 바로 이곳으로! 주변 명소, 맛집, 쇼핑 숍 - 놓치면 아까운 주변 장소들을 소개한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각 장소별 여행 정보 - 여행의 생명줄과 같은 정보가 꼼꼼하게 담겨 있다.

랜덤하우스에서 발간되는 여행 책의 최대 장점은 언제나 따끈한 최신 정보라는 것! 서울산책은 외국 여행과 같은 두려움은 없지만,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서울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이 책을 만나면 서울살이가 즐거워질 듯하다. 정보도 있지만 건조하지 않고, 익숙한 장소도 많지만 지루하지 않다. 낯설지 않은 전경, 낯설지 않은 삶의 모양,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나의 눈길과 나의 발길을 잡아끄는 구석구석 부지런한 수다가 익숙한 곳이라 여겼던 서울을 다시 보게 만들어준다. 서울이 가진 '멋'이라면 어떠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열심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어떤 자부심과 뭉클함이 차오를 만큼 서울의 멋과 가치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울은 참 소중한 곳이었다! 솔직히 서울시에서 만든 어떤 홍보책자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에서 만든 홍보책자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런 확신이 든다. 내게 외국인 친구가 생긴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어야겠다. 반드시 산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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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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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연 적절한 시기에 지구적 차원의 공감에 도달하여 문명의 붕괴를 막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이것이 우리가 인문학을 향해 던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7).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역설적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개인의 섬에 고립된 채 외로움이라는 병에 시들어가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치 않는 모습이 우리가 그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닌가. 제러미 리프킨은 이러한 현대인의 믿음을 한 번에 뒤집어 엎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책 안에서 "인간이 본래 공격적이고 물질적이고 실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감하는 종(種)이란다. '과연?'이라는 의문이 앞섰지만, 그의 설득력이 대단하다! '공감'이 인류의 문명을 진화시켜왔다는 <공감의 시대>의 증거들을 보면, '공감'은 인간의 능력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능력이며, 모든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조건이라는 그의 주장에 빨려 들어가듯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적자생존이라는 생물학적 진화의 본성에 대한 오랜 통념이 여지 없이 깨어지고, 인간이 오랜 기간 서로 돌보고 함께 놀고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며 지냈다는 깨달음이 새삼스럽니다. 인간이 동료 의식을 유전적으로 타고났으며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는, 공감 의식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발견'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공감 의식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믿어온 '경제사'를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 <공감의 시대>는 네트워크식 사업 방식이 노골적인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시장 가설을 흔들고 있고 전한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무서운 속도로 세계인을 하나로 이어주며 지구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다.

문제는, <공감의 시대>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적자생존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알리는 <공감의 시대>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적 차원의 공감 의식에 바짝 다가선 만큼, 우리 자신의 멸종도 가까워졌다는 역설 때문이다. 공감 의식의 발전과 자아의 개발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간의 여정을 이끄는 사회구조를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드는 현상을 수반한다. 그런데 문제는 공감 의식이 커질수록 지구의 에너지와 그 밖의 자원의 소비가 급증하다는 데 있다. 공감적 감수성이 고조될수록 엔트로피 증가가 초래하는 재앙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류의 미래는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한다.

<공감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 새로운 에너지를 바탕으로 분산 자본주의라는 3차 산업혁명을 꽃 피우기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인류사는 새로운 에너지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맞물려 훨씬 복잡한 사회를 창조해냈음을 갈파한 저자는 분산된 정보통신 혁명이 21세기 분산 에너지 제도의 길을 닦았다고 분석한다. 분산 정보, 분산 커뮤니케이션, 분산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3차 산업은 협동적인 동시에 분산적이고 비위계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인데, 그런 사회가 곧 공감 사회라는 것이다.

공감 사회는 보다 높은 세계시민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공유된 사회 공간에서 높은 삶의 질을 창조하려면 사회적 자본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적 자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더 이상 적대적 경쟁 상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곧 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는 의식이 요구된다.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수준 높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공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공감의 시대>는 제러미 리프킨의 '종합판' 같은 서적이다.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 <유러피언 드림>, <엔트로피>까지 그의 주요 이론이 <공감의 시대> 안에서 종합되며, '공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낸다. 인류를 종과 횡으로 이렇게 관통할 수 있는 그의 통찰력이 더할 수 없이 부러울 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 가능한 사상이라는 사실이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어떤 분야에 있든지 흥미롭게, 그러나 진지하게 읽으며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어온 방향과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이해하는 가운데,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미래 사회를 예측한 어떤 이론보다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미래 사회를 예견하는 책을 읽으며, 미래를 이렇게 기대해보기는 처음이다. 이것이 내가 그의 예언을 지지하고 싶은 한 이유이다. 그러나 인간이 과연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문화를 버리고 자신 안에 내재된 '공감 의식'을 화려하게 꽃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인류는 그동안 이기적인 욕구를 위해 투쟁하고, 쾌락을 극대화하고, 성적 욕구에 집착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공감의 시대>는 인류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거대한 티핑포인트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라는 자각이 우리의 본성과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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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로 보는 3D 별자리 도감

선출판사

 


 

 





 

 


 

   

3차원 입체로 만나는 아름다운 별자리 세계!

 

진선출판사에서 펴낸 <입체로 보는 3D 별자리 도감>은 국제천문연맹이 지정한 88개의 별자지를 3차원 화면으로 감상하며 별에 대한 기초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천문 교양서입니다. 별 하나하나가 천체 좌표에 따라 정확하게 표현되어 3D 입체 안경을 통해 별자리의 다양한 모양과 위치, 밝기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홍보자료 참조).


환상적인 우주 공간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진선출판사에서 진행한 '별자리 체험단'에 선정되었습니다. 샘플 책자와 3D 입체 안경, 포스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제는 영화 뿐만 아니라, 3D 책자의 시대!!! 별자리가 입체로 살아날 뿐만 아니라, 위치는 물론 별의 겉보기 등급에 따라 밝기까지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됩니다! 이제 저녁 하늘의 별을 방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아버지에게 처음 배운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 자리였습니다. 가장 밝은 빛을 내며 언제나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밤하늘의 기준이 된다는 '북극성'과 일곱 형제가 국자 모양의 별자리가 되었다는 '북두칠성'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설레이던 마음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밤하늘에 별이 있고, 별들이 모여 하나의 모양이 되고, 별자리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밤하늘은 신비하고 매혹적인 동화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로 익힌 첫 별자리는 북두칠성과 정반대의 자리에 있다는 '카시오페이아'였습니다. 지금까지 밤하늘을 보며 직접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 그리고 카시오페이아, 이렇게 세 자리뿐입니다. 많은 별자리의 모양과 이야기에 매혹되었지만, 밤하늘을 직접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별을 보는 눈이 열리지 않은 저에게는 아무리 손가락으로 표시를 해주어도 허공을 맴도는 손짓에 지나지 않았고, 노트에 열심히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어도 종이 위의 그림에 불과했습니다.

<입체로 보는 3D 별자리 도감>의 샘플 책자와 포스터를 통해 별자리는 물론 별자리에 숨겨진 그림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밤하늘에 도마뱀이 그려지고(도마뱀자리), 양이 그려지고(양자리), 물고기가 그려지고(물고기자리), 고래가 그려지고(고래자리), 물병이 그려지고(물병자리), 사냥개가 그려지고(사냥개자리), 목자가 그려지고(목자자리), 복쪽왕관이 그려지고(북쪽왕관자리), 머리털에 그려지고(머리털자리), 뱀이 그려지고(뱀자리),밤하늘에 자리잡은 화살, 독수리, 뱀주인, 방패, 쌍둥이, 황소, 오리온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어린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신비한 세계이며, 환상의 세계입니다. 직장에서 선물을 받았는데, 샘플 책자와 3D 안경, 포스터를 본 직장동료들이 서로 보게 해달라고 아우성인지 "줄을 서시오!"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여기 올려진 사진은, 모델이 되어주는 조건으로 별자리 감상의 기회를 얻은 우리 부서 소장님이십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니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 하나가 마음에 살아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생략)

이제 나는 정말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이 책을 보면 '어린이'를 생각할 어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면 정말 좋아할 만한 책이니까요. 그러나 나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 조카나 자녀가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간직하고 계시는 청춘의 꿈,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를 들어보고 싶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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