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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평점 :
"무엇을 읽을 것인가?" - 평생 벗이 되어줄 책 친구를 소개합니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무수히 많다. 글로벌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출판물의 소통도 국경의 경계가 없어지고, 고도로 전략화된 마케팅까지 합세하여 오늘도 '꼭 읽어야만 할(것 같은) 책'들이 세상에 무더기로 쏟아져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무수히 많은데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출판물이 홍수를 이룰수록 가려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책 한 권 구하기가 힘들었던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고 휴대가 가능한 전자책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책 무더기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적셔주고 내면을 성장시켜줄 좋은 '책 벗(友)'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사회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각종 '설계사'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을 한다. 보험(생활) 설계사가 있고, 재무 설계사가 있고, 금융 설계사가 있고, 요즘은 기업명이나 상표, 도메인명, 인명 등 전문적으로 이름을 짓는 '이름 설계사'(Namist)도 있다고 한다. <평생 독서 계획>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저자 클리피턴 패디먼을 '독서 설계사'라고 불렀다. 평생 읽어야 할 독서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발간한 <평생 독서 계획>은 초판과 수정 2, 3판을 지나 수정 4판인데, '완결판'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이 수정되고 증보되었다.
<평생 독서 계획>은 작가, 비평가, 독서가, 라디오 퀴즈 쇼의 사회자로 널려 알려진 클리프턴 패디먼이 꼽은 '위대한 책들'이다. 저자는 여기 수록된 책들이 평생을 통해 여러 번 꼽씹으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이라고 단언한다. 주로 서양 문학에 집중되었던 예전 판본들과는 달리 이 수정판에서는 대상을 전 세계 문학으로 확대했다(동양의 것이 추가되면서 존 S. 메이저가 공저자로 합세하게 되었다). 공자의 <논어>나 손자의 <손자병법>, 맹자의 <맹자>, 사마천의 <사기> 등 주로 중국의 것이 동양의 고전을 대표하며, 본문에서는 동서양의 고전 133명의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 읽어야 할 작가들"이라는 부분을 추가하여 20세기 작가 100명 추려 '잠정적 고전 100선'을 후보로 추가하였다.
성경과 같이 그 책을 즐겨 읽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평생 독서 계획>은 이야기, 희곡, 시 등과 같은 동서양의 문학은 물론 <코란>, <육조단경>과 같은 경전, 독창적 사상을 담은 논평서, 과학계의 독창적 사성을 전달하는 과학 저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
클리프턴 패디먼은 "독자가 여기에서 다루어진 책들을 다 읽기까지는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50년이 걸려야 다 읽을 수 있는' 이 책들을 모두 읽은 저자가 참 대단해보인다. 더구나 몇 번이나 곱씹어 읽은 책도 있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다. 그런데 <평생 독서 계획>에서 다루어진 책을 다 읽기까지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은 물리적인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 책들이 "독자의 평생에 걸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그런 책"(10)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등과 대등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체험이며, 꾸준한 내적 성장의 원천인 까닭이다"(10).
<평생 독서 계획>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 위주의 설명으로 책의 가치를 소개한다. 짧은 논평을 곁들이며 저자의 생애, 대표작,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가운데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평가한다. 동양의 것을 증보하였다고 해도 많은 부분 서양 중심인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이라 해도 한 사람을 통과한 스펙트럼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이 책의 평가가 절대 진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분적으로 의견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그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책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 책은 만난 독자들은 가장 먼저, 책에 수록된 리스트를 보며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되는지 헤아리는 재미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베스트셀러, 스터디셀러, 전공분야 필독서, 교양 필독서, 고전 시리즈 등 읽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필독 리스트가 넘쳐나지만, <평생 독서 계획>에 소개된 책들을 독파하는 일은 그와는 한 차원 다른 '의미'를 다지게 해준다. 저자의 말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인용되는 말은 이것이라고 한다.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평생 독서 계획>에 수록된 책의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이 책들은 자기 계발의 도구라기보다 자기 발견의 도구이다"(12). 단순히 읽는 재미를 넘어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 이것은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길동무가 되어줄 책, 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책들은 무엇인지 이 책의 목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