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월드 - 가장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 피카소의 삶과 예술 이야기
존 핀레이 지음, 정무정 옮김 / 미술문화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회화는 나보다 강하다. 나는 회회가 시키는 대로 한다"(147).

 

피카소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다른 번역은 "그림은 나보다 강하다"이다. 그의 그림은 강했다. 어릴 때, 제일 먼저 외우게 된 외국 화가의 이름이 '피카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벽이나 노트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려 놓으면 우리 부모님은 "피카소네, 피카소!"라고 칭찬을 하셨다. 무엇을 그렸는지 잘 모르겠는 그림을 보면 우리는 "피카소"라고 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도 많지 않지만, '입체파'라는 이름을 얻게 해준 그의 작품들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도 없는 듯하다.

 

(나처럼) 피카소를 그저 '화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는 뛰어난 데생화가이면서 유화가, 판화가, 조각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라 불리는 피카소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왕성하게 활동한 만큼, 그 자신이 미술사에 하나의 이정표(갈림길)가 된 만큼 그와 그의 작품을 한마디로 규정 짓기도 어렵다. "때로는 환영받고 때로는 비난 받은 피카소는 천재, 보헤미안, 순응주의자, 고전주의자, 원시주의자, 샤먼, 초현실주의자, 이단자, 투우사, 시인, 공산주의자, 모방자 그리고 심지어 자기 미술의 혼성모방자로 알려졌다"(7).

 

<피카소 월드>는 "그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연대순으로 따라가며 그의 미술이 형성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친 미술가, 문학작품의 주인공, 친구와 협력자 등을 탐구하는" 가운데 탄생한 책이다.

 

 

 

 

 

  

피카소가 거장인 거장인가 보다. 이 화가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탄생설화(?)를 가지고 있다. "실제 이야기인지 아니면 완전히 상상력의 산물인지 알 수 없으나 피카소가 불과 연기에서 탄생하였다는 주장이 전해진다"(8). 사산된 것으로 여겨진 신생아의 얼굴에 그의 "삼촌"이 피우고 있던 담배의 연기를 뿜어 소생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울지 않는 아기 때문에 불안해진 의사가 "시가"를 피우며 아기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었더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피카소 월드>의 저자는 피카소의 전기학자들이 "그의 출생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고 다소 멋지게 각색하여 신화화하는 전통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한다.

 

<피카소 월드> "미화된" 피카소에 대해 또다른 진실을 폭로한다.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본적격인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는 피카소는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가 물감과 붓을 건네준 즉시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린 "재능 많은 신동"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는 그림을 "결코 어린이처럼 그려본 적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피카소 월드>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의 초기 드로잉은 재능 많은 신동이기는커녕 숙달된 솜씨와 완성도를 갖추기까지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 스케치는 아홉 살 소년의 실력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11).

 

 

 

 

  

 

위의 사진은 <카사헤마스의 죽음>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영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두텁게 칠한 표면, 점묘로 채색한 붓질, 강렬한 색채와 어두운 윤곽선의 구사" 뿐 아니라, 피카소는 "고흐의 슬픈 생애와 치명적이고 자학적인 총상으로 인한 끔찍한 종말"까지 차용했다. 피카소의 청색시대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충격에서 비롯되었다. "피카소는 분명 카사헤마스의 죽음으로,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위해 친구를 버리고 파리로 돌아간 일에 대한 후회로 괴로워했고, 친구를 자살로 몰고간 바로 그 여인과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졌다. (...) 카사헤마스의 죽음에 대해 숙고하면서 피카소의 팔레트는 점차 변화하였다"(15). 피카소에게 청색은 절망의 색이었다.

 

 

 

 

피카소의 삶에는 여인과 친구들이 많았는데, 피카소를 절망의 청색에서 구원해준 것도 한 여인과 친구들이었다. "그의 색채가 보다 따뜻해지고 다양해지며, 상징주의적 멜랑콜리가 희미해지기 시작하면서 곡예사, 유랑극단, 기타 서커스 공연자, 축제, 극장과 같은 이미자가 1905년경부터 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그의 삶 속에 등장한 새로운 여인, 즉 페르낭드 올리비에와 많은 시인과 작가들뿐만 아니라 기욤 아폴리네르와 같은 영향력 있는 프랑스 친구들로 구성된 확장된 가족을 포함하는 개인적 환경의 변화 때문이기도 했다"(28).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한 피카소의 그림이 청색을 버리고 강렬하고 화사한 장미빛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다.

 

 

 

 

 

 

 

  

피카소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20세기 미술사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작품'이라 평가받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꼽을 수 있다. 피카소는 "고전주의, 자연주의 그리고 입체주의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뒤썩어가며 인체를 그렸다." 재밌는 것은 이 파격적이고 선구자적인 거장이 사실은 대단한 '모방가'였다는 것이다. 르누아르, 뭉크, 고갱, 고흐 같은 거장들의 그림을 모방하여 나름의 파격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며 비상하고 획기적인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사진의 여인은 피카소의 임종을 지켰다는 그의 아내 재클린이다. 뒷쪽에 스카프를 한 사람이 피카소의 딸 마야다(147). "평화주의의 이상을 채택하고 파시즘, 전쟁, 가난에 반대"한 이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그림으로 세상과 싸웠지만, 결국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노년까지 엄청난 창조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사랑에도, 일에도, 신념에도 참으로 불꽃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안가, 판화가, 무대 디자이너, 도예가, 조각가로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176).

 

"비교적 최근까지 피카소의 후기 작품은 그의 이전의 작품에 비해 다소 열등한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카소 월드>는 이렇게 재평가를 내린다. "최근의 연구는 그의 창의력과 재능, 상상력이 말년까지 위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황소의 머리>라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피카소의 작품이다. 이 조각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일관성"이 없다고 하는데, 널리 알려진 바로는 버려진 자건거의 안장과 손잡이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버려진 자건거로 만들어진 이 작품의 가격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거장의 힘이 아닐까. 거장의 손을 거치면 버려진 것들도 예술이 되고, 그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오른다.

 

 

<피카소 월드>는 피카소의 삶과 작품을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피카소의 전기를 기대했다면 다른 책을 보는 것이 좋겠다. <피카소 월드>는 전문적이고 학문적이다. <피카소 월드>는 "흔히" 알려진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과 진실'에 기반하여 피카소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그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요소들을 탐구한다. (그러니까 어, 알고 있는 것이랑 좀 다른데, 싶은 면들이 있다.) <피카소 월드>를 보고 나니, 대가의 것을 모방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규칙들을 거부하고 파격을 시도한 이 남자는, 자신의 내면(신념까지)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살았던 불꽃 같은 인물이라는 인상이 남는다. 글쎄, 피카소를 공부하는 학도나 특별히 피카소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이 책을 살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미술관에 가는 마음으로 거장의 작품집을 하나 책꽂이에 꽂아두어도 특별한 즐거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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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수 여행 2 - 빨강 머리 앤을 찾아가는 행복한 자수 여행 2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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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초록색 지붕집입니다. 앤이 초록색 지중집에 살게 되었을 때, "초록색 지붕집 앤"이라고 불렸을 때, 그 초록색 지붕집에서 날마다 자라는 꿈을 키우며, 앤이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조잘조잘 예쁘게 이야기를 잘도 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며 시간이 정지해버리는 이 사랑스러운 꼬마를 정말 좋아했더랬습니다. 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창문부터 밀어 올렸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깊이 호흡하며 하루의 행복을 기대하는 앤의 습관을 몰래 따라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잔잔한 행복이 몽글몽글 피어 올랐던 앤의 초록색 지붕집은 지금도 내 마음의 이상향입니다.

 

 

 

<행복한 자수여행>의 두 번째 테마는 "빨강 머리 앤을 찾아가는"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빨강 머리 앤>의 "저자 몽고메리의 만년과 앤에 관한 책에 삽화로 쓸 자수를 의뢰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이야기 속 풍경과 만나기 위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갔"다고 합니다. <행복한 자수 여행>은<빨강 머리 앤>에 등장하는 이야기 속 풍경과 저자 몽고메리의 실제 삶, 그리고 배경이 된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자연을 테마로 꾸며져 있습니다.

 

앤이 살았던 초록색 지붕집은 저자 "몽고메리의 사촌이 살던 집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합니다. <행복한 자수 여행>은 이 초록색 지붕집을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수로 옮겨 놓았습니다.

 

 


 

<행복한 자수 여행>은 <빨강 머리 앤>을 집안으로 옮겨줍니다. 이 책을 따라 자수를 놓으면 집안을 <빨강 머리 앤>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계절마다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저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고백합니다. <빨간 머리 앤>의 저자 몽고메리도 원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행복한 자수 여행>에는 무엇보다 들꽃이 많이 등장합니다. "앤이 처음 교회에 가던 날 모자에 잔뜩 장식했던 들장미와 미나리아재비"에서부터, 앤이 다이애나와 자주 가던 '연인의 오솔길'에서 만날 수 있는 "물망초"와 마닐라와 매튜 아저씨의 어머니가 고향에서 직접 옮겨 심어와 매튜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했던, 그래서 앤이 매튜 아저씨의 무덤에 바쳤던 "둥근인가목의 흰 꽃"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수를 놓아본 것은 학교 다닐 때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서 한 것이 전부이지만, 학교 축제 때 작품으로 뽑혀 전시가 될 만큼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자수를 즐기는 사람이나 특별한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행복한 자수 여행>을 권합니다. 동경하는 이미지로 무엇인가를 손수 만들어내는 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며, 행복한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빨강 머리 앤> 자체의 이야기보다 그와 관련된 자연의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아 "빨강 머리 앤을 찾아가는"이라는 테마가 다소 무색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수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자연을 테마로 한 밑그림이 활용도가 더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같은 초보에게는 자수 스티치나 도안이 까다로워보이지만, 제비꽃이나 크로스 스티치 집처럼 비교적 단순해보이는 것들을 골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력이 된다면 초록색 지붕집에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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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진여행지 100 - 그림처럼 아름다운 베스트 촬영지
유정열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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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사진의 첫 걸음은 '보는 것'이다."

 

 

볼 때마다 웃음 짓게 만드는 흑백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아빠와 남산 타워에 올라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의 나는 서너 살 정도의 꼬마인데 나들이를 위해 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묶고, 새로 사주신 애나멜 구두를 신고, 아빠 옆에 단정히 앉아 졸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젊은 아빠는 그런 나를 아빠에게 기대에 놓고 멋쟁이 선글라스를 끼고 정면을 향해 활짝 웃고 계십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날의 행복은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사진이 얼마나 큰 행복을 담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오래 간직할 수 있는지 이 사진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남산은 제게 특별한 곳이 되었습니다.

 

사진 찍다 온 기억밖에 없는 수학여행을 필두로, 그래도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여행갈 때마다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카메라입니다. 요즘은 사진을 위해 일부러 여행을 할 정도로 여행과 사진은 단짝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수'는 많은데 그중에 쓸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에 대한 추억을 예쁘게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보면 어디를 다녀왔든 사진마다 포즈가 비슷하고, 어떤 곳은 풍경까지 비슷해 보입니다. 같은 곳을 다녀오고도 '남다른' 사진을 찍어오는 분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존경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대한민국 사진여행지 100>은 그래서 욕심을 낸 책입니다.

 

 

 

 

<대한민국 사진여행지 100>은 대한민국에서 사진찍기 좋은 최고의 풍경 100곳을 선정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것의 즐거움과 찍는 행위로 인해 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에서 촬영하는 것이 더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포인트와 연출 방법을 짚어줍니다. 사진여행은 사진만이 목적이 아니기에, 여행에 대한 팁도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여행 이야기가 있고, 여행에 대한 친절한 팁과 함께 여행정보까지 제공합니다. 여행사진 찍는 방법이나 여행정보까지 여러 모로  활용도가 높은 책인데, 작가의 멋진 사진까지 감상할 수 있어 마음까지 힐링되는 덤을 누립니다.

 

<대한민국 사진여행지 100>의 작가는 "즐거운 여행사진의 첫 걸음은 '보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사진은 보는 것이 전부인데, 사진을 잘 찍으려면 "사진을 찍는 테크닉이 아니라 피사체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좋은 사진은 '그곳'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시끄러운 관광객이 되어 보이는 대로 부산하게 카메라를 눌러대는 것으로는 왜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는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제대로 인식한 셈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사진 한 장을 들고 무조건 그 사진 속 현장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사진과 똑같은 풍경을 찾아내는 것이 미션입니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분위기와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때로 미션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사진여행지 100>을 보니 나만의 비밀스러운 놀이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들고 책 속의 사진과 똑같은 풍경을 찾아내어 카메라에 담아보는 것입니다! 무모한 도전이겠지만 그래도 다음 번 여행을 계획할 때 이곳에 소개된 곳을 우선으로 해야겠습니다. 풍경이 아름다운 여행지를 찾고 있고, 거기다 멋진 사진까지 욕심이 난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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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식탁 - 만들기도 치우기도 쉬운
이현주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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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맛 있는 음식',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을 때에는 대부분 사먹는 음식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면 재료나 위생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사먹는 음식은 간이 쎄서인지 금방 질리기도 합니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대충 먹기에는 아쉽고, 매 끼니를 신경 써서 먹자니 어렵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제게 <2인 식탁>은 '이거다!" 싶은 요리책입니다.

 

<2인 식탁>의 컨셉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음식을 먹는 사람도 즐겁고 부담이 없는 메뉴"입니다. <2인 식탁>이 제안하는 상차림은 가볍고, 담백하고, 건강한 '생활 요리'입니다. 초단간 '아침' 상차림, 가벼움에 즐거움을 더한 '브런치', 혼자하는 식사지만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점심' 상차림, 특별하면서도 속까지 편한 '저녁' 상차림에 엄마의 손맛을 닮은 '반찬', 여기에 홈베이킹과 '손님' 상차림까지 122가지의 다양한 메뉴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2인 식탁>은 거창하지 않게 맛을 내고 멋을 낸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달걀을 품은 토스트"는 방송(해피투게더 야간매점)에 소개되어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광복절 토스트'와 닮았습니다. 저자의 블로그에서 살짝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아닐까요? 식빵과 달걀이 만났을 뿐인데 멋진 아이디어가 먹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모양을 내느냐에 따라 이렇게 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습니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창의력이 좋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요리가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재료 구입입니다. 요리책을 보면 생소한 이름의 재료들도 많고,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재료들도 많습니다. <2인 식탁>은 특별한 날의 특별한 요리가 아닌, 평범한 날의 간편하지만 특별한 요리를 선보입니다. 특히 점심 상차림 구성은 "반찬 걱정 없이 손쉽게 차릴 수 있는 원플레이트 메뉴"입니다. 쿠킹타임도 한 두 가지 메뉴를 제외하면 평균 15분 정도입니다.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잘 먹었다 만족할 만한 메뉴가 참 마음에 듭니다.


 

  

통마늘과 마를 깍둑썰어 구은 '통마늘 마구이' 레시피입니다.<2인 식탁>을 보니 '마' 하나만 준비해놓으면 아침 주스에서부터 특별하게 맛을 낸 반찬까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2인 식탁>은 제목처럼 가벼운 상차림입니다. 재료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만드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고, 간도 최소로 하고, 설거지도 간편하고, 건강까지 생각한 상차림입니다.

 

직접 가족의 식탁을 차려야 하는 분들, 혼자라도 잘 챙겨먹고 싶은 분들, 매끼니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신 분들, 소소하지만 특별한 멋이 담긴 상차림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2인 식탁>을 추천합니다. 시장의 먹거리가 건강을 위협하고, 좋은 식습관이 특별히 더 요청되는 생활 패턴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실용적인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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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행 백서 - 일상이 즐거워지는 여자들의 주말 여행
김정원 지음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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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은 있을 수 없다.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이 있을 뿐이다."

 

 

여행도 습관이다. 자주 떠나 버릇한 사람들은 후딱후딱 짐도 잘 싸고, 뚝딱뚝딱 예약도 잘 하고, 훌쩍훌쩍 망설임도 없이 떠나고, 자박자박 둘러보기도 잘 한다. 여행과 담을 쌓고 살았던 나는 나는 뭐 그리 생각할 게 많고, 따져볼 게 많고, 알아볼 게 많은지, 짐을 쌀 때도, 예약을 할 때도, 떠날 때에도, 단체 행사 기획하듯 노트를 펼쳐 들고 머리를 싸맨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집을 떠난다는 부담감, 어렵게 떠난 여행이니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까지 떠나기도 전에 마음의 짐만 벌써 한 짐이다. 마음을 비우려 떠나는 여행 맞나 싶다.

 

게다가, '선뜻', '가볍게' 나서지 못하고 여행을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또 따로 있다. '여자'라는 것, 그리고 '혼자'라는 것! 나홀로 여행이라고 하면 우선 가족들도 걱정부터 앞서고, 안전도 문제이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밥 먹고 잠자리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번 계획을 세웠다가도 마지막에 주저 앉곤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 혼자 서는 '1박' 하는 여행도 해본 적이 없고,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고 본격적으로 다녀온 곳이 서울(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길)이 고작인 나에게 '도전'을 외치게 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 <여자 여행 백서>.

 

10년 넘게 월간지 기자로 일했다는 저자는 '여행'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 홀로 여행'의 고수이다. 일상이 여행인 그런 사람. 그런 저자의 한마디가 여행에 대해 늘 가지고 있던 부담을 덜어주었다. "좋은 여행, 나쁜 여행은 있을 수 없다.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이 있을 뿐이다." 무슨 본전 찾듯이 지나치게 '열심히' 계획하고, '열심히' 준비히고, '열심히' 돌아다니며 기필코 '좋은 여행'을 해야지 주먹을 불끈 쥐었던 나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그래 너무 힘 주고 다니지 말고 힘을 좀 빼고 다녀봐야겠다. <여자 여행 백서>를 길잡이로 삼아서 말이다.

 

<여자 여행 백서>는 여자들이 여행하기 좋은 10개 도시(부산, 경주, 통영, 전주, 제주, 여수, 강릉, 안동, 강화도, 서울)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고 싶은 여행지가 많겠지만, 주로 '도시'에 집중된 것은 아무래도 안전과 숙박 때문이리라. 저자는 10개의 여행지를 소개하며 이렇게 조언한다. 봄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봄꽃 축제에 주목할 것!" 그리고 여행지로는 여수, 전주, 제주를 추천한다. 여름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탁 트인 바다와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지로는 부산, 제주, 강릉, 통영을 추천한다. 가을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자박자박 걸으며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안동가 경주, 강화도를 추천한다. 겨울에 "추워서 꼼짝달싹하기 싫은 여행자라면 서울이나 부산처럼 다이내믹한 도시 여행"을 추천한다. 또 오롯이 혼자가 되는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코스가 많은 제주, 강화도, 강릉, 통영, 안동, 여수"를, "북적북적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볼거리가 밀집된 서울, 부산, 전주, 경주"를 추천한다. 10개의 도시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서 다른 군으로 다시 묶을 수 있는데, 휴양 스타일 여행이라면 제주, 강화도, 강릉, 통영, 자연탐험 스타일이라면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안동, 경주, 여수, 카페나 맛집 투어를 즐기는 미식가 스타일이라면 서울, 부산, 전주가 제격이란다.

 

<여자 여행 백서>는 1박 2일을 기준으로 추천일정을 제시하고, 여행지에서 꼭 해봐야 하는 것(MUST DO IT!), 교통을 비롯한 주요 여행지 정보, 맛집, 숙소 등을 소개한다. 음식점은 혼자 주문이 가능한 곳, 숙소는 혼자 묵어도 안전한 곳들(주로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이 기준이다. <여자 여행 백서>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국밥, 김밥, 국수 등 평범한 음식일지라도 고수들이 숨어 있는 곳은 전통 재래시장"이란다. 재래시장이 흥미로운 여행지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곳에 맛의 고수들이 숨어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

 

<여자 여행 백서>는 느긋하다.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더 봐야 한다는 여행자의 욕심을 덜어내고 여행지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느긋하게 즐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부담을 가져온 '여자'에게 참 편하고 다정한, 그러면서도 활기 넘치는 그런 친구다. 훌쩍 떠나보자고 손 내밀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을 옮겨 적어본다. 마주할 '새로움과 낯설음'에 마음을 울렁였으니.

 

 

언제나 그랬지만 가슴이 설레었다. 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 마치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폐쇄된 자기 자신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서는, 그것은 신선한 해방감이다.

그러나 새로움이란 낯설음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마주치는 사물과

자신은 전혀 무관한 타인으로서 철저한 또 하나의 소외는 아닐는지.

 

- 박경리 <토지> 중에서 (여자 여행 백서,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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