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럽 - 전2권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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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그 핵심 지역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럽의 심장부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면서,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근세 초기에는 황제의 나라라는 정치적인 정통성도 지니고 있었다"(2권, 442).

 

 

 

EU, 그러니까 유럽 국가들의 연합기구가 출범한다고 했을 때, 떠들썩했던 사회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언어도 다르고 경제 수준도 다른 나라들이 정치 공동체를 이루어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는 일이 가능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럽 연합은 일부 교인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성경의 예언에 따라 유럽 연합이 종말론적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국경을 이웃하고 살며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때로는 적국으로, 때로는 아군으로 짝을 바꿔가며 생존 투쟁을 벌여왔던 나라들이 하나로 국가로 연합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해냈을까요?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유럽 Ⅰ, Ⅱ>의 저자이며 역사학자인 브랜든 심스는 그 뿌리에 신성로마제국이 있다고 말합니다. 로마제국 없이는 유럽사를 해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453년은 중세가 끝나고 근세가 시작되는 기준점으로 삼는 해입니다. 유럽은 철절히 분열되어 있었고 중세 내내 끊임없이 다툼을 벌여왔는데, "이 책은 15세기 오스만의 침략을 막기 위해 기독교권이 총집결한 내용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옵니다. 중세 유럽의 정치 체제에서는 통치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내부의 폭압 통치에 맞서 외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정도였는데, 중세 중반부터 국가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제후들마다 영토확장을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각국은 아무리 허약하고 힘없는 나라조차도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 속에서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드는 전략이자, 국가를 통합하고 지키고 유지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외교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 남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왔고, 동시에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는 단결하는 힘을 바탕으로 세계패권 다툼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유럽 Ⅰ, Ⅱ>은 그 과정에서 1453년을 기점으로 지난 56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유럽의 정치 체제는 어떻게 형성됐고, 경제는 어떻게 발전했고,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고, 문화는 어떻게 다듬어졌고, 국방 정책은 어떻게 수립돼 오늘과 같은 형태를 이루게 됐을까?"(1권, 9)를 탐구합니다. 수많은 전쟁과 외교와 동맹 관계 속에서 정착하고 발전한 대내외 정책과 제도를 해부합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패권다툼의 역사입니다. 왕 싸움, 다시 말해 "누가 왕이냐?"를 가름하는 것이 역사의 기준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에 "패권투쟁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것은 근세 이후 "유럽 각국이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고 추구해온 영토 수호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영토 수호는 로마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제국 건설의 꿈과 맞닿아 있는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그 패권다툼의 중심부에 "독일 영토"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자는 이 책의 논지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해냅니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역은 고대 서로마 제국의 핵심 지역이자 로마제국의 명칭을 이어받은 신성로마제국, 즉 유럽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영토다. 그 영토를 차지하고 그 곳을 다스리는 황제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오늘날의 유럽이 형성됐으며, 그 투쟁의 결과로 유럽이 세계의 주역이 됐다는 것이다"(1권, 9).

 

"신성로마제국은 유럽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그 합법성을 제공하는 원천"이었기에, 많은 나라들은 신성로마 제국의 영토를 놓고 전략적으로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바로 그 격전지가 독일 땅이라는 것이고, 그 땅은 "힘의 원천지"이면서, 동시에 "위협이 끊이지 않는 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핵심 지역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럽의 심장부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면서,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근세 초기에는 황제의 나라라는 정치적인 정통성도 지니고 있었다"(2권, 442).

 

독일은 유럽이 독일을 지배하려는 투쟁으로 많은 굴곡을 겪어왔는데, "독일에서 승리해야 아메리카를 차지할 수 있다"는 월리엄 피트의 말이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줍니다. 이 책은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잉글랜드 해군이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은이 적국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신성로마제국 내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려고 한 것,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독일에 맞서 팽창 정책을 실시한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 탠생의 기반이 된 벨푸어 선언을 통해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카어저에 맞서 투쟁하게 한 것 모두가 독일과 관련이 있"(1권, 26)다는 것을 밝힙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유럽에서 발생한 이념 투쟁의 각축장이기도 했는데, 저자는 종교 개혁과 마르크스주의, 나치즘 등이 모두 독일에서 탄생하고 구체화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환기시킵니다.

 

근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역사를 탐구해온 저자는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의 시기로 접어든 유럽이, 더 강력한 연합을 형성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산산이 흩어지게 될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이모든 것은 독일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이 앞으로 좀 더 통합될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국가 연합 형태로 남게 될지 여부는 독일의 결정에 달려 있다(443).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한 독일이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영국 정도가 독일에 비길 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역사는 "중부유럽을 장악했던 국가가 유럽을 지배했고, 유럽을 지배했던 국가가 궁극적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왜 어느 한 국가가 유럽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했는지가 이해됩니다. 유럽 세력의 균형, 독일의 미래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는 지닙니다. 저자는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다 .... 유럽사를 지역사로만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윌리엄 에워트 글래드스턴 영국 수상의 말을 인용해, 이 책이 단순히 유럽사가 아님을 역설합니다. 신성로마제국과 맞닿아 있는 유럽사를 알면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혜안과 안목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역사를 알아야 세계사의 흐름을 알고, 세계사의 흐름을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책의 두께가 주는 부담감에 비해 잘 읽히고 번역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끔 보면 인생사를 꿰뚫는 도인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이나 정세의 변화를 귀신 같이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삶에 작용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법칙 또는 어떤 흐름, 또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읽어내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는 자연 법칙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세계와 나를 관통하는 삶의 법칙, 그러니까 인생사를 통합적으로 꿰뚫는 어떤 혜안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경'과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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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표현 900 : 일상회화 편 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시리즈
김대운 지음 / 토마토(TOMATO)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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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정말 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표현 900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영어 공부는 아예 끊으셨나요? 학교 졸업하고 영어와는 영영 바이바이를 하려고 했는데, 갈수록 영어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갑니다. 춘천 가는 열차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데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청년을 봤을 때, 선교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는 팀원들을 봤을 때, 그들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고 싶다는 소원이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몇 마디 단어들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꼭 필요한 표현만 익혀도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영어 회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기본을 익히자, 이 책은 그런 취지에 잘 맞는 교재입니다.  

 

 

 

 

 

"아이 원-트 해-브 스테익 포- 디너-."

 

 

"저녁식사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라는 뜻입니다. 외국어를 마스터한 사람들을 보면 제각각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게 가장 맞는 방법처럼 보였던 것이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한국어로 영어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써놓고 억양을 살려서 입으로 익히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외국어를 마스터했다는 증인들이 제 주변에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말로 영어 발음을 써놓은 책들을 찾도 있었는데 드디어 만났습니다! mp3로 원어민의 발음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확인해가며 연습이 가능합니다.

 

 

 


 

 

<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표현 900>은 총 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에서는 회화 패턴(60개)을 연습하고, Part 2에서는 기능별, 상황별로 일상회화 표현을 연습합니다. <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표현 900>은 정말 꼭! 필요한 영어회화 표현을 수록한 교재입니다.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 공부에서 기초는 가장 쉬운 단계이기도 하지만, 또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를 모르는 것은 괜찮은데, 기초적인 문장을 모를 때는 정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하니까요.

 

한국어 책을 읽듯이 영어 문장을 읽어가려 합니다. 상황별로 자주 쓰이는 단어도 수록해주고 있는데 단어도 역시 한국어로 발음을 표기해주고 있기 때문에 한 번씩 쭉쭉 읽어보기 좋습니다. 이 책은 오랫 동안 영어 공부를 했지만 영어가 늘지 않는 분들,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는 분들, 오랫동안 공부를 쉬신 어머님이나 아버님, 속성으로 회화를 익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느 산골 마을의 교회에서 목회하는 사모님이 교육 환경이 열악하여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영어 공부를 전혀 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깨달음이 있어서 영어로 된 동화책 아래 한국말로 발음을 써놓고 억양을 살려서 매일 읽는 연습을 시켰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외국 여행 한 번 다녀오지 않는 아이들이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이들보다 더 영어를 잘 구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어머니에게도 선물하려 합니다. 중국 여행을 함께 다녀왔는데, 몇 마디 말이라도 배워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참 즐거우셨던 모양이에요. 그때 배운 중국어를 지금도 가끔 떠올리며 즐거워하십니다. 한국어 발음을 보고 동화 읽듯이 연습을 하면 몇 마디 말이라도 자신 있게 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언어는 그렇게 자꾸 번식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어로 읽으니까 부담도 없고, 입에도 쩍쩍 붙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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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4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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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논리가 있어야 하고, 덧붙여 문법적으로 단정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명료해야 합니다. 더 쉬운 말로 하면 조리가 있어야 합니다. 글의 앞부분에서 말한 것을 뒤에서 뒤집는다든다 하면 안 되겠죠. 논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12).



<고종석 문장>은 "한국어 글쓰기 강좌"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두 번째 책이라 기획이나 구성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어 저처럼 사전 지식 없이 두 번째 책부터 읽는 독자들은 좀 어리둥절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책을 읽으려 했는데 갑자기 강좌가 열리는 현장으로 순간이동을 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고종석 문장>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문법에 딱딱 맞아떨어지고, 명료한 글", 그러니까 아주 표준적 문장입니다. 고종석 선생님은 작가로서의 노하우나 철학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렇게 답변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원칙적으로 표현적 기능보다는 의사소통 기능을 중시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름답게 쓰려는 노력보다는 명료하게 쓰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입니다"(397). 그렇다고 아름다운 문장을 경시하거나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가 명확한 문장을 우선한다는 뜻이며, 그런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강좌에서 '좋은 글"이란 "명료한 글"과 같은 의미입니다.


명료하고 아름다운 글의 좋은 예로 김현의 <'말들의 풍경' 시작하며>란 글을 함께 읽는 것으로 강좌가 시작됩니다. 글쓰기 실전에서는 고종석의 <자유의 무늬>라는 책을 함께 읽으며 첨삭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글의 요건을 함께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강좌가 진행됩니다. 하나의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예문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글을 읽어나가며 좀더 좋은 문장이 되려면 어떻게 첨삭하는 것이 좋은지를 보여줌으로써 좋은 글의 요건을 세워나가는 식입니다. 같은 말이 되풀이 되는 문장을 고치고, 균형감과 대칭성이 맞지 않는 문장을 고쳐나가가 보면 저절로 명료한 글에 대한 원칙이 세워집니다. 실전을 통해 이론을 세워나간다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전혜린의 글, 피천득의 글을 나쁜 예로 제시하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전혜린의 글은 "구별짓기의 나쁜 예"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가차없는 비판을 가합니다. "솔직히 말해 전혜린의 문장은 형편없습니다. 이국적 취향의 단어들을 점점이 박았을 뿐 문법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한 문장, 기다란 울림을 주는 성찰적 문장이 거의 없어요. … 정직하게 기록하지 않고 속된 말로 완전히 '뻥을 쳐서' 글을 썼다는 것. 그래서 저는 전혜린의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주 나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121). 서슬퍼렇죠?


아사코와의 인연을 그린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글도 혹독한 비평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글쓴이가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지를 스스로 폭로한 거예요. 자기자신의 헐벗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거죠. 내면의 천박함, 그리고 자기가 살았던 역사나 사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는 것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드러낸 겁니다"(127).



"스타일만 가지고는 마음의 천박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올바르고 기품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제일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천박함을 절대 글에서는 드러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생각이 양식과 동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스타일이 훌륭해도 독자들은 거기에 혐오감을 지니게 됩니다"(127).


저자의 강좌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린 부분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첫째, 명료한 문장으로도 가슴에 쿵 소리가 울리는 감동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둘째, 좋은 글을 쓰려면 비판과 성찰의식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을 쓴다는 것은 할 말이 있다는 것이고, 할 말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비판적 시각이나 성찰이 없다면 우리가 하는 말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고, 하나마나 한 이야기가 되고, 앵무새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리로 여겨지는 것들을 약간 거리를 두고 보자. 모든 것을 의심하자"(160)는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밖에도 "글을 쓴 뒤에 소리 내어 읽어보라",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늘려야 한다", "한 문장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말자", "균형감, 대칭성은 글에서 굉장히 중요한 미적 요소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려고 노력하라"는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가 있다면 이 책은 둘 다 일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직접 글을 써보도록 유도하고, 또 어떤 책은 명확한 이론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고종석 문장>은 둘 다 하는 듯 하면서 둘 다 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실제 글이 아니라 '생각'을 먼저 수정하는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고종석의 <자유의 무늬>를 읽었다면 이 책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 하나와, 앞으로 글을 쓸 때 어떻게 고치면 좀 더 명료해질까 하는 물음이 생기겠구나 하는 것이 최종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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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박 토익스피킹 익스프레스 678
조앤박 지음 / learning.365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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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스피킹 레벨 6 7, 8을 목표로!

 

 

 

요즘 '비정성회담'이라는프로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말로 토론까지 하는 실력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방송이 거듭될수록 우리말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프로가 제게 새삼 깨우쳐준 것이 있는데, 외국어는 소통, 그러니까 대화를 위해 배운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다소 충격적인 까닭은, 그동안 영어는 입으로 배우는 언어라는 인식이 제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눈으로 머리로 글로 공부하는 습관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탈출구는 찾은 느낌입니다! 무조건 "입으로 말하기!!!" 전에도 입으로 말하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생생한 깨달음은 아니었습니다. 입으로 말하기 위해 자꾸 손으로 단어를 쓰고, 눈으로 문법을 익히고, 머리로 문장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입으로 영어를 훈련하면서도 말하고 있다기 보다 암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한 단어라도, 짧은 문장이라도, 자꾸 "말"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제야 제대로 감 잡았습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진들에게 한국말을 잘하는 비결을 물으니 "외국말로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과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입을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로 즐겁게 영어를 공부해볼까 합니다.

 

영어로 말하기 훈련을 목표로 <조앤박 토익스피킹>에 관심을 갖은 것은 나늠의 꿩먹고 알먹기 전략 때문입니다. 어떤 공부든지 목표가 분명해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데, 시험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영어 점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손을 놓고 있는 대학원 공부도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있습니다.

 

<조앤박 토익스피킹 익스프레스 678>은 토익스피킹 레벨 6 7, 8을 목표로 하는 교재입니다. 저자 선생님은 스피킹 비법으로

 첫째, 정확한 어휘 / 패턴 암기!

둘째, 앵무새처럼 반복!

셋째,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외운 걸 꼭 써먹고 말겠다는 배짱!을 꼽습니다.

 
 

<조앤박 토익스피킹 익스프레스 678> "암기할 내용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엮었"다고 밝힙니다. 토스(토익스피킹)은 절대로 어렵게 공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 강사 선생님의 당부입니다. 어려운 어휘로 어설프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쉬워도 정확하고, 요점이 분명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QR 코드를 읽으면 MP3와 동영상 보기가 제공됩니다. 토익스피킹은 특정 지문을 막힘 없이 읽기,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장면을 묘사하기, 짧은 질문에 답하기, 정보를 사용해 질문을 듣고 답하기, 해결책 제안하기 등을 테스트합니다. <조앤박 토익스피킹 익스프레스 678>은 동영상 강의로 먼저 파트별로 문제 유형을 정리하고 고득점 포인트를 짚어줍니다. 시험에 대비하시는 분들은 짧막한 동영상 강의를 먼저 보고 실전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강사님 강의가 시원시원합니다. <조앤박 토익스피킹 익스프레스 678>의 특징은 간결하다는 것, 핵심만 담았다는 것, 자신의 수준에 맞춰 6, 7, 8레벨별로 공부할 수 있는데, 6레벨의 수준에 7레벌을 엎어가고, 7라벨의 수준에 8라벨을 엎어간다는 느낌으로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토익스피킹은 영어로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라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은 물론, 저처럼 영어로 말하기 훈련을 제대로 익히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교재라고 생각됩니다. 시험은 항상 어떤 표준을 제시해주니까요.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이번엔 영어 공부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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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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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이제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김이 서려 뿌연 열차 창에 와서 부딪히는 동안 종이에 글은 길고 긴 음절의 그물이 되어 그의 입 밖으로 나왔다. (...) 그와 같은 칸에 탄 승객들에게 그는 글을 읽어주는 남자, 주중이면 매일 크고 또렷한 음성으로 가죽 가장에서 꺼낸 몇 장의 글을 낭독하는 조금 이상하고 별난 사람이었다. 그 글들은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책들에서 떨어져나온 낱장들이었다"(13).

 

  

6시 27분, 이른 아침 전철 안에서 매일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있습니다. 경건한 아침 의식처럼 그 남자가 출입문의 오른쪽에 달려 있는 보조의자에 자리를 잡으면 열차 안은 차츰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남자는 늘 들고 다니는 가죽 서류가방에서 종이 서류철을 꺼내 큰 소리로 낭독을 시작합니다. "요리책 낭독에 이어, 소설의 48페이지를 낭독하는가 하면, 탐정소설의 한 페이지를 읽은 다음, 돌연 역사책 한 페이지를 읽는 식"(13-14)입니다. 그가 읽는 것은 책에서 떨어져 나온 낱장들이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길랭. 그는 책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그가 출판계 임원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의 직업은 책 파쇄공입니다. "체르스토르 500"이라는 파쇄기를 작동시키는 것이 그의 일인데, 그는 이런 단어들로 그 기계를 묘사합니다. "이름에서 죽음의 냄새가 배어"오는, "거의 11톤이나 되는 괴물", "파쇄만이 유일한 기능", "전부복과 같은 색상", "추함", "맹렬하게 돌아가며", "무시무시", "뼛속 깊은 증오심." 그의 선배에 의하면, "이놈은 집단학살자!"인데 길랭은 이것이 "놈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23)라고 동의합니다. 그토록 증오하는 일을 15년 넘게 하며 살아온 길랭은 "그 일이 너무나 지긋지긋해서 오장육부가 터지도록 소리를 지를 때"(142)도 있습니다.

 

직장 선배 주세페는 대량 파쇄 후 기계 안에 남겨진 낱장들을 "살아 있는 살갗"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감정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이 녀석들은 대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생존자들이야, 애송이"라고 말하곤 했다"(52-53). 길랭이 매일 아침 6시 27분, 전철 안에서 낭독하는 낱장들은 바로 이 대학살에서 살아 남은 "살갗"들입니다. 이 아침 의식이 그의 삶에 유일한 위안입니다.

 

 

 

 

 

"길랭 비뇰의 삶에 그 기기가 끼어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118).

 

 

어느 날, 그의 삶에 끼어든 USB 하나로 인해 무채색이었던 그의 삶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순전히 우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총 72개의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USB. 그것은 누군가의 일기장 같기도 하고, 낙서장 같은 원고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길랭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웬 여자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혹시 누군가의 글만 보고 그 글을 쓴 이에게 사랑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책을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이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김연수. 내가 읽은 그 한 권의 책말고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그의 얼굴도 몰랐지만, 나는 분명 사랑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유부남이라는 걸 알고 금방 마음을 접어야했지만요.

 

USB에 저장되어 있는 72개 파일을 단서로 "낯선 여자"를 찾아 헤매는 길랭을 보며, '이렇게도 사랑에 빠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주운 사진 속 여자에게 반해 지구 반바퀴를 여행하는 남자 이야기는 읽어봤지만,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여자에게 위로를 받고 동질감을 느끼는 남자는 길랭이 처음입니다.

 

길랭의 삶은 이제 그 석류빛의 USB를 줍기 전과 줍기 후로 나뉩니다. USB를 줍기 전, 그의 삶은 없는 것투성이었습니다. "없는 것투성이 하루. 욕망도 없고, 식욕도 없으며, 갈증도 없고, 심지어 아무런 기억도 없는 하루. 루제드 릴(그가 키우는 금붕어)과 그는 하루 종일 빙글빙글 맴만 돌았다"(84). USB를 손에 넣은 후, 그의 삶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희미한 색상을 생기 있게, 심각하고 근엄한 것을 덜 진지하게, 겨울을 덜 춥게,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딜 만하게, 이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추한 것을 덜 추하게, 요컨대 나의 삶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224). 이런 사랑 해보셨나요?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는 가을에 읽기 좋은 책입니다. 읽는 재미가 반감 될까 말을 아끼고 싶지만, 체르스토르의 뱃속으로 빨려들어가 두 다리를 잃은 주세페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과정, 낭독 중에 19금 페이지가 튀어나와 당황한 길랭과는 달리 "몰개성적인, 기능적인, 무미건조한" 환경에 내던져진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이에 조용히 생기가 퍼져가던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가을만큼 쓸쓸한 계절도 없지만 가을만큼 사랑하기 좋은 계절도 없는 듯합니다. 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우정과 사랑이 가을 햇살처럼 시린 가슴 안으로 따스하게 스며드는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올 가을 낙엽지는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가 이 책이 전하는 온기에 가만히 마음을 맡겨보아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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