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해지는 추리 퀴즈 1단계 섹시한 두뇌계발 시리즈 2
팀 데도풀로스 지음, 박미영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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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추리지수를 높여주는 두뇌 게임!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는 추리소설처럼 즐길 수 있는 두뇌 게임입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총 세 명의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풀어갑니다. 조류협회 회원이며 홍차 애호가이자 미스터리에 엄청난 열정을 보이는 추리광 메리 밀러, 관찰력이 뛰어나며 사소한 것에서도 단서를 잘 찾아내는 건축가 올리버 제임스, 사건 해결률이 높이 명성이 높은 경감 '패팅턴' 파나키 경감이 그 주인공입니다. "메리 밀러"와 "올리버 제임스"는 본격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특기를 살려 주변 인물을 돕습니다.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는 초급 단계와 고급 단계가 있는데, 이 책은 '초급 단계'(1단계)입니다. 짧은 이야기라 등장하는 인물마다 "별로 이야기할 게 없다"고 하고, 또 독자들도 별로 들은 이야기가 없는 듯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 짧은 진술 속에 분명한 허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초급 단계답게 정답을 공개하기 전에 단서가 될만한 '힌트' 단어까지 제공합니다. 


맛보기로 문제 하나를 풀어볼까요?

제임스 힐린스는 작은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 후, 부엌 메이드 헤일리 존슨이 식품식에서 고액권을 자기 지갑에 넣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메이드는 누군가 자기 쟁반에 놓은 책의 69쪽과 70쪽 사이에 지폐가 끼어 있었고, 그건 필시 어느 신사분이 부인 눈에 띄지 않게 자기를 배려해주느라 그런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멜리 밀러는 그것이 훔친 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메리 밀러는 어떻게 훔친 돈이라는 것을 알았을까요? (힌트는 책입니다.)


쉽게 정답을 맞추셨나요? 저자가 공개하는 해답은 이것입니다. 

"책은 첫 번째 낱장의 앞면에서부터 페이지 번호를 순서대로 매기기 때문에 69과 70쪽은 같은 종이의 앞뒷면이 된다"는 것입니다(92-97).



이 책의 추리 퀴즈를 풀려면, 위의 경우와 같이 책에 관한(?) 상식, "AD 302라는 연도 표기가 왜 오류인지" 알아볼 수 있는 역사 지식, "영어에서 가장 흔하게 철자가 틀리는 단어 100개"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영어 수준, "구리는 불꽃을 튀기지 않는다"는 화학 상식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건을 주의 깊에 읽고 용의자들의 진술이나 정황을 잘 살펴보면 '단서'를 금방 알 수 있는 수준입니다. 1편부터 37편까지 같은 수준의 추리 퀴즈(두뇌 게임)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나중엔 공식처럼 허점이 훤히 드러나보일 정도입니다. 이 책은 초급 단계의 추리 퀴즈가 반복되기 때문에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초급 단계 수준은 확실히 마스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리 소설 매니아라면 바로 고급 단계로 직행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영국 추리 퀴즈의 거장이라 불린다는 저자는 이렇게 확언합니다. "매일 퀴즈나 퍼즐을 풀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진짜 도움이 된다"(프롤로그 中에서). 이 책은 그 퀴즈나 퍼즐을 굉장히 즐거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두뇌게임입니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추리 소설처럼 재밌게 읽으면서, 추리에 참여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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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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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226).



우 박정민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생긴 것은 영화 <동주> 인터뷰를 보고 나서입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의 (구) 남친으로 나왔을 때도, <전설의 주먹>에서 황정민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을 때도 배우 박정민은 낯은 익은데 잘은 모르겠는 그런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동주> 인터뷰에서 '송몽규'를 연기하기 위해 송몽규의 옛집과 묘소가 있는 용정을 자비로 다녀왔다고 수줍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무엇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들끓지 않는 열정이었습니다. 어쩌면 들끓지 않아서 더 매섭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동주>를 본 것이 그 인터뷰를 보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박정민이 곧 송몽규였고 송몽규가 곧 박정민이었던, 허공의 먼지까지도 한 편의 시어 같았던 흑백영상이 실존인물뿐 아니라 그 영화에 나온 사람들,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까지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산문집을 잘 읽지 않는 내게,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말입니다.


<쓸 만한 인간>은 글을 한번 써보라는 <topclass>(잡지사)의 제안에, "아버지가 주는 돈 말고 내 돈으로 PC방을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결과물입니다. 배우 박정민의 숨겨진(!) 글솜씨를 알아본 건 그 잡지사에 근무했던, 지금은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박소영 기자라고 합니다. "저는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믿어요. 박정민을 좋아하는 분들이 칼럼을 통해 박정민을 좀 더 잘 알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요"(186). 싸이월드만 보고 탁월한 글쟁이를 알아보는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서, 어쩌면 배우 박정민의 진자도 먼저 알아볼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 바람대로 그의 글을 통해 배우 박정민을 더 알게 됐고, 더 좋아하게 되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배우 '박원상'이 누구인지 찾아보았고(죄송해요. 이번 기회에 성함을 확실하게 외웠습니다!), 연기를 위해 그가 중퇴한 명문대는 어디인지 찾아보았고(와우~ 고려대!), 그의 벨소리이기도 하다는 Des'ree(데즈레)의 'You gotta be'(유가다비)라는 노래를 찾아듣기도 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에 밑줄을 긋기도 했고(실제로 밑줄을 그은 문장은 이보다 훨씬 많으며!), 영화 <오피스>를 꼭 챙겨보려고 메모를 해두기도 했습니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저자의 말 中에서).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지찔했었다(70).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65).
모두가 강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의 팀을 강팀으로 만들 수는 있을 거다(145).
모르는 것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 시대다(235).



<쓸 만한 인간>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학창시절 박정민은 영화 <피 끓는 청춘>에서 그가 맡았던 '황규'와 가까워 보입니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지만, 진지함 속에 개구진 모습이 있고, 개구진 모습 속에 또 진지한 구석이 있는, 바닥까지 절망했다가도 또 튕겨오를 줄 아는, 같이 여행 다니면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 절대 같이 여행 가자고 하지 않을,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그런 남자라고나 할까요.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공부는 잘하고, 찌질한가 싶은데 또 꽤 도전적이고, 진중한 구석도 있지만 대체로 웃깁니다! 뭐 이런 식으로!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큰어머니들이 "우리 정민이는 인물이 훤해. 잘생겨서 좋겠다"라고 습관처럼 그 실언들을 내뱉지만 않으셨어도 본인은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솔직히 정민이가 잘 생긴 건 아니지. 연기파지 연기파"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회피 스킬 +1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68).



<쓸 만한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나이와 상관 없이 청춘의 피가 끓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보내는 책입니다. 대단한 그 누군가가 대단한 교훈을 남기며 보통 사람들을 기죽이는 그런 위로가 아니라,  소소한 삶의 경험들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그런 위로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험들까지. 



살고는 있구나. 굉장히 의외지만 다들 살아있긴 하구나. 죽지 못해 살더라도 살아는 있구나. ... 살아있다는 건 경험 속에 있다는 거다. 나는 지금 노트북에 묻은 짜장면 국물을 한 달 동안 지우지 않으면 결국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난 맨날 경험해. 경험쟁이야. 아무튼 경험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고 적응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괜찮아지는 것일 테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만 살아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생각지도 못하게 당신 주변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주변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놀라운 일이다. 굉장히 의외다. 살아있을 줄 몰랐는데, 살아있다는 거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그냥, 고마워하면 된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갑자기 보고 싶어졌을 때 볼 수는 있게 살아준 당신이 참 고맙다, 라고 생각하자는 거다(63-65).


이 책을 읽고 처음엔 배우 박정민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습니다(서평을 빙자하여). 진심으로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로 오랫만에 발동한 팬심입니다. 글을 보고 좋아진 사람은 헤어나올 길이 없으니, 출연하는 작품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는 약속을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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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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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인류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종교는 세상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4).



한국은 다종교 국가입니다. 다종교 사회는 기본적으로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을 야기하는 기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종교 상황에서도 무력적 충돌이나 두드러진 분쟁 없이 비교적(!) 조화로운 공존의 모습을 보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함께 종교 선택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종교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도 가족 간에는 높은 종교일치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 마을에, 내 옆집에 어떤 종교를 가진 이웃이 살든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유독 가족 내에서는 종교 갈등 양상을 보입니다. 그 원인이 한국적 가족주의에 있다는 논문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족주의의 전통은 가족의 일체감을 강조하여 가족의 종교적 통일성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가족 내 종교 갈등이 제 논문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내에서는 종교 갈등과 분쟁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지만,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 분쟁만 보아도 종교갈등은 세계평화로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도로 읽는"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현상 뒤에는 대개 '종교'가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에 따라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지고, 세계 역사를 보는 관점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종교를 공부하는 것은 세계사의 흐름뿐 아니라, 세상사의 흐름까지 같이 읽어내는 작업인 것입니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종교지도"를 중심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5대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힌두교)의 기본적인 특징(발상지, 창시자, 핵심 교리, 경전, 성지, 교파 등)뿐 아니라, 세계 뉴스, 세계 경제, 세계 분쟁, 종교 상식까지 두루 통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데, "지도를 보면 비가 적은 중동의 건조한 지역에서 일신교가, 비가 많이 내리는 인도 동쪽의 온난 다습한 지역에서 다신교가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왜 건조한 지역에서 일신교가, 온난하고 다습한 지역에서는 다신교가 생겨났을까?"(15-16)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은 이것입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물을 구하기도 어려워, 살아남으려면 하나로 똘똘 뭉쳐 혹독한 자연과 싸워야만 했다. 그래서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고, 그렇게 집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일신 신앙이 싹튼 것이다. 한편 온난 다습한 지역에서는 자연환경의 혜택으로 인해 적은 수의 사람만 모여도 자립해서 살 수가 있다. 생존하기 위해 하나의 신을 받들며 일치단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마다 다른 신을 믿는 다신교가 생겨났다"(16). 따라서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상지의 지역적 특성, 지리적 환경, 구성원 성격 등을 고려해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종교지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이처럼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지구촌의 주요 이슈의 뿌리에 종교 문제가 있음을 일깨워주며, 흥미로운 상식도 많이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선거 운동에서는 어떤 후보든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초대형 교회부터 순회하며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질 정도"(84)인데, 이처럼 "바이블 벨트"라 불리는 개신교(복음파) 세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또 터키가 EU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는 종교 때문이라는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의 패권은 대부분 기독교, 그중에서 개신교 국가들이 쥐게 되었는데, 앞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중에는 개신교 국가가 거의 없다는 것, 오일 머니가 관광사업과 금융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자본이 거세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IT 산업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무너뜨릴 가능성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나는 무교이다, 무신론자이다"라고 생각하며, 종교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를 둘러싼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뿌리에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극렬 반대하는 것이 '기독교' 세력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동성애나 동성 결혼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종교는 '이슬람교'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기독교도가 대다수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231)임을 지적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분쟁 형태로 나타나 세계를 요란하게 하지만, 사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말 뿌리까지 내려가면) 기독교 신앙에 뿌리는 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사실 완전히 이슈를 꺼내든 책은 아닙니다. 상식 수준의 시사 이슈를 정리한 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종교에 대한 이런 상식이 종교인들의 내면과 삶 안에 일으키는 '역동'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5대 종교를 굉장히 넓은 시각에서 통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국제정세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측면에서도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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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고 싶다 - 가슴 설레는 연애에서 아름다운 결혼까지
매트 챈들러.제러드 윌슨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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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결혼생활은 전혀 갈등 없이 행복한 날만 펼쳐진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비성경적인 관념이다. 많은 커플이 이렇게 현실을 전혀 모른 채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가 지독한 갈등의 연속을 경험한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다. 하나님은 이 타락한 세상에서 부부가 헛된 기대와 환멸 속에서 살기를 바라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두 부부가 결혼생활을 통해 서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그분을 더 깊이 의지하게 되기를 원하신다"(192).



후배 중 한 명은 선교단체 훈련 중 지금의 배우자를 만났다. 후배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정하신 한 날에 어떤 형제가 후배를 찾아오리라는 예고를 들었고, 형제 안에서 안식하게 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도 주셨다고 한다. 정확히 그날 한 형제가 후배를 찾아왔고, 둘은 하나님의 응답을 강하게 확신하며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결혼생활은 후배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형제 안에서 안식하기보다 다투고 상처받는 날이 더 많았던 것이다. 하나님의 확실한 응답이 있어도 결혼, 어렵다.


결혼을 앞둔 크리스천 젊음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하나님의 응답(뜻)을 구한다. 그런데 그 응답이라는 것이 이 형제가, 또는 이 자매가 하나님께서 짝지워주신 그 내 반쪽이 맞는지, 단순히 "Yes or No"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비전이나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이 추구해야 할 사명을 묻는 커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 어떤 청년은 교회에서 배우자를 만나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세상 사람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외모, 학벌, 집안, 능력, 재력 등)에 신앙도 좋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하나 더 추가되기 때문이란다. 


우리 삶의 많은 것이 하나님의 뜻에 어그러져 있지만, 남녀관계와 연애, 결혼만큼 어그러져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결혼, 하고 싶다>는 목회 현장에서 결혼을 앞둔 커플과 결혼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수천 시간의 상담을 진행한 목회자가 "남녀관계와 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책이다. 저자는 남녀관계, 특히 결혼 문제를 푸는 비밀은 바로 하나님께 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혼을 설계하시고 만드시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이보다 누가 결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겠는가! 더 복된 소식은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의 결혼생활을 도우신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그분을 신뢰하고 의지할 때말이다.


<결혼, 하고 싶다>는 '아가서'를 통해 첫 만남(끌림)에서부터 데이트(연애), 구혼, 결혼식의 과정, 친밀함(성), 갈등, 부부 사랑, 함께 늙어가는 삶까지의 과정을 살피며 성경적 교훈을 나눈다. 성경 안에 이처럼 로맨틱한 사랑과 결혼, 성에 관한 노골적인 말씀이 들어 있다는 걸 알면 깜짝 놀랄 지체들이 많을 것 같다. "그것은 성이라는 주제가 아가서를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98). (소그룹으로 읽고 나눔의 시간을 가지면 엄청 재밌어 할 듯). '결혼예비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신혼부부는 확실히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는 걸 옆에서 많이 지켜봤다. 배우자를 찾으려 하는 청년들은 물론,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배우자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 참 얄궃다. 모든 설렘과 두근거림이 바로 거기에 있는 데 말이다. "그 어떤 이성도 당신을 완전하게 해 줄 수 없다. 오직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을 배우자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마라"(119). 그런데 이상형을 꿈꾸며 기대에 부풀었을 때보다 결혼생활은 어려운 것이며 100% 완벽한 배우자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지금, 결혼생활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긴다. 아이를 낳지만 저절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우리 모두 '결혼'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를 느낀다. 배우면 배울수록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참으로 신비로우며 복되고 영광스러운 사명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우리 함께 결혼이라는 불가해의 신비를 즐기자. 그리고 모든 영광을 결혼의 저자께 돌려드리자"(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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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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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었다"(10).


시인도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몰랐다는데 저 같이 평범한 소시민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늘 속으로 되내였지요. 이 일만 끝나면 나도 꽃보러 가야지. 그렇게 봄, 여름 보내고 어느 새 또 가을입니다. 이 가난한 소시민은 여전히 '지금 하고 있는 바쁜 일만 끝나면 나도 가을 속으로 들어가야지' 공허한 결심만 해대고 있습니다. 가을이 가버릴까 조바심치며 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습니다. <다시, 쉬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라는 책 제목을 보고, 시인이 나를 찾는구나 싶으면서도 망설였지요. 하루 종일 앉아서 보내는 책상, 그 달력 안에 더 들어갈 여백도 없이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숨은 쉬고 살자, 그래도 숨통은 트이게 해주어야지 하는 오기로 할 일 위에 이 책 읽기를 보탰습니다. 




"현실에서 나는 여전히 돈과 일과 힘 있는 손이 쥐고 흔드는 대로 휘둘렸으며, 순하게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어수룩 하게 당했으며, 아무리 달려도 생활은 거기서 거기였으며, 꽤 달려다고 생각해도 여전히 힘 있는 손아귀에 뒷덜미가 잡혀 있었다"(10).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는 시집이면서 동시에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시인이 시를 읽어주는 산문집이라 시도 있고, 감상도 있고, 시론도 있고, 생각도 있고, 이야기도 있습니다. 시를 들고, 이야기를 들고 나선 시인이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밥에 붙들린 사람들, 밥을 위해 삶과 현실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냥 한 단어로 '직장인'이라고 해도 되는 것을, '직장인'이라고 발음을 하려니 외계어처럼 어색하고 생소해지는 이유는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시의 세계에 잠겨 있다 현실계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시인은 이들을 찾아 시로 숨 쉬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시 호흡법'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하는 전철에서 이 책을 읽었지요. 퇴근 후 읽으면 폭식을 하듯 한꺼번에 다 읽어버릴까봐 머리를 좀 쓴 것입니다. 시를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고 고백하고 싶어졌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보면 무례한 몸짓 하나에도 확 짜증이 솟구치고, 버릇 없이 밀치고 가는 학생 뒤통수에 대고 조용히 욕을 한 적도 많았는데, 시를 읽는 동안에는 안 그랬다지요. 시를 읽어서일까요? 어느샌가 마음이 순해졌더라고요. 짜증대신 혼자 가만히 미소 지으며 이렇게 계속 넉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답니다. 


이것은 살육과 잔혹 행위가 없는 전쟁.

땀방울과 질주, 우연들의 날뜀,

궁극의 평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 축구, 장석주


세상 모든 전쟁도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총칼이 없는 싸움. "땀방울과 질주"가 무기인 싸움(130).


이런 시를 읽은 마음이 어떻게 순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를 읽으며 처음으로 해본 생각은 시를 읽는 건 세월을 읽는 시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들어가는 것이 좋은 딱 한 가지 이유를 찾았습니다. 세월은 시를 담는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요. 


그녀는 소리 없이 산소 호스를 뽑고 침대를 내려가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문 쪽으로 갔다 인기척에 놀란 내가 억지로 그녀를 데려와 다시 침대에 뉘며 물었다

- 엄마 어디 가시는 거예요?

- 어딜 가긴, 부엌에 가지. 빨리 밥을 지어야지

- 아이구 엄마두 여긴 병원이에요 부엌은 없어요

- 무슨 소리냐 부엌이 없다니 그럼 넌 뭘로 도시락을 싸가고 너희 아버진 어떻게 아침을 드시니?

- 엄만 지금 아파요. 이젠 밥 따윈 안 해도 된다구요!

- 큰일날 소리! 아버지 깨시기 전에 서둘러야지

- 엄마! 여긴 병원이라구요 부엌은 없어요!

- 얘야, 세상에! 부엌이 없는 곳이 어디 있니? 어디나 부엌은 있지 저기 보렴 부엌으로 나가는 문이 비스듬히 열렸잖니

... 

엄마는 입술이 점점 파래지더니 까무러쳐서 오래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나는 그녀가 기어이 그 긴 복도를 걸어 나가 엄청나게 큰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 부엌(상자들), 이경림


세상 한복판에 걸린 큰 밥솥을 위해 아버지와 아들은, 아침마다 전철과 버스와 도로는 출근 전쟁이다. 세상은 큰 밥그릇 싸움터다. 그러니 어서 부엌으로 가 밥을 해야지 병원에 누워 있거나 죽을 틈이 어디 있겠는가. ... 어머니이기도 한 이경림 시인은 마지막까지 밥을 하려다 순교한 어머니 잎에서 망연자실한다. 밥의 역설 어머니의 역설 앞에서 말을 잃는다(135-136).


굴욕적일지라도 내가 살아온 세월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 시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겠어요. 아이들은 아마 모를거에요.




잠깐의 짬이었지만 다시, 시로 숨을 쉬며 생각했습니다. 시를 짓기 좋은 터가 있다면, 내 마음이 그런 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나, 지금, 여기, 너 밥 먹는 일, 바람 소리, 나를 보는 강아지의 궁금한 눈빛.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이 감추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경이로움"(141). 이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시의 신비입니다. 내 비록 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는 가난하고 비루한 삶일망정, 이 신비를 잃지 않는 그런 마음이고 싶습니다. 정체를 숨긴 외계인처럼 나는 쉬로 숨 쉬는 사람이라는, 그런 비밀을 가슴에 몰래 품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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