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ㅣ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인류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종교는 세상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4).
한국은 다종교 국가입니다. 다종교 사회는 기본적으로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을 야기하는 기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종교 상황에서도 무력적 충돌이나 두드러진 분쟁 없이 비교적(!) 조화로운 공존의 모습을 보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함께 종교 선택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종교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도 가족 간에는 높은 종교일치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 마을에, 내 옆집에 어떤 종교를 가진 이웃이 살든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유독 가족 내에서는 종교 갈등 양상을 보입니다. 그 원인이 한국적 가족주의에 있다는 논문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족주의의 전통은 가족의 일체감을 강조하여 가족의 종교적 통일성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가족 내 종교 갈등이 제 논문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내에서는 종교 갈등과 분쟁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지만,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 분쟁만 보아도 종교갈등은 세계평화로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도로 읽는"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현상 뒤에는 대개 '종교'가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에 따라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지고, 세계 역사를 보는 관점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종교를 공부하는 것은 세계사의 흐름뿐 아니라, 세상사의 흐름까지 같이 읽어내는 작업인 것입니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종교지도"를 중심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5대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힌두교)의 기본적인 특징(발상지, 창시자, 핵심 교리, 경전, 성지, 교파 등)뿐 아니라, 세계 뉴스, 세계 경제, 세계 분쟁, 종교 상식까지 두루 통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데, "지도를 보면 비가 적은 중동의 건조한 지역에서 일신교가, 비가 많이 내리는 인도 동쪽의 온난 다습한 지역에서 다신교가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왜 건조한 지역에서 일신교가, 온난하고 다습한 지역에서는 다신교가 생겨났을까?"(15-16)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은 이것입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물을 구하기도 어려워, 살아남으려면 하나로 똘똘 뭉쳐 혹독한 자연과 싸워야만 했다. 그래서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고, 그렇게 집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일신 신앙이 싹튼 것이다. 한편 온난 다습한 지역에서는 자연환경의 혜택으로 인해 적은 수의 사람만 모여도 자립해서 살 수가 있다. 생존하기 위해 하나의 신을 받들며 일치단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마다 다른 신을 믿는 다신교가 생겨났다"(16). 따라서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상지의 지역적 특성, 지리적 환경, 구성원 성격 등을 고려해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종교지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이처럼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지구촌의 주요 이슈의 뿌리에 종교 문제가 있음을 일깨워주며, 흥미로운 상식도 많이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선거 운동에서는 어떤 후보든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초대형 교회부터 순회하며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질 정도"(84)인데, 이처럼 "바이블 벨트"라 불리는 개신교(복음파) 세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또 터키가 EU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는 종교 때문이라는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의 패권은 대부분 기독교, 그중에서 개신교 국가들이 쥐게 되었는데, 앞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중에는 개신교 국가가 거의 없다는 것, 오일 머니가 관광사업과 금융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자본이 거세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IT 산업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무너뜨릴 가능성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나는 무교이다, 무신론자이다"라고 생각하며, 종교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를 둘러싼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뿌리에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극렬 반대하는 것이 '기독교' 세력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동성애나 동성 결혼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종교는 '이슬람교'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기독교도가 대다수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231)임을 지적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분쟁 형태로 나타나 세계를 요란하게 하지만, 사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말 뿌리까지 내려가면) 기독교 신앙에 뿌리는 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사실 완전히 이슈를 꺼내든 책은 아닙니다. 상식 수준의 시사 이슈를 정리한 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종교에 대한 이런 상식이 종교인들의 내면과 삶 안에 일으키는 '역동'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5대 종교를 굉장히 넓은 시각에서 통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국제정세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측면에서도 유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