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통독 - 예수 그리스도를 초첨으로 읽는 90일 성경 1독 비전 통독
조상연 지음 / 두란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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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읽는 습관, 통독의 은혜!

"어떻게 하면 성경을 더 잘 알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성경통독입니다. 성경필사든, 큐티(묵상)이든, 성경연구이든, 기본은 통독이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성경이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말씀을 오해하는 일이 없고, 또 다른 성경지식들도 더 잘 흡수될 수 있을테니까요.

<비전통독>은 성경이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며 통독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입니다. 통독의 은혜를 강하게 체험하신 분이라 그런지 말씀 통독의 은혜와 뜨거움이 교재 안에 가득합니다. 성경을 읽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비전통독> 구속사적 관점, 즉 예수 그리스도에 그 초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속사적 관점 안에서 '새언약'과 '왕노릇'이라는 주제로 성경 전체를 관통합니다.


<비전통독>을 따라 성경을 읽으면 은 90일이면 성경을 1독할 수 있습니다. 말씀을 읽는 것도 습관이여서 <비전통독>을 따라 말씀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1년이면 4독을 할 수 있습니다! 평생 1독도 제대로 못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가 많다고 하는데 일생에 한 번은 하나님 앞에서 결단을 하고 통독에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독 분량은 평균적으로 하루 11-15장 정도 읽어나갑니다. 가능하다면 성경을 통독하기 전에 <비전통독>을 통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고, 성경 통독 후에 다시 <비전통독>을 통해 성경을 공부하면 혼자서도 말씀 은혜 가운데로 나아가는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성경통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성경도 읽어야 하고, 교재도 읽으려고 하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럴 때는 성경읽기표만 참조하여 성경을 읽고 성경을 읽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교재를 찾아보는 식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혼자 통독하는 것이 좀처럼 습관이 되지 않는다면, 소그룹 모임을 만들어 함께 성경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매일 모이기가 힘든 지체들을 위해 각자 통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점검을 하고 은혜를 나누는 모임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비전통독>은 성경을 읽고 말씀의 은혜를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매일 '오늘의 미션'을 제시하고 있는데, 미션 내용이 참 좋습니다. 미션 내용을 실천하고 은혜를 나누거나, 일지를 쓰면 그 자체로 훌륭한 경건훈련, 영성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성경은 가까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힘을 지녔습니다. 말씀을 읽을수록, 그 말씀이 내 영혼에 달면 달수록 말씀을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충만해지니 말입니다. <비전통독>은 바로 그 말씀의 '맛'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인도하는 책입니다. 성경을 통독하며 함께 읽어도 좋고, 아니면 성경통독에 앞서 이 책을 한 번 정독한 후 성경을 통독해가며 부분적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 책 자체로도 말씀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우리의 목표는 (날 것 그대로의 말씀) 성경을 읽는 것이니까요! 그동안 성경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금방 흥미를 잃었거나, 말씀 읽는 습관을 기르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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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명화 2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3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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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간단하게 몰입할 수 있어요!

동생과 한참 직소퍼즐에 푹 빠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힘들 때마다 조용히 직소퍼즐을 즐겼습니다. 몰입하기 좋고, 그렇게 머리가 비워지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도 차분히 정리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소퍼즐은 여러 날에 걸쳐 완성이 되기 때문에 한동안 한 곳에 펼쳐 놓고 조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한 달 동안 상 위에 펼쳐놓고 있으면 가족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스티커 아트북>을 새로운 취미로 삼은 것은 직소퍼즐과 닮은 듯 다른 매력 때문입니다.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듯 스티커를 붙여 나가며 작품을 완성하는 재미가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어디서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티커 아트북은 스티커를 떼어내어 같은 번호 자리에 스티커를 붙이면 끝입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만 또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정교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멋진 작품의 완성을 위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스티커를 모양에 딱맞게 붙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선을 벗어나거나 선에 딱 맞지 않으면 여백이 생겨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스티커를 붙일 때는 집중력과 차분함이 필요합니다.

2. 난이도가 있는 작품은 스티커 조각이 매우 작은데, 핀셋 같은 것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손의 감각이 좀 둔해서 그런지 작은 스티커 조각이 손에 붙어서 떼어지지 않아 고생을 좀 했습니다.
핀셋 같은 것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조각의 삐뚫어진 각도가 다른 스티커의 각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3. 스티커를 떼어낸 뒤, 가급적 빨리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판(?)을 보면 숫자가 순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1번 옆에 2번이 순서대로 있지 않고, 1번 옆에 24번 131번 스티커가 있는 식입니다.
스티커를 떼어서 손에 들고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나중에 그 스티커가 몇 번인지 잊어버려 모양을 보고 맞추느라 애를 좀 먹었습니다.



처음 도전했던 작품입니다. 작품의 명화는 폴리베르제르의 바입니다. 난이도(난이도는 조각의 크기와 갯수가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가 낮은 것을 골라 했는데, 조각이 자리에 딱 들어맞지 않은 부분은 흰색 여백이 보여서 완성도가 좀 떨어져 보입니다. 차분하게 즐겼어야 했는데 스티커가 채워지는 것이 재미 있어서 좀 급하게 했던 탓도 있습니다.

<스티커 아트북 명화2>는 스티커를 붙이며 명화를 완성해가는 재미가 있고, 화가와 작품명, 그리고 간단한 작품설명까지 덤으로 배워볼 수 있는 유익이 있습니다.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생각보다 정교하고 몰입도가 필요한 시간이라 완성에 대한 만족감도 큰 편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각은 많지만 어떤 취미든 시작이 쉽지 않았던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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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 정식 한국어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 지음, 강남화 옮김 / 꿈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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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입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필수 사항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법이기도 합니다"(6).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에 해적판으로 돌려 읽으며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되어온 유명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한국어판 정식 계약을 맺고 전면 개정판으로 떳떳하게(!) 출간된 책이 바로 이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입니다. 이 책의 번역은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학과 소속 연구자와 교사연구회 소속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하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과학교육을 이끄는 전문가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중학교 시절 이 책의 퀴즈를 풀면서 물리학도의 꿈을 키웠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 책을 보며 과학경시대회나 물리올림피아드 시험을 준비했다고 합니다(8).

저도 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물리에 흥미를 좀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제게 물리는 호기심은 많았으나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학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보며 반성해보면, 물리를 배울 당시 개념(문제)을 먼저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요령을 익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인식' 자체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물리는 배웠으나 배우지 못한 학문이 되었고, 가까이 가지 못한 학문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학교도 졸업하고 어찌 보면 때늦은(?) 이 때에 물리에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은, 살면서 보니 물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삶과 가까운 학문이었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한 예로, 성경을 읽다 재미난 주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윗이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는데, 이마에 물맷돌을 맞은 골리앗이 앞으로 꼬꾸라졌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데 물리적으로 보면 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날아오는 돌이 이마에 박혀 쓰러졌다면 뒤로 넘어져야 하는데, 골리앗이 앞으로 꼬꾸라졌다는 기록은 물리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가 제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상식적으로 모순되게 보이는 물리의 면면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문제들만을 담았습니다"(7).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은 질문(문제)과 해설(답)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질문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물리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해답을 보기 전에 질문을 충분히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많은 학문이 그렇겠지만 물리야 말로 '왜'라는 궁금증이 이끌어가는 학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리학의 목표는 모든 주제를 역학으로 귀결시키고, 역학을 충돌 현상으로 귀결시키는 것입니다"(19).

이 책은 물리의 핵심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지만, 물리의 핵심을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흥미롭게 읽힐 것입니다. 문제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기초가 아예 없는 독자들에게는 문제 자체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리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에게 이 책이 필독서인 이유, 과학도들에게 특히 더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그들이 가진 기본 개념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고, 물리적 인식과 사고력을 확장시켜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는 사람에게 훨씬 더 흥미로운 책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과학도들에게 왜 필수도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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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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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감추고 있는 비밀들이 톱니바귀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스릴러 소설에 대하여, 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고, 스포가 될 만한 이야기를 빼면 또 무엇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백 년 만에 맞는 최악의 '건조한' 상황이었다는 것. 이 타는 듯한 건조함이 저주처럼 한 마을을 뒤덮고 있으며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장치이자,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거대한 상징으로 작용한다는 것 정도? "공식적으로 백 년 만에 맞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기상 패턴에는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그 발음은 절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엘니뇨"(11).

다음으로 말해볼 수 있는 것은, 이런 게 정말 문학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솟아나게 하는 절제된 문장들. 현란하지 않아 더 품위가 느껴지는 문장들. 별 내용 아닌데도 별 내용 아니네 하고 한순간도 가벼이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사진 아래에는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이 지역의 꽃으로 쓰여 있었다. 루크, 캐런, 빌리"(15).

또 말해볼 수 있는 것은, 이야기가 채워져 나갈수록 더 궁금해지고,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어느 한 부분도 편안하게 읽을 수 없는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스릴러라는 것. 줄거리를 길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드라이>는 '카와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두 사건이 맞물려 돌아갑니다.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듯 참혹한 변사체로 발견된 '루크' 가족의 장례식. 이곳에 금융범죄 전문 수사관 '포크'가 소환되어 옵니다. 알고 보니 그는 20여 년 전 자살로 결론지어진 엘리 디컨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계기로 도망치듯 이 마을을 떠났던 차였습니다. 그런 포크를 마을로 다시 소환한 건 루크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 루크와 포크가 20여 년 전 엘리 디컨의 죽음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루크의 아버지는 20년 전에도 루크가 사람을 죽였는지, 자신의 아들이 그런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18). 이 루크의 거짓말과 포크의 거짓말 사이에 숨어 있는 슬픈 우연들이 <드라이>를 읽어나가는 열쇠가 됩니다.

<드라이>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머릿속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열심히 구상해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잔혹함이 주는 충격입니다. 인간은 언제 어떤 순간이든 의도치 않게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것.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내 아들이, 내 친구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그들의 고통에, 그들의 신음소리에 무감각할 수 있다는 잔혹함.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순간 너무 쉽게 타인의 희생에 눈 감아버리는 잔혹함이 그것입니다. 솔직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스럴러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름답고, 품격 있는 스릴러인 것은 확실합니다! 단순한 재미보다 훨씬 많은,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책을 덮고도 긴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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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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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삶에 진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세대마다 정답처럼 주어진 삶의 패턴이 있습니다. 그것을 따라 살지 않을 때, 세상은 튄다, 무모하다, 사서 고생한다, 비정상이다, 이기적이다라고 손가락질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정답처럼 주어진 삶의 패턴을 따라 살지 않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기도 하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바로 그렇게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일방통행 길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용감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남편 J와 '어려서부터 줄곧 제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온 아내 다비가 제주도 남서쪽 조용한 마을에 작고 아주 오래된 집에 터를 잡았습니다. 제주도로 삶의 자리를 옮겨 앉는 것 자체는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들의 선택이 특별한 것은 아주 오래된 집, 100의 세월이 흐른 집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집에 터를 잡는다는 것은 세련되고 깔끔한 생활을 포기했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그 오래된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가는 과정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막막하고 무모하고 불편하고 고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오래된 집이 보물섬과 같아서 그 오래된 집에 머무는 것은 옛것의 가치, 땀의 가치, 자기만의 생의 철학을 담은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가치를 발견하는 보물찾기와 같았다고, 이 책은 즐겁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100년 된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가는 과정을 일기처럼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요한 기술을 유튜브로 배워가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는 과정이 솔직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비슷한 꿈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여기서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러 제주도까지 집 구경을 가고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하는 집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절대 만만치 않아서 (이 부부들처럼) 어쩌면 멋모르고 시작해야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만해지는
시간

이 게스트하우스는 특이하게 극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 말 - 8월 말 한 달 동안은 손님을 받지 않고 쉬어간다고 합니다. 극 성수기에 배짱 좋게 영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지구를 지키고 싶은 나름의 소심한 반항으로 에어컨을 들여놓지 않은 채 손님을 받기 미안해서 그냥 쉬기로 했다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그런 진심으로 가꿔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집 장사를 위해 막 지어진 원롬촌, 없는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하는 아파트만 보며 살다가, 어딘가 이렇게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 통이 트이는 듯한 시원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작지만 작은 시도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집을 바꿔가는 과정을 보며, 버려두고 포기하고 불평하며 살았던 공간을 바꾸기 위해 작은 시도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건,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깜짝 놀랄 일입니다! 진짜 깜짝 놀랄 일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제 삶에, 방치두었던 제 공간에 작은 진동이 있었음을 이들 부부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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