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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하지만 짐작건대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며 산다고 주장하는 10억 이상의 사람들 중에 <성경>이 진정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9).
성경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말씀이면서, 동시에 만들어지고 읽히고 연구되어지는 하나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성경의 거룩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성경의 진면목을 보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 각 권(66권)을 2-3페이지로 농축하는 작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데, 저자는 과장, 유머, 독설 등을 사용하여 응축의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롱하는 듯한 표현이 거슬리고, 진지함보다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책을 그냥 던져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을 바로잡고 싶었다"(10)고 말하는데, 저자의 성경 비틀기는 어쩌면 '충격 요법'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에는 신앙인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불평스러운 표현들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은 인간 종족을 창조하여 애완동물로 삼으셨다"(15, 모세오경).
"고대 세계는 어디든지 엿 같은 곳이었다. 하나님마저도 조금 엿 같은 데가 있었다. 목숨이 어찌나 하찮은지 한두 사람을 죽여서는 비난받지도 못했다"(67, 사무엘상).
"하나님은 식성이 까다로운 분이시므로 그분의 고기를 훔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69, 사무엘상).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저자의 비틀기는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분명 <모세오경> 개론 포함,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부분을 다시 쓰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진도가 나갈수록 저자의 비틀기는 '촌철살인'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을 향해 갈수록 성경 각 권을 훨씬 더 잘 응축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신약> 부분을 훨씬 더 잘 썼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너희가 제물로 바칠 멀쩡하고 튼튼한 가축이 모자라 보이지는 않는구나.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는 짐승들을 보니 말이다. 제물로 바칠 고기에 인색하게 구는 까닭은 양치기를 고용하고 옷을 사는 데, 아니면 너희 자식들이 요즘 홀딱 빠져 있는 것들에 돈을 더 많이 쓰려는 것이겠지. 내가 행한 것이 그런 인색한 모욕을 당해도 마땅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만"(214-215, 말라기).
"제자들은 기쁜 소식으로 세상을 괴롭히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268, 사도행전).
"복음을 전는 것은 그저 그런 일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라는 것을 말이야. 자네는 군인처럼 머리에 벽돌을 맞아 죽는 것도 마다않아야 해. 자네는 운동선수처럼 규칙을 지키며 경기를 해야 해. 자네는 농부처럼 곡식을 수확할 날을 기대하며 매일 열심히 일해야 해. 우리 말고 누가 이런 일을 하나?"(312, 디모데후서)
이 책에 대한 평은 호불호가 확 갈릴 것 같습니다. 무익하다고 주장하는 쪽과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는 신앙의 연륜이 있는 신앙인, <성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신앙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보는 훈련을 먼저 해야 비틀어보기의 효과와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