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미지?"
아무리 애써도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어떤 상징도 하나님의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았다(37).
이 책은 총 다섯 명이 청년들이 집단상담에 참여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마주하며 그것이 각자의 마음 안에 어떤 하나님을 만들어냈는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진짜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상처에서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나홀로', '유인정', '블랙혹', '주사랑', '길수정'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다섯 명의 청년들은, 애착 이론에서 각각 회피형(무시형), 집착형(불안형), 혼란형(두려움형), 안정형, 획득된 안정형으로 분류되는 유형의 모델입니다. 소설 형식이지만, 독자들도 직접 이 집단상담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생생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애착 이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블랙홀'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청년이 그린 하나님의 이미지입니다. '블랙홀'은 애착 이론에서 '혼란형(두려움형)'을 설명해주는 모델입니다. 블랙홀은 도화지 위에 '나의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그려보라는 요구 앞에, 하나님의 이미지를 잘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가 애써 떠올린 하나님의 이미지는 '나를 안고 계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만일 이 책을 읽지 않고, 누군가 하나님의 이미지를 이렇게 표현한
그림을 봤다면,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을 것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얼굴 형체조차 그리지 못한 그는 하나님이 누구신지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 부모와 감정적 교류를 나눠 보지 못한 그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가는 일이 어려웠을 것이다"(40)라는 설명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블랙홀의 그림은 하나님과의 따뜻한 교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보호에 대한 갈망, 자신의 정서적 허기를 투사한 '소망'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과연 하나님은
부모와의 관계성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이미지 안에 투영되어 있는 부모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면, 어쩌면 이런 절망에 감싸일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하나님은 부모와의 관계성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진짜 하나님을 만났을까?>는 오히려 '진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 '진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하나님 앞으로 온전히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부모와의 부정적 경험이 왜곡된 하나님의 이미지를 만들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훼손한다는 것"(166), 그리고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이 걸림돌이 되어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신앙생활의 전환점이 될 수"(14) 있음을 확신합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는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을 어떻게 도와할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회피형은 하나님을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어렵다"(135)는 것과, 혼란형의 사람들은 "신앙생활도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어놓기보다는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에 맹종하려고 한다"(147)는 것, 그리고 "인생의 행복을 제시하며 지나친 친절을 베풀면서 다가오는 이단에 쉽게 빠지는 이유"(148) 등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중요한 통찰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와 분리된
온전하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하여!
실제로 목회현장에서 보면,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깊은 친구들은 '하나님 아버지'라는 호칭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진짜 하나님을 만났을까?>는 내가 만든 하나님이 아닌, '진짜'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내 안에 하나님의 이미지가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오랫동안, 어째서 우리는 예배 가운데 있고, 말씀(진리)을 들으면서도, 온전한 치유를 경험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진짜 하나님을 만났을까?>와 같은 책들은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또한 성령의 조명하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안에 어떤 상처가 영적인 걸림돌이 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리스도인들은 치유로 나아가는 가장 안전한 길에 서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주는 '진리'가 있고, 무엇보다 가장 완전하고 무한한 사랑으로 나를 공감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그토록 허기지게 찾아헤매던 사랑을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 발견할 수 있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만져주며 지혜로운 조언을 해줄 최고의 상담사(보혜사 성령님)가 계시니, 애착 이론에서 말하는 '획득형 안전형'을 누릴 수 있는 요소들을 우리는 이미 완벽하게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은 특별히 교회의 모든 청년들에게 우선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청년들과 함께 집단상담에 참여하며, '너는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맹목 영역', 그리고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숨겨진 영역',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미지 영역'을 좁혀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자유로운 관계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도움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내가 '안정형'의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도 큰 유익이 되리라 믿습니다. '나'와 '너'를 이해하기 위하여, 청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