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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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는다는 걸 알면 우린 마지막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아무것도 몰랐던 애니는 결혼식을 하면서 보냈다(11).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천국의 실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갖게 된 것은 몇 년 전, 영혼의 단짝이었던 강아지를 잃고부터입니다. 천국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재회'니까요. 그때부터 천국에 대한 소망이 생생하게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그동안 천국에 대한 우리의 소망과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한 것이었나를 놀랍게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그 천국의 풍성함이 얼마나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 삶에 빛을 가져다주는지도요!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입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인생책으로 꼽고 있기에, 미치 앨봄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급'의 감동과 전율을 다시 느끼며, 또다른 인생책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신부 '애니'가 불의의 사고로 천국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젋었기에 인생의 끝도, 천국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애니! 그녀 앞에 느닷없이 펼쳐진 천국은, 천국이라지만 천국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엔 사랑하는 '파울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단꿈에 젖어 이제 막 결혼한 신부에게, 신랑이 없는 천국이라니요!

천국에 갈 때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간다고 합니다. 애니를 보니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불행한 기억은 안은 채 천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대신 애니는 그 기억을 안은 채,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납니다. 다들 천국에 오면 지상에서 관계있던 다섯 사람을 만나는데, 애니는 그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된 이유를 차례로 알아가며 진정한 '천국'을 경험합니다!

                      

그렇게 구원이 일어나는 거란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지(210).

 

천국이 그녀에게 준 선물은 인생 전체가 실수투성이었던 애니가 자기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천국에서 처음 만난 다섯 인연을 통해 그들의 천국과 애니의 천국이 교차하며, 애니 삶에 숨어 있던 의미들이 상처를 뚫고, 눈물을 뚫고, 마움을 뚫고, 후회를 뚫고, 실수를 뚫고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내가 저지른 최악의 짓거리'가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구원이었다는 것을, 천국이 말해준 것이지요.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관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일부이거나 또는 전부가 되어 이어져 있다는 것을, 그러니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된 우주 속에서는 '해 놓은 일 없는 하찮은 존재' 같은 인생은 없다는 것을, 천국이 말해주니까요.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독서치유 프로그램에서 필독서로 읽힐 만한 책입니다. 이보다 더 치유력이 강한 소설을 찾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고통으로 얼룩진 생이었다고 해도, 후회만 남는다 해도, 비루한 삶이었다고 해도,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 하다고, 천국이 약속해주니까요. 한줄 평을 하라면 '살림'(출판사)에서 만든 '살리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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