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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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호기심이 많고, 대세에 순응하지 않는 편이며, 반항적입니다. 모범적이기보다는 사고뭉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칭찬보다 주의를 더 많은 받는 편입니다. 위험한 일을 잘 저지르는 편이지만 무턱대로 뛰어들고 보는 막무가내형은 아닙니다. 나름 계산하고 점검하고 안전망을 설치한 후에 뛰어내리지요. 시간을 끌고 행동을 미루는 버릇도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리지널스>는 "흥미롭거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을 "오리지널"(22)이라고 정의하며, 현상을 받아들이기보다 불만이 높을수록, 신동이 아닐수록, 교사의 총애를 받기보다 총애를 받을 확률이 적을수록, 성취욕구가 높지 않을수록, 형제 중 서열이 낮을수록, 일을 미룰수록 독창성을 발휘하는 "오리지널"일 가능성이 높다는 놀라운(!)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4남매 중 둘째로 자라며 어릴 때부터 장남의 권위와 전통(!)에 맞서왔고, 덕분에 불만 많은 아이라는 소리도 들었고, 또 오지랖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여기 저기 호기심도 많고, 과제가 주어지면 마감이 될 때까지 완성을 미루는 성향에 있는 제게는 무척 반가운 주장이었습니다. 


<오리지널스>는 <기브앤테이크>로 잘 알려진 '애덤 그랜트' 교수의 책입니다. 그는 "무엇을 성취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순응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독창성을 발휘하는 길입니다.  여기서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합니다(23). 그런데 이런 독창성은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여기에 주목하여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를 묻고 연구한 보고서입니다.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28)입니다. 그러니 순응적인 사람보다 반항적인 사람에게서 독창성이 더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동 소리를 듣고 자라는 아이들이나 교사의 총애를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칭찬(인정)에 익숙하고 또 칭찬(인정)을 받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관행적인 방식을 따르는 안전한 길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신동들은 대개 모차르트 선율과 베토벤의 교향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하지만 독창적인 곡을 작곡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과학적 지식을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지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내지 않는다"(32).  의도적으로 할 일을 지연시키는 행위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흥미롭습니다. "미루기의 달인"들이 독창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의도적으로 딴 짓을 하는 동안 그 작업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게 되고 아이디어가 숙성되기 때문이랍니다. 


<오리지널스>는 책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에 비해 생각보다 재미있게, 또 흥미롭게 읽히는 책입니다. 묵직한 주제인데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연구과정을 꽤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서 그 과정을 조금 생략하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더 쉽게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책을 읽으며 다양한 지식을 폭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받아들이기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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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칼릴 지브란.메리 해스켈 지음, 정은하 엮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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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즐거움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인생은 소망이며 결단이다.



그대의 행복 안에

지극히 행복합니다.


그대에게 행복은

일종의 자유

내가 아는 모든 이들 중에서

그대는 가장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이 행복과 자유는

그대 스스로 얻어 낸 것.

생이 그대에게 늘

감미롭고 친절하기만 했을 리 없거늘

그대야말로

그대의 삶에

그토록 부드럽고 다정했던 까닭에.


1923년 1월 24일 칼릴 지브란




이 시집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입니다.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 시집입니다.  사랑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지금에 이 시집을 다시 읽으니 한창 사랑을 꿈꾸었던 시절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그때의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처음엔, 시로 읽는 이 글들이 누군가의 러브레타(Love Letter)였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고, 사랑, 결혼, 속박, 자유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라는 한 문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지요. 주로 우정을 확인하고 친구들 간의 결속을 다지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요. 그때 우리는 우정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사랑(우정)은 속박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라고 배우며 나름 고뇌에 차기도 하고, 친구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갈망에 상처받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 이 시집을 다시 읽으니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라는 문장과 같은 강도로 마음을 파고드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이 행복과 자유는 그대 스스로 얻어낸 것. 생이 그대에게 늘 감미롭고 친절하기만 했을 리 없거늘 그대야말로 그대의 삶에 그토록 부드럽고 다정했던 까닭에"라는 문장입니다. 칼릴 지브란이라는 위대한 시인이 사랑했던 여인은 이런 생의 태도를 가졌던 사람이며, 그리하여 시인의 눈에 더 없이 행복하고 자유한 사람으로 비추었던 그녀 역시 참으로 위대해보입니다. 감미롭고 친절하기만 했을 리 없었던 날들을 여러 해 살아낸 지금, 나는 그 삶에게 부드럽고 다정했었나 돌이켜보아집니다. 그런 내공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칼릴 지브란은 '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시는 신성한 미소의 화신, 그대 눈에 고인 눈물을 말려 주는 한숨, 그대 마음속에 사는 영혼이다. 시는 그대의 마음을 먹고 그대가 품은 사랑을 마시며 그대 가슴속에서 자라난다. 그렇지 아니한 것은 거짓 구원일 뿐이다"(60). 내게도 "내 마음을 먹고 내가 품은 사랑을 마시며 내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우리가 꿈꾸는 그런 사랑은 없다고 결론 내린 지금에도, 다음과 같은 그의 문장들은 여전히 눈부십니다. "형제들이여, 말해 보라. 그대들 중 누가 이 삶의 잠으로부터 깨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랑의 하얀 손가락이 잠든 그대의 영혼을 깨울 때"(32).


(여기에 수록된 글들이 칼릴 지브란의 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지금도) 이 시집은 시를 읽는다는 것이 깊은 사색과 철학의 과정이라는 것을 처음 알려주었던 시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정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데도 가슴에 던져지는 질문이 있고, 절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고, 마주하게 되는 생의 진실이 있습니다. 가까이에 두고 한 번씩 꺼내 읽고 싶어지는 시집아닌 시집입니다. 







형제들이여, 말해 보라. 

그대들 중 누가 이 삶의 잠으로부터 

깨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랑의 하얀 손가락이 

잠든 그대의 영혼을 깨울 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1922년 4월 28일 칼릴 지브란






 

 



단지 나는 스스로를 

씨뿌린 한 겨울의 들판과 같이 느끼며 

봄이 오리라는 것을 예감할 뿐이다.




더 의미 있지 않은가.


가슴속에 한 줄기

소망을 품고

그 소망을 키워 나아가

마침내 승화시키는 것이.


마음속에

전혀 소망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 일보다.


1911년 4월 17일 메리 해스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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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16~2017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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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먼 도시, 도쿄!


도쿄하고 어지간히도 인연이 없습니다. 여행 계획을 다 세워놓고, 채비까지 마쳐놓고도 떠나지 못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갑작스레 일정이 어긋나거나, 예상치 못했던 지진 때문에 계속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덕분에 가장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도쿄 여행을 만류하는 가족 때문에 작년엔 엄마를 모시고 후쿠오카 지역으로 온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 일본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했는데 엄마는 공항에 내려 다소 실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상상했던, 기대했던, 많이 보았던 일본의 풍경과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엄마랑 했던 약속이 있습니다. 다음번 일본 여행은 꼭 도쿄부터 다녀오자고 말입니다! 은든 화려한 도시를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





 





휴가를 내지 않고 꽉 찬 주말 즐기기 ★ 도쿄 2박 3일 코스



훌쩍 훌쩍 잘 떠나는 친구들을 보니 도쿄나 홍콩과 같은 비교적 가까운 도시는 특별히 휴가를 내지 않고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같은 직장인들은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휴가라 짧지만 알차게 다녀올 수 있는 일정에 마음에 쏠립니다. 또 도쿄는 땡처리 되는 항공권도 많아 저자 올빼미 여행을 다녀오는 여행족들도 많다고 하는데, 언제든 떠날 용기만 있다면 도쿄는 정말 후다닥 다녀올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도쿄 자유여행, 처음엔 목표 없이 떠나볼까?



상상출판의 <도쿄 셀프트래블>을 보며 느낀 것은, 도쿄로 떠나는 첫 자유여행은 오히려 목표(!)가 없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어렵게 떠나는 해외여행일수록 꼭 가봐야 할 곳, 꼭 먹어봐야 할 것, 꼭 해봐야 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요시간까지 계산해서 열심히 일정(동선)을 짜고, 이동수단을 확인하고, 정보를 챙기는데, 첫 도쿄 여행은 아무 계획없이 정말 자유하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편의점은 "또 하나의 작은 식당"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편의점이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 도쿄로 떠나는 첫 자유여행은 복잡한 전철 노선을 보며 머리를 싸매고 코스를 짜는 것보다 발길 닿는대로 즐기며 회려한 도시의 매력에 젖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도쿄 셀프트래블>에서 콕 찍어주는 맛집 한 곳이나 쇼핑 아이템 하나만 득템해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여의치 않을 때는 편의점에서 자유롭게 식사도 하며 말입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 목표(코스)가 있는 도쿄 자유여행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도쿄는 한 번 가본 것으로 끝날 그런 여행지가 아닌 듯하니 말입니다.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롯폰기, 긴자, 우에노, 요코하마, 하코네, 도쿄디즈니리조트!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한 탓인지 가보지도 않은 일본의 동네(!) 이름이 아주 익숙하면서도 괜히 반갑고 정겹습니다. 여기가 신주쿠구나, 여기가 긴자구나 발도장만 찍어도 벅찰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 상상으로만 만나던 그 거리에 직접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서평을 쓸 때는 부족한 점을 한 가지라도 꼭 짚어주는 것이 수준 있는 서평(!)이라 들었는데, 아쉽게도 <도쿄 셀프트래블>의 아쉬운 점은 아직 적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들고 아직 도쿄 자유여행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후쿠오카 지역으로 온천여행을 갈 때도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를 이용했기 때문에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상출판의 <규슈 셀프트래블>로 공부를 좀 하고 떠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이 더 귀에 쏙쏙 들어오고, 미리 읽어둔 탓에 가끔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것도 생기고, 어떤 곳은 더 자유롭게 즐기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의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더 즐거웠습니다.


상상출판 <셀프트래블> 시리즈는 든든한 여행 친구, 믿음직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친구입니다.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일수록, 처음 떠나는 자유여행일수록 시행착오를 확 줄여주니까요. 그래서인지 <도쿄 셀프트래블>을 보며 혼자 떠나는 도쿄 자유여행도 꿈꿔봅니다. 화려한 도시 한복판에 던져진 이방인이 되어보고 싶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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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생각하는 힘 - 문화의 힘으로 성공한 유대인의 독서, 글쓰기, 토론, 대화법!
이상민 지음 / 라의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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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가정과 사회에 없는 것이 하나씩 있다고 합니다. 무엇일까요?

유대인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유대인 사회에는 헌책방이 없다고 합니다(44). 유대인들은 집에서 책을 읽거나 토론(하브루타)을 하기 때문에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TV를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지점입니다. 또 유대인 사회에 헌책방이 없는 이유는 책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들은 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한 번 자신의 손에 들어온 책은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집에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자신의 책뿐 아니라, 부모, 조부모, 고조부의 책까지 소장하는 통에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랍니다.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 이 책은 유대인의 성공 비밀을 담은 책입니다. 그들의 집에 텔레비전이 없고, 그들의 사회에 헌책방이 없다는 사실에 유대인의 성공 비밀이 모두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이 밝히고 있는 유대인의 성공 비밀은 한마디로 독서 토론이며, 독서와 토론은 쓰기 대화로 확장되고, 저자는 이것이 유대인의 성공을 담보하는 그들의 "문화"요, 유대인의 놀라운 성과는 그 문화 속에서 배양된 꽃이라고 설명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평균 IQ를 가지고도 우리가 유대인들에게 뒤쳐지는 이유, 우리보다 평균 12점이나 낮은 IQ를 가지도 노벨상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있는 전 영역에서 유대인들이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비밀, 그 비밀은 바로 '머리가 좋아지도록 하는 유대인 문화'에 있습니다.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은 단순히 유대인의 성공 비밀만을 전해주지 않고, 그에 견주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많이 반성하게 해줍니다. 첫째, 유대인들은 시끄럽고 말이 많다고 합니다. 찍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을 하며 생각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00명이 문제를 풀어도 정답은 하나인데, 유대인들은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창의성, 창의성을 외치면서도 사실 확일적인 정답과 획일적인 성공을 요구하는 교육,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유대인들은 퇴근 시간이 오후 3-4시라고 합니다. 유대인 아버지는 대체로 4시에 퇴근해 9시까지 자녀와 시간을 보내며 공부를 가르치는데, 이때도 독서와 토론(대화)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진짜 거대한 성공은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63)을 우리는 모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셋째,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갈 수 있는 유대인들의 독톡한 토론문화의 밑바탕에는 '평등의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처럼 권위, 지위, 서열에 눌려 반드시 해야 할도 하지 못하는 그런 문화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넷째, 유대인들은 교육은 낙오자를 낳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을 공부(성적)로 비교하지 않는데, 유대인 학교에는 "성적표가 없고, 서열 평가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은 각자의 개성과 잠재력에 주목하며 '나답게' 살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개성과 적성대로 살면서 남과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늘 '남보다 잘해야 한다'고 외치며 천박한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우리의 교육, "수능 잘 본 사람 1%만 살리고 나머지 99%는 나 몰라라" 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깊이 반성하게 합니다.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을 통해 몰랐던 유대인의 문화를 주목하고 보니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지혜로운 민족이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같은 말이 지나치게 많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를 뒤에서 새롭게 다시 설명하는 것도 흥미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책을 한 번 더 정리해서 다시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또, 유대인의 독서'법', 글쓰는 '법', 토론'법', 대화'법'까지 확장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면 좋았을텐데, 단순히 독서, 글쓰기, 토론, 대화를 많이 한다는 강조에서 그치고 있는 점도 좀 아쉽습니다. (이 책이 그런 것들을 더 깊이 알고자 하는 호기심에 불을 지펴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생각해야 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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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벽수 씨, 목사에게 묻다 -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소중한 질문들
이규현.나벽수 지음 / 두란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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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로교회 담임목사의 자화자찬 인터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무례한 서평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의 앞날개를 보면, 수영로교회의 담임목사인 이규현 목사님을 "저자"로 소개하며, "이 책은 나벽수라는 가상의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밝힙니다. 한국교회에 실망한 나벽수 씨가 "도전자"로 나서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챔피언"(목회자)에게 한국교회의 문제는 무엇이며, 해법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또 결론은 무엇인지를 따져묻는 까칠한(!) 인터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벽수 씨가 던지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소중한 질문들"은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 소중한 질문들에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지 기대가 컸습니다. 까칠한 나벽수 기자의 날카롭고도 단호한 질문들 속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한국교회의 문제들을 확연하게 파악하기 원했습니다. 질문 자체가 곧 이 책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화두요, 메시지의 핵심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낸(질문이 확연하게 보이지 않으므로) 나벽수 기자의 질문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아마도 질문이 확연하게 드러나보이지 않는 것은 한 줄 질문이 품고 있는 앞뒤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1. 많이 바쁘시죠?(47)

2. 부르심에 부응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말고 더 보태야 할 게 있단 말씀인데 도대체 뭘 어떡하란 뜻인가요?(58)

3. 목회 인생 전체를 통틀어 무얼 가장 큰 위기로 꼽으세요?(73)

4. 3만 명이나 되는 식구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돌보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 메머드급 공동체를 탈 없이 이끄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만, 덩치가 이렇게 커서야 양들을 알아보기나 하시겠습니까? 이걸 목회자고 할 수 있을까요?"(91)

5. 목사님은 목회의 모델이 될 만한 성경 인물로 누굴 꼽으세요?(104)

6. 왜들 그렇게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거죠? 목회자용 성경에는 '프로그램이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든지 '코스나 과정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느니라'고 적혀 있기라도 한 건가요?(124)

7. 메시지가 여전히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세요?(167)

8. 이렇게 이른 새벽에 꼬마들이 예배당을 찾는다는 것도, 언제고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철부지들을 제일 앞자리에 앉힌다는 것도, 설교자가 쉴 새 없이 아이들과 교감한다는 것도 다 신기하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기 때문이다. 왜?(206)


이 질문 안에는 목회의 본질(예배와 말씀)보다 프로그램에 더 목을 매고, 숫적 성장에 집중하며, 그러느라 행복해야 할 목회현장은 피로현장이 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내는데 더 큰 비전을 두고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실상이 여지 없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의 모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모델로 삼을만한 교회가 있고, 모델로 삼을 만한 목회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이 책이 그런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의 모델을 작정하고 보여주는 책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읽기가 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읽으며 낯뜨거웠던 독자는 저뿐일까요? 잘못하면 이 책은 (형식을 달리한, 독특한 형식의) 이규현 목사님의 자화자찬 자서전으로 읽힐 위험이 있습니다.



"목회란 인간이 몸부림쳐서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라고 믿는 듯해요. 그렇다고 아예 결정론으로 흐르는 건 아니고 거룩한 섭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에 가깝죠"(열혈샌님이란 별명으로 등장하는 이규현 목사님를 지켜본 1번 부목사님의 인터뷰, 72).


그렇다면 열혈샌님은 목회라는 줄타기의 새로운 경지를 연 셈이다(86).


열혈샌님과 함께한 세월이 제법 길어서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몸에 밴 것 같다(138).


결국 열혈샌님은 심야와 새벽 강단을 연중무휴로 지켜 내면서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는 목회 원리들을 온몸으로 시위하고 있는 셈이다(141).


생김만 샌님이지 속내는 배짱 두둑한 승부사다. 동원도, 관리도, 프로그램도, 야심의 끈을 다 놓아 버리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161).


<까칠한 벽수 씨, 목사에게 묻다>는 글을 잘 쓰시는 분의 작품입니다. 문장들이 화려하고 유려하고 재밌습니다. 이 책에서 만난 목회자로서 이규현 목사님과 수영로교회는 한국교회로 모델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교회를 한 번 탐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정체성, 목양의 본질과 원리, 위기를 대하는 자세, 지도자가 붙잡아야 할 가치, 메시지를 들고 회중을 마주하는 과정,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등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질문과 답을 통해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하기에 이 책은 너무 한 교회와 한 개인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아래와 같은 '열혈샌님'의 목회철학과도 이율배반적입니다. 모델이 되는 교회, 모델로 삼을 만한 목회자를 찾아내고 배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까칠한 벽수 씨와의 대담형식으로 풀어내지 않았다면 더 좋을 뻔 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치열한 담론이었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링에 올라 한국교회의 문제를 놓고 진짜 씨름을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미리 합을 맞춘 시나리오(!)를 연기한 느낌입니다.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만 존재했잖아요. 분명하게 하나님의 음성을 대변하는 소리가 되는 걸로 존재의 의미를 삼았어요. 자신을 과시하거나 드러내는 일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요. 본래 광야는 사람이 꼬이는 장소가 아니지만 그를 통해 전해지는 거룩한 음성을 들으러 군중이 몰려 나왔어요. 세례 요한은 그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했어요.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요즘 말로 하자면 '나는 들리러다!'라고 외친 거죠. 이만하면 우리 시대 목회자가 좇아야 할 영성 샘플로는 기가 막히지 않나요?"(1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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