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가족보다 우리 자신을 더 꿈꾼 첫 세대, 개인주의 가족.


"가족보다 우리 자신을 더 꿈꾼 첫 세대"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제목만 보고 제가 그린 <개인주의 가족>의 그림은 이랬습니다. 가족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족보다 자기 자신을 꿈꾸느라 바쁜, 콩가루는 아니더라도 모래알 같은 가족들.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메마름을 원하는. 그런데 완전히 헛짚었습니다. 가족에게서 '도망치고', 가족을 '극복하려는' 사람에게도 결국 가족이 필요하다는 것, 지긋지긋하고, 원망스럽고, 아프고, 짐스럽고, 고통스러워도,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 지겹다면서도, 힘들다면서도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려 하는 것이 우리라는 걸 이 책은 너무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가족도 결국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가족은 왜 그리 힘이 쎈 것일까요? 



타인이 바라는 꿈들이 늘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법이다(38).

주인공 에두아르는 가족들의 한마디에서 평생을 놓여나지 못합니다. 일곱 살에 쓴 네 줄의 시로 그는 "우리 가문의 작가님"이 되었고, 그 한마디가 에두아르의 인생을 결정지어버렸습니다. 홉 살에는 "난생 처음 '반짝 천재'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더 이상 아무것도 쓸 수 없었을 때도, 무엇인가를 써보려 했을 때도, "격렬히 소용돌이치는 스무 살에 침을 뱉으며" 소설을 버렸을 때도, 카피라이터로 많은 돈을 벌었을 때도 그를 불행하게 했던 것은 "우리 가문의 작가님"이라는 한마디입니다. 가족의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기대따위, 가족의 실망따위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아무리 뻗대보아도, 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 않은 '개인'이 있을까요? 가족의 기대가 독이 되는 건, 내게 기대를 품은 그들 때문이 아니라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나의 지나친 열망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가족이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실망도 한다는 건, 나 때문에 기뻐하고 나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고, 그 기쁨과 슬픔이 내 인생의 큰 의미가 되기에 가족은 힘이 쎈가 봅니다.



"우리와 아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있으며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마치 우리에게 무엇인가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엄마는 너희 없이도 살 수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도 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젠가는 우리가 더 이상 지금처럼 지낼 수 없는 날이 올 거라고. 엄마의 그 웃음소리가 지금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도 언제든 해체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금이 갈라지는 소리를 우린 끝내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은 영원할 수 없다고"(20).

그런데 이렇게 힘이 쎈 가족이 왜, 어떻게 해체되는 것일까요? 개인주의 가족에서 발견한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결혼입니다. 서로에게 애정이 없는 아빠와 엄마가 가정 해체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서로 다른 꿈을 꿀 때, (개인주의) 가족은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개인이 길러지지요. 이 상처는 힘이 쎕니다.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자식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26).



"어째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거예요? 아빠랑 작은 오빠는 왜 떠난 거예요? 두 사람은 떠난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기 안에 숨은 거란다. 숨을 거면, 차라리 우리 집에 숨으면 좋잖아요, 클레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두 사람 찾으러 가요, 데리러 가자고요"(57).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가족은 쉽게 해체되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숙학교로 보내진 뒤 홀로 생활하는 에두아르, 정신병원에 맡겨진 남동생,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지만 공주님이 되지 못한 여동생, 자신을 구원할 사랑을 기다리는 엄마, 가족을 떠난 아빠까지,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찾지 못합니다. 그리고 함께했던 가족을 그리워하지요. 사랑에 대한 갈망은 결국 가족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가족은 힘이 쎕니다. "엄마가 식탁에 앉으러 가면서 아빠의 목을 꼭 한 번 껴안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게 바로 행복 아니겠는가"(81).


"엄마는 에두아르 네가 언젠가 글을 쓸 거란 걸 알아, 우리가 겪은 균열과 두려움, 그 모든 것을 다 얘기하겠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을 네가 꼭 찾아내렴"(39).

에두아르처럼 프랑스의 유명한 카피라이터 출신인 작가는 에두아르가 찾으려 했던 그 말을 찾았을까요? 개인주의 가족이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말입니다. 그 말이 이 책 안에 있었던가,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인용되어 있던 리오넬 뒤루아의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이 지닌 파괴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내 주변에 있는 가장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ME)를 뒤집으면 우리(WE)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는 짐'을 집니다. 사랑은 나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족은 짐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뒤집어 우리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짐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져야 할 짐이 아니라 나를 위해 그들이 존재하기를 바랄 때, 가족은 해체되는 것입니다. 가족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 이 책에서 찾은 나의 대답은 "미안해, 내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어"입니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이 작가의 작품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번역서인데도 글의 흡입력이라는 것이 이토록 강렬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맛보게 해주는 작가입니다. 아름다운 글에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현진 2017-02-1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약글 잘 보고 갑니다!

백범 2017-08-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당장은 아니되 한세대쯤 지나면 한국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볼 것 같습니다.

프랑스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같은 사회들이 아직까지는 꽤 낮설겠지만
 
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옛날의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불행하였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즐거운 말이 없었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사랑해 주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라가 해방이 되고

하늘에 자유의 깃발이 퍼덕거릴 때

당신들은

오랜 고난과 압박의 병균에

몸을 좀 먹혀

진실한 이야기도

사랑의 노래도 잊어버리고

옛날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


오늘은 4.19혁명기념일입니다. 박인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읊조려지는 날입니다. "당신들은 / 오랜 고난과 압박의 병균에 / 몸을 좀 먹혀 / 진실한 이야기도 / 사랑의 노래도 잊어버리고 / 옛날의 사람이 되었습니다"(114). 어제는 버스를 타고 안산 거리를 달렸습니다. 안산 시청 앞에 노오란 플랜카드가 봄꽃처럼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성경말씀 한 구절이 생각나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창세기 4:10). 무고한 피의 호소 앞에 누군가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약속으로 답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시대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고 시로써 응답한 시인이 있습니다. 박인환이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이 노랫말은 귀에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세월이 가면 中에서). 아니면, 이런 시를 읽어보았을지도요. "한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와 숙녀 中에서). 

"세월이 가면", 그리고 "목마와 숙녀"를 생각하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시인이었을 법도 한데, 왜 이 두 시 이외에는 잘 알려진 작품이 없는 것일까요? 만 30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급사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문단 권력의 횡포가 가장 큰 이유였나 봅니다. 해설은 맡은 이충재 시인은 박인환이 "사실상 주류 문단의 희생양"(235)이었음을 고발합니다. "이제까지 박인환의 시는 과소평가되었다. 박인환과 동시대 모더니즘을 지향하며 동인 활동을 한 김수영 시인조차 박인환을 일컬어 "서구적인 것에 경도된 경박하며 값싼 유행의 숭배자"라고 몰아붙이면서 경멸과 함께 강도 높게 폄하했다"(234). 문학 권력은 "김수영, 김춘수, 신동엽이란 스타 시인들만을 대중에 알리는 데 주력"했고, "연구자들의 편견에 대항할 문학 연구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237)이 박인환을 오래 오해하게 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박인환의 시가 재평가되기를 바라는 문인들은 그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려고 했고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시인"(28)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과 같은 역사의 휘오리는 지나갔지만, 한 권의 시집이 남아 그 시대를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나의 어린 딸이여 /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디 있는냐*/ 그때까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 살아 있을 것인가"(어린 딸에게 中에서, 71 / "있는냐"는 책의 오탈자인지, 시적허용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비껴갈 수 없는 자신의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거북이 처럼 괴로운 세월이 / 바다에서 올라온다"(남풍 中에서, 40). 그리고 온 몸과 영혼으로 괴로워했지요. "정의의 전쟁은 나로 하여금 잠을 깨운다. / 오래도록 나는 망각의 피안에서 술을 마셨다. / 하루하루가 나에게 있어서는 / 비참한 축제이었다"(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86).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아무것도 욕망할 수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고통일지 가만히 짐작해봅니다. "나는 아무 욕망도 갖지 않겠다. / 더욱이 낭만과 정서는 / 저기 부서지는 거품 속에 있어라"(태평양에서 中에서, 148). 그리고 역사의 거울을 통해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의 자리를 돌아보지요. "옛날이 아니라 그저 절실한 어제의 이야기 / 침략자는 아직도 살아 있고 / 싸우런 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 무거운 공포의 시대는 우리를 지배한다. / 아 복종과 다름이 없는 지금의 시간 / 의의를 잃은 싸움의 보람 / 나의 분노와 남아 있는 인간의 설움은 / 하늘을 찌른다. // 폐허와 배고픈 거리에는 / 지나간 싸움을 비웃듯이 비가 내리고 / 우리들은 울고 있다 / 어찌하여? / 소기의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 원수들은 아직도 살아 있지 않는가"(새로운 결의를 위하여 中에서, 200). 

 


잊지 않겠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며, 기억한다는 것은 행동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우리는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왜 시대의 진실을 알아야 하는가, 왜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잊기를 바라는 사람들, 망각 속으로 진실을 던져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원수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욕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꿈을 빼앗고, 사랑을 빼앗으려 한다면 그는 우리의 원수가 아니겠습니까? <검은 준열의 시대>는 우리가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할 것은 떡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도, 배가 고파도, 살아나가자고, 떨어진 신발, 무릎이 보이는 옷을 걸치더라도 열심히 배우자고,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나 남보다 더욱 진실히 살아나갈 것을 약속하자는 시인의 외침 앞에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의 무고한 피,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은혜,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싸움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약속


먹을 것이 없어도 

배고 고파도 

우리는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떨어진 신발

무릎이 보이는 옷을 걸치고 

우리는 열심히 배울 것을 약속합시다.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나

푸른 하늘과 내

마음은 영원한 것

오직 약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기다리면서 

남보다 더욱 진실히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 -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지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느린 여행을 떠나자.



사실 '사찰'은 그곳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어김없이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땅 어디를 가든 절이 없는 곳이 없"(3)기 때문이지요. 어릴 적, 아버지랑 자주 올랐던 관악산에는 호암사가 있었고, 선산이 있어 자주 가는 서산에는 간월암이 있습니다. 엄마랑 단둘이 처음 떠난 부산여행에서는 해동용궁사를 일부러 찾기도 했습니다. 해안에 자리잡은 절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했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명당에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사찰은 그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는 움직임은 사유의 움직임을 자극한다. 

마음은 일종의 풍경이며 실제로 걷는 것은 마음속을 거니는 한 가지 방법이다(3)



이 책이 사찰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요란한 세상을 떠나 사색의 숲으로 들어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본 사찰여행은 걷기여행이며, 느린 여행이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며, 힐링여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잊고, 시간을 잊고, 나까지 잊고 있다, 공허와 피로를 가득 안고 돌아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숲과 오솔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사찰은 걸음의 속도도, 생각의 속도도 절로 느려지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나에게 사찰여행은 추억여행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구석구석 걸으며 만난 55곳의 사찰을 이 책 속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 속에서 잊고 있던 추억과 만났습니다. 고창에 있는 선운사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고창이 외가인 저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뵈러 갈 때면 필수코스처럼 선운사에 들러오곤 했습니다. 그곳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볼거리, 재밌는 놀거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보면 선운사의 동백나무숲이 유명한데 "수령이 500년을 넘긴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될 정도로 웅장하다"(89)고 하는데, 4월이면 붉고 싱싱한 동백꽃과 산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렇게 봄꽃이 필 때면 엄마랑 이모랑 선운사 이야기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 친정을 찾을 때면 외할머니가 꼭 구어주셨다는 풍청장어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요. 4월이 가기 전에, 엄마 모시고 선운사에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어느새 멀어져버린 내 어른 시절과 내가 모르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만나며, 지금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말입니다. 이제 다시 가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운사뿐 아니라, 고창읍성까지 둘러보고 와야겠습니다. "성 안쪽으로 조성된 소나무 오솔길"과 "광고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대나무밭 군락이 있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휴식, 마음, 수행, 인연, 여행, 힐링이라는 주제(카테고리)로 나누어 사찰 55곳을 소개해주는데, 단순한 여행 정보만이 아니라, 사찰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찰예절까지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사찰의 문화와 역사는 불교의 문화와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문화와 역사 정도만 알고 가도 '문화유산 답사' 여행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여행의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 별미도 소개해주는데 사찰여행과 함께 즐기는 별미 중 등갈비, 풍천장어, 갈낙탕, 설렁탕, 영광굴비, 한우와 같이 메뉴를 보면 괜히 혼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촌스럽게 말입니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적 글쓰기 -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김갑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글로 자기 자신은 물론 공동체의 삶에 기여하는 글쓰기, 이래서 진보적 글쓰기라고 명명한 것이다"(6).



이 책을 읽고나니 글을 쓰는 것이 두렵다. 이 책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더 두렵다. 잘못 썼다가는 <진보적 글쓰기>를 배운(읽은) 사람이 글을 이렇게밖에 못 쓰나 책잡힐 것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트 '방법'을 알았다고 누구나 살을 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당장 좋은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미리 해두고 싶다.


글쓰기에 대한 배움에도 이론과 실제(실전)가 있다면, 이 책은 이론과 실제를 동시에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본다. 직접 글을 쓰고 첨삭지도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여러 면에서 글을 쓸 때 많이 저지르는 실수를 짚어주기 때문에 굉장히 실제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강렬했던 가르침은 첫째,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나쁜 글을 안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둘째, 글을 쓰려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내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셋째, 글을 쓰기에 앞서 내가 쓰려는 글의 장르와 성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 공부는 철저히 네거티브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원칙이다. "다시 말해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쁜 글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10). 화려한 수사나 기교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기본이 지켜지는 글을 쓰라는 쓴소리이다. 주제의 명료성, 표현의 정확성, 생각의 깊이가 있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되, 먼저 표현의 정확성, 다시 말해 "바른 문장, 적절한 어휘,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같은 글쓰기의 기본을 먼저 익히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이 원칙은 가장 중요하다는 첫 문장을 쓸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저자는 나쁜 첫 문장의 예를 다음과 같이 가르쳐준다. "일단 우리는 이런 첫 문장들과 반대되는 나쁜 첫 문장을 안 쓰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라든지,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식의 매가리 없는 첫 문장을, 그것도 자기만 아는 것처럼 쓰면 치명적이다"(51). 진짜 뜨끔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역사를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진보"(8)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최상으로 가치 있는 글이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글'이"(43)라고 말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떤 비유를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취미로 쓰는 글이라고 해도 내 안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심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글쓰기', '논리적인 글쓰기', '서사적인 글쓰기'로 글쓰기 강의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글쓰기 관련 책 가운데 이렇게 장르별로 강의해주는 책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글은 목적에 따라 장르가 다르고, 장르에 따라 접근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모든 글을 하나로 퉁쳐서 배운 셈이다. 내가 지금 쓰려는 글이 세 가지 카테고리 중 어디에 속하는 글인지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정말 말도 안 되게) 나쁜 글을 쓸 위험을 확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정신이 번쩍 난다. 


<진보적 글쓰기>는 "당신도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보다, 오히려 "지금 글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다(적어도 나에게는). 저자의 강의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당연한 말이지만 저자가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 책이 참 재미있게 읽힌다. 나쁜 글과 좋은 글의 풍부한 예를 비교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책이기도 하다. 한 번 읽고 덮어놓는 책이 아니라, 글을 쓸 때마다 계속 옆에 두고 수시로 참조해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이 속삭일 때 - 잠 못 들게 하는 현실, 믿음으로 사는 법
피트 윌슨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예수님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두려워하지 말라"이니 

 

그분이 두려움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시는지 알 수 있다(20).



성경적 의미에서 두려움의 반대말은 사랑입니다. 두려움은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요일 4:18). 신앙인이 두려움의 문제에 정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려워하는 것을 들키면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또 두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어보면, 우리를 두려움 가운데로 내모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안전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잘 살고 있는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명령하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양을 치며 성실하게 잘 살고 있는 다윗의 인생에 폭풍우를 일으키신 분도 하나님이신 것 같고, 에스더로 하여금 죽으면 죽으리라 목숨걸게 만드신 분도 하나님이 아닙니까? 이 책은 이것이 괜한 의심이 아니었음을 확증해줍니다.  "예수님은 안전을 약속하신 적이 없다. ... 예수님은 우리에게 주신 많은 약속 가운데 안전에 대한 약속은 성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오히려 열정으로 꿈을 좇는 위험천만한 삶으로 우리를 부르신 것이다"(208).


현대인이 평균적으로 느끼는 불안수준이 1950년 기준으로 보면 정신병 환자의 수준과 똑같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하고 두려움이 넘쳐나는 시대인데,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를 평안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가운데로 인도하고 계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려운 상황 가운데로 내모시면서 동시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하나님. 그 모순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신앙인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우리의 목표는 덜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더 믿는 것이다(38).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 하나님은 우리를 두려움 가운데로 내모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모험이 가득한 삶으로 부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의 모험 가운데도 초청을 받은 자가 필연적으로 두려움 가운데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크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두려워말라고 명령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루시겠다는 약속이며,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라는 요청이며,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지 알고자 하시는 테스트인 것입니다. 그래서 두려움이 속삭일 때 우리의 목표는 "덜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더 믿는 것"(38)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속삭일 때>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일반적인 불안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믿음의 모험 가운데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맞닥드릴 수밖에 없는 두려움의 문제를 다룹니다. 그들에게 "죽을 만큼 두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전진하는 법을 가르쳐"(24)주는 책입니다. 나아가, "하나님이 우리가 진정한 목적을 이루는 것에 어떤 식으로 개입하고 도우시는지를 일깨워"(30)주는 책입니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라. 

하나님이 도와주실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라!(25)



1. 믿음의 모험 가운데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청을 받으셨습니까? 그렇다면 현재의 안전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계획을 향해 믿음의 첫 발걸음을 떼십시오. 익숙한 것을 떠나 보내고 두려운 상황 속으로 뛰어드십시오. 첫 발걸음을 떼야 다음 단계를 알 수 있습니다. 

2. 하나님의 초청을 받고 믿음의 여행을 하는 중이십니까? 그렇다면 멈추지 말고 계속 전진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삶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3. 하나님과 함께 믿음의 모험을 하며 하나님이 마음속에 주신 꿈이 벌써 현실로 이루어졌습니까? 그렇다면 그 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십시오. 하나님께서 나에게 승리를 주신 것은 나의 승리가 다른 사람의 승리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믿음은 두려움이라는 장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는 눈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믿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기 원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꿈을 피해 반대방향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믿음의 모험 가운데로 뛰어들기를 원합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움켜쥐고 벌벌 떠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써나가를 위대한 이야기에 동참하는 인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이 아니라, 설레임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을 맞이하기 원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믿음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강함을 다시 회복하기 원하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위대한 삶 속으로 뛰어들기 원하는 모든 믿음의 자녀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하나님의 영은 창조하며 새롭게 하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만들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당신을 통해 이런 일을 하길 원하신다. 사랑하는 자녀가 뻔하고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기만 한 삶을 사는 건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하나님이 당신 안에 두신 불꽃은 불을 일으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 불꽃은 당신을 세상 속으로 보내기 위해 존재한다. 하나님은 당신을 낙심과 불의, 악이 가득한 곳으로 보내 치유와 소망, 위로를 전해 주길 원하신다"(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