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사찰여행 55 -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지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느린 여행을 떠나자.



사실 '사찰'은 그곳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어김없이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땅 어디를 가든 절이 없는 곳이 없"(3)기 때문이지요. 어릴 적, 아버지랑 자주 올랐던 관악산에는 호암사가 있었고, 선산이 있어 자주 가는 서산에는 간월암이 있습니다. 엄마랑 단둘이 처음 떠난 부산여행에서는 해동용궁사를 일부러 찾기도 했습니다. 해안에 자리잡은 절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했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명당에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사찰은 그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는 움직임은 사유의 움직임을 자극한다. 

마음은 일종의 풍경이며 실제로 걷는 것은 마음속을 거니는 한 가지 방법이다(3)



이 책이 사찰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요란한 세상을 떠나 사색의 숲으로 들어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본 사찰여행은 걷기여행이며, 느린 여행이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며, 힐링여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잊고, 시간을 잊고, 나까지 잊고 있다, 공허와 피로를 가득 안고 돌아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숲과 오솔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사찰은 걸음의 속도도, 생각의 속도도 절로 느려지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나에게 사찰여행은 추억여행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구석구석 걸으며 만난 55곳의 사찰을 이 책 속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 속에서 잊고 있던 추억과 만났습니다. 고창에 있는 선운사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고창이 외가인 저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뵈러 갈 때면 필수코스처럼 선운사에 들러오곤 했습니다. 그곳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볼거리, 재밌는 놀거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보면 선운사의 동백나무숲이 유명한데 "수령이 500년을 넘긴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될 정도로 웅장하다"(89)고 하는데, 4월이면 붉고 싱싱한 동백꽃과 산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렇게 봄꽃이 필 때면 엄마랑 이모랑 선운사 이야기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 친정을 찾을 때면 외할머니가 꼭 구어주셨다는 풍청장어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요. 4월이 가기 전에, 엄마 모시고 선운사에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어느새 멀어져버린 내 어른 시절과 내가 모르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만나며, 지금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말입니다. 이제 다시 가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운사뿐 아니라, 고창읍성까지 둘러보고 와야겠습니다. "성 안쪽으로 조성된 소나무 오솔길"과 "광고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대나무밭 군락이 있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휴식, 마음, 수행, 인연, 여행, 힐링이라는 주제(카테고리)로 나누어 사찰 55곳을 소개해주는데, 단순한 여행 정보만이 아니라, 사찰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찰예절까지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사찰의 문화와 역사는 불교의 문화와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문화와 역사 정도만 알고 가도 '문화유산 답사' 여행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여행의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 별미도 소개해주는데 사찰여행과 함께 즐기는 별미 중 등갈비, 풍천장어, 갈낙탕, 설렁탕, 영광굴비, 한우와 같이 메뉴를 보면 괜히 혼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촌스럽게 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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