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별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 지음, 최상희 옮김 / 사계절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은 책? 아니, 갖고 싶은 책!



<여우와 별>은 평범한 동화책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특별한 작품집으로 다가옵니다. 저자의 이력이 책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는 "영국 '펭귄북스'의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녀의 책 표지 디자인은 미국 그래픽아트협회와 영국 국제디자인광고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 [보그], [기디언] 등의 신문과 잡지에도 소개되었다. 코랄리가 디자인한 '펭귄 하드커버 클래식'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아름답고 정교한 빅토리아 시대의 북 바인딩을 연상케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여우와 별>은 그녀의 첫 책이며, "2015년 영국 워터스톤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전합니다. <여우와 별>은 글보다 그림이 예뻐서 더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그림이 꼭 판화가의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이 작품을 보면 그녀의 디자인 스타일이 "아름답고 정교한 빅토리아 시대의 북 바인딩을 연상케 한다"는 찬사가 어떤 뜻인지 알 듯합니다. 


<여우와 별>은 뚝딱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지만, 참 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깊 고 어두운 숲 속에 사는 겁 많고 소심한 여우입니다. 겁 많은 여우는 좀처럼 집 주위를 떠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푸르스름한 별빛을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별빛을 따라 숲 속을 걷다 보니 여우와 별, 둘만 아는 오솔길"도 생겼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별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는 여우는 든든히 별빛이 안에서 한 없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별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우에게 다시 숲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 곳이 되었습니다. 별이 다시 뜨는 꿈만 꾸며 작은 굴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여우는 겨우 기운을 차리고 별을 찾아 나섭니다. "어딘가에서 내 별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으며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별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그렇게 별을 찾아다니던 여우는 문뜩 깨닫습니다. 고개를 들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밤하늘을 보며, 그 하늘 어딘가 오직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빛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딘가 달라진 여우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아름다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저는 '잃어버린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여우가 가는 길에 빛이 되어주고 여우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게 해주었던 별, 누군가에게 그 '별'은 나를 끔찍히 사랑했던 아빠일 수도 있고, 엄마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고, 딸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할머니일 수도 있고,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우를 보며 그런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깊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여우와 별>의 작가는 말합니다. 여우는 그 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여우가 고개를 들면 바라볼 수 있는 하늘 위에서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여우와 별>은 교훈을 따질 책이 아니라, 보고 읽고 느끼면 족할 동화책입니다. '교훈'적인 이야기에 무게 중심을 두고, 그림은 이야기를 '거드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동화책이 많습니다. 그런 목적을 가진 책일수록 그림이 조악하게 느껴지는 동화책이 많고요. 그런데 <여우와 별>은 디자이너의 특별한 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에서 작가의 예술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림을 보면 이 책에 반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책 가격을 보고 놀라실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해 투자하고, 꼭 소장하고 싶어지는 예쁜 책입니다!




 






숲과 나무와 나뭇잎들

딱정벌레와 토끼들과 가시덤불

그리고 지나쳐 온 모든 것들에게

여우는

그저 소리쳐 묻고 

또 물을 뿐이었다. 

"별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 귀는

숲의 소란한 소리에만

두 눈은

나뭇잎 쌓인 바닥으로만

향해 있어 


여우는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가만히 

여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하늘 어딘가

오직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빛나고 있었다. 


- 여우와 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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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나트랑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한동철.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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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 떠나자!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휴가 명령에 지금 비상상태입니다. 6월말쯤 떠날 수 있는 여름 휴가지를 급히 물색 중인데,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 표지 속 파아란 바다가 나를 유혹합니다! 솔직히 '다낭', '나트랑'?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익숙한 지명은 아니었습니다. 다낭, 나트랑이 베트남 중부 지역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베트남 종주 여행에서 중부지방의 매력에 빠져"버린 여행꾼 부부의 가이드 북입니다. 이들은 여행지로서 다낭과 나트랑을 비롯한 베트남 중부지역이 가진 매력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복잡한 거리에서 마냥 헤매고, 밤새 버스 타는 즐거움으로 여행을 다니던 우리가 한적하고도 아기자기한 호이안과 다낭, 고즈넉한 후에, 흥겨운 나트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입니다. 평소 무섭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베트남은 아름답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으로 간직하게 된 고마운 여행지입니다"(프롤로그 中에서).

 

 


다낭과 나트랑이 나를 사로잡은 것은 "아름답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여행지라는 설명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엄마와 짝이 되어 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과는 휴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마랑 여행을 다닐수록 깊어지는 고민은 이색적인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힘들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입니다. 휴양지도 좋긴 한데, 또 휴가 내내 휴양지에서 마냥 늘어져 있는 것도 엄마랑 제 여행 취향은 아니기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바로 제가 찾고 있던 여행지입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중부지방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현지 발음으로는 '냐짱) 자유여행을 위한 여행 정보를 집중적으로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산과 바다, 강과 아름다운 유적 외에도 신나는 테마파크와 진흙 온천까지, 다양한 베트남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볼거리, 숙소, 레스토랑은 직접 발로 찾아가 확인한 곳으로 다른 이의 의견만으로 싣지 않았다"는 것, 또 "최고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으며, "최대한 객관성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 중 한 곳을 택하여 여행을 해도 좋고, 이 지역들을 코스로 연결해서 여행을 할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이 색깔이 전혀 달라 어느 지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 색깔이 확 달라질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여행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골라갈 수도 있어 좋을 듯합니다. "넓고 넓은, 한적한 해변이 멋진 다낭은 아름다운 자연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 "되도록 해변을 가까이에 숙소를 구하는 것"(29)이 이 책이 일러주는 여행 팁입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크지 않으므로 골목골목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가장 편리"한데, "씨클로는 반드시 미리 흥정을 하고 타라"(77)는 것이 여행 팁입니다. "후에는 궁과 왕묘가 관광의 핵심"인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왕궁은 한나절 정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그 외의 지역들은 여행사의 투어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대절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111)합니다. "나트랑 해변을 중심으로 호텔과 숙소,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나트랑은 세계적인 수준의 럭셔리 리조트들이 분위기 좋은 전용해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니다. "유명 여행지답게 싱싱한 해산물과 베트남 음식 외에도 다양하고 수준 있는 음식을 즐 길 수 있는 미식 여행이나 온천과 마사지숍을 중점으로 피로회복 여행도 좋다"(133)고 합니다. 


이 밖에도, 고급 숙소나 여행상품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 예약사이트보다는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할 때가 많으며, 저가 호텔의 경우에는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한국에서 베트남 동(VND)으로 환전할 수 있으나 환전수수료가 높은 편이므로 오히려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베트남 동으로 환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깨알 정보도 가득합니다.







 

 




특별한 추억 만들기!


이 책을 보고 여행 상품으로 나온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니, 다낭-호이안-후에를 잇는 여행 상품들이 있는데, 상품 가격을 보니 저렴한 여행지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대부분 (5성급의) 럭셔리 숙소를 상품으로 내놓기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이 책에서도 "대부분 3성급 이상의 숙소를 중심으로 조사"하여 아무래도 "저렴한 숙소의 정보는 부족할 수 있다"고 미리 일러두고 있습니다. 


엄마와 의논을 해봐야겠지만,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면, '아시아파크에서 대관람차 타보기'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이 책도 아시아 파크는 작은 놀이공원이지만 "온통 아름다운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 분위기가 로맨틱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저녁나절 두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으며, "다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다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대관람차 만큼은 꼭 한번 타볼 만하다"(49)고 추천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엄마랑 대관람차를 타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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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밥 먹자 - 따끈따끈 집밥레시피 221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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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어디까지 먹어봤나요?



주부로서,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오신 우리 엄마가 어느 날, TV에서 배운 레시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멸치조림을 만들어 내놓으셨습니다. 엄마도 나름 내공 있는 집밥 전문가이신데 가장 자신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바꾸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엄마는 전문가의 팁을 활용하니 맛의 디테일이 달라진다고 재밌어 하셨습니다. 익숙한 집밥도 맛을 내는 방법이나 재료 궁합을 달리함에 따라 맛을 극대화하거나 훨씬 새롭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에 가서  먹자>라는 재밌는 이름의 집밥 레시피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먹는 집밥은 잘 익은 김치 하나, 보글보글 맛있게 끓인 찌개 하나, 따뜻한 밥 한공기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단, 김치와 찌개와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말입니다.) 여기에 가끔 별미로 특별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행복 그 자체이지요. <집에 가서 밥 먹자>는 바로 이런 집밥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총 221개의 집밥 레시피를 담았는데, 집밥 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흔한 레시피부터 가족들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와 간식 레시피까지 담았습니다. 


 


 
 
 




기본기가 가장 탄탄해야 하는 집밥, 내공을 기르자!



집밥은, 가장 기본기가 탄탄해야 할 상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처 메뉴 한 두 가지 정도는 누구나 배울 수 있고, 흉내 낼 수 있겠지만 집밥을 잘 차려 낸다는 것은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본이 탄탄하다는 말일 겁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제철 재료를 이해하고, 다양한 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져야 하니까요.


<집에 가서 밥 먹자>는 내공이 있는 집밥의 달인이 될 수 있도록 기본기에서부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팁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참 친절한 책입니다. 손쉬운 재료 손질법이나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활용하기 좋은 기본 양념장, 쉽고 맛있게 맛국물내는 법, 재철 식재료 열 두달 달력 등은 집밥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을 되어줄 것 같습니다.


 

 



 


 

 


따끈따끈한 집밥레시피 221



<집에 가서 밥 먹자>는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의 레시피 북입니다. 게다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요리 철학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능숙하지 않은 솜씨로 밥 해먹는 새댁, 퇴근 후에 뚝뚝닥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워킹맘, 여러 가지 재료를 구입하기 어려운 싱글족, 노력해도 늘지 않는 요리 솜씨로 부엌에서 점점 멀어지는 분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공식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이 책은 우리가 즐겨 먹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정하고, 하나의 식재료로 국이나 찌개도 끓이고 반찬이나 간식을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면 버리는 일도 줄고 장보는 수고도 덜 수 있습니다. 또 밥을 하는 동안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들로 구성했습니다"(2). 

 

집밥 레시피를 넘겨보며 가장 쉬운 요리부터 하나씩 따라해보고 싶었는데, '양파전' 레시피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저 같은 왕초보도 진짜 쉽게 따라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 보다 더 쉬울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재료도 너무 간단하고, 만드는 과정도 단순해서 진짜 뚝딱!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의 반응도 완전 좋았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차림이 매일 세 끼 집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끼니 때마다 '뭘 먹지?'를 고민하십니다. 매번 특별하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떼우듯이 먹고 살 수만도 없으니까요. 더구나 요즘은 가족 모두 가급적 사먹는 음식을 멀리하고 집밥을 먹자는 주의라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집밥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밥 먹자>는 집밥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책입니다.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우리집 요리사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팁까지 아주 똑똑한 살림꾼이기도 하답니다. 우리 어머니는 장 보기 전에 <집에 가서 밥 먹자>를 한 번 쓱 훑어보고 대략 일주일의 메뉴를 정하십니다. 레시피도 한 번 쓱- 보면 엄마와 전문가의 팁이 어떻게 다른지 금방 잡아내세요.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집밥 요리를 놀이처럼 즐기십니다! 


이탈리안 요리, 지중해 요리와 같은 특별한 요리 레시피북은 솔직히 1년에 한 번 꺼내볼까 말까 하는데 <집에 가서 밥 먹자>는 365일 친하게 지낼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하여 <집에 가서 밥 먹자> 곁에 두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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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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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프레임으로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싶은 마음에 아무도 몰래 혼자 흔들리던 날, 이 시집을 들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내게는 정답처럼 주어진 '성경'이라는 책이 있지만, 바로 서기 전에 더 세차게 흔들려보고, 길을 찾기 전에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후에야,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온전히 납득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인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까요. 시인의 프레임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세상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람과 차가 바삐 오가는 광장에 앉아 시를 읽을 때면, 혼자만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 덕분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길을 발견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놀이처럼 말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사춘기 열병을 앓던 시절에 우리가 좋아했던 시인입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이 한 줄의 싯구가 그 시절 우리들의 마음을 얼마나 울렁이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시를 노래하는 시인(남자)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더랬지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류시화'라는 시인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를 떠올리면 그저 '길 위에 선 시인', '구도자'와 같은 이미지들이 막연히 마음에 떠돌 뿐입니다. 


이문재 시인의 눈에 비친 이 시집은 이런 모습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우선, 소금의 시집이다. 소금에 대한 이미지들이 시집 곳곳에서 번득인다. ... 그러면서 이번 시집은 단순함의 위력을 발휘한다. 그 단순함을 지탱하는 것이 '발견의 시학'인데, 그 발견은 주로 소금(물)과 나무(뭍), 그리고 별(하늘)과 풀(땅)으로 건져 올려진다"(88-89). 그리고 이런 해석도 내놓습니다. "이 발견 앞에서 인간과 세계는 아프다. 매우 낯익은 것들이 돌연, 낯설어진다"(86).


제 감정이었을까요, 시인의 감정이었을까요, 세상의 본질이었을까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통해 조용히 울고 있는 존재들과 만났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본 세상은 슬펐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세상에 슬픔은 치유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기대고 의지해야 할 친구로 존재합니다.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여행자를 위한 서시, 31)나, "얼마나 많은 날을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질경이, 23)요. 그렇게 살다 우리는 길 모퉁이에 슬픔의 꽃등 하나 밝히고 조용히 사라지겠지요.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 등 하나가 / 꽃집에 걸려 있다"(꽃등, 26). 시인은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는 우리를 깨워 이 슬픈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정상적인 감정은 웃음이 아니라 슬픔이라고 말입니다. 







 

 




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바람을 떠올려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는, 많이 가졌을 때가 아니라 텅 비었을 때라는 걸 말입니다. 우리는 많이 가져야지만 누군가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고, 채워줄 수 있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정반대라는 걸 깨닫습니다. 줄 수 있는 것이 나말고 아무것도 없을 때, 사랑말고 아무 욕심이 없을 때, 그렇게 텅 빈 가슴일 때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세상의 온갖 시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읽어보면 어떠냐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종이책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스크롤을 움직이며 읽는 시와, 책장을 넘기면 읽는 시의 맛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완전히 흔들려야 더 든든하게 설 수 있습니다. 완전하게 길을 잃어야 전혀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시인들의 노래는 어쭙잖은 지식과 어설픈 믿음으로 지어진 우리의 위태로운 궁전들을 흔들어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너질 집이라면 무러져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확신이 아니라, 삶에 대한 확실한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 확실한 의문을 품고 싶은 날,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류시화 시인처럼 구도자적인 성찰이 짙은 시인의 시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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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 - 어떻게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YES를 끌어낼까?
최찬훈 지음 / 유노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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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밖에 모르던 내가 우회로를 배우다!



무조건 직진! 대화할 때, 우회를 모르는 1인입니다. 오랜(?) 조직생활이 그렇게 만들었지요. 어차피 좋은 뜻으로 말을 해도, 진심을 다해도, 듣지 않을 사람은 듣지 않고, 오해할 사람은 오해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무조건 직진'이라는 정공법입니다. 직진이라는 정공법을 쓴다고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에너지는 절약해준다고 판단해왔습니다. 그런데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은 저의 이런 믿음을 여지 없이 박살내버렸습니다. 대화에서 직진밖에 모르는 것은 서툰 운전자만큼이나 서툰 대화자라는 반성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잘라 말합니다. ""내가 좋은 뜻으로 했다", "나는 진심을 다했다"는 가치가 없는 말입니다. "상대가 알아주지 않았다"는 결과가 중요합니다"(226)라고 말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벼락같은 가르침은 "인간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4)는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입니다. 누가 특별히 싫어서가, 누가 특별히 무얼 잘못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말을 접할 때 당연한 일처럼 "우리 마음에 장벽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왜 타인의 말에 반발심이 들까요? 이 마음의 장벽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것이 한마디로 '자기부정에 대한 회피'라고 정리합니다. 


타인을 향해 세워지는 마음의 벽, 그 실체는 '자기부정에 대한 회피'입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자기부정입니다.


내가 A라는 행동을 한다.

→ 그 행동이 '틀렸다', '비효율적이다', '잘못되었다고'고 지적당한다.


이것이 자기부정입니다. 인간은 눈앞에서 엄청난 실리는 놓쳐도 자기부정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끝내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손해를 떠안는 존재입니다(124).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은 이와 같이 "상대방의 마음에 견고하게 서 있는 벽을 해체하여 내 말을 듣게 만드는 대화법"(5)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마음은 절대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없"(6)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벽과 달리 심리적인 마음의 벽은 절대 부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힘으로 찍어 누리고, 때려 부수려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항성만 더 단단해질 뿐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대화에 앞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한 기본 전제는, 인간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인간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이 마음의 벽은 절대 힘으로 부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성공적인 대화, 지혜로운 대화는 "저 사람은 왜 내 말을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처럼 듣지 않으려는 사람을 "타인의 마음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회 대화법"이라고 정의합니다(11).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우는 우회 대화법은 최면술의 대가로 알려진 '밀턴 에릭슨'의 가르침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밀턴 에릭슨은 "잠재의식을 다루면서도 일반일을 상대로 쉬운 언어를 통해 대화 심리 치료를 한 인물입니다"(26). 그런데 에릭슨이 직접 저술한 저서는 거의 없고, "그와 관련된 저서는 대부분 추종자들이 에릭슨의 치료 사례를 모으고 자기 의견을 덧붙인 것"(11)이라고 합니다. 말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기법으로 알려진 NLP(엔엘퍼)도 그중 한 줄기입니다. (참고적으로, 둘 다 에릭슨의 가르침으로부터 파생되었지만 저자는 엔엘퍼들의 이론이 에릭슨을 오해한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에릭슨이 진짜 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계속 강조하는데, 그 핵심은 대화 상대를 일반화하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대하라는 것입니다. "에릭슨은 어떤 이론을 공부했어도, 어떤 성공 사례를 경험했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부터 새롭게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철저히 내 눈앞의 사람에게 걸맞는 개별적 대화법을 시도할 것! 언제나 카멜레온이 될 것! 이것이 바로 에릭슨이 견지한 대화법의 기초입니다"(30-33). 에릭슨은 환자를 치료할 때, 한 가지 신념을 가지고 접근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은 특별하다"는 것이었습니다(54). 저자가 이 책에서 힘주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화 공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비결은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려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어 달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살펴 "상대가 들을 기분이나 상태가 되도록 유도하는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12). 저자는 <우회 대화법 스킬 편>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저항감을 줄이고 내 말을 듣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 '우회로'를 만드는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어떤 우회 대화법 스킬은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설명입니다. "그냥 우회하려고 하면 상대가 우회로를 마크하고 나올 겁니다. 그걸 못 하도록 내 진심과 다른 행동을 해서 상대를 착각하게 만들고, 빈틈으로 파고듭니다"(138). 저자는 이것이 페이크 기술이라고 하는데, 에릭슨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할 때라면 모를까, 대화를 하면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이 좀 찜찜한 마음도 듭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이 열리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진심을 감추고 비위를 맞춰 상대를 속이라는 말처럼 들려 살짝 거부감이 생기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의 장벽'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것과, 대화에 앞서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대화의 목적은 내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곤 합니다. 대화를 협상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내 뜻이나 내 말이 아니라 먼저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게 해주는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이야말로 '자기 주장'을 미덕으로 삼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로만 상대를 상대하려는 서툰 대화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머릿속에서 '나에 대한 모든 문제'를 털어 버리고, 상대방의 고유한 특징을 발견하는 데 관찰력을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호감을 끌어내는 방법입니다"(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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