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별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 지음, 최상희 옮김 / 사계절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은 책? 아니, 갖고 싶은 책!



<여우와 별>은 평범한 동화책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특별한 작품집으로 다가옵니다. 저자의 이력이 책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는 "영국 '펭귄북스'의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녀의 책 표지 디자인은 미국 그래픽아트협회와 영국 국제디자인광고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 [보그], [기디언] 등의 신문과 잡지에도 소개되었다. 코랄리가 디자인한 '펭귄 하드커버 클래식'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아름답고 정교한 빅토리아 시대의 북 바인딩을 연상케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여우와 별>은 그녀의 첫 책이며, "2015년 영국 워터스톤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전합니다. <여우와 별>은 글보다 그림이 예뻐서 더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그림이 꼭 판화가의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이 작품을 보면 그녀의 디자인 스타일이 "아름답고 정교한 빅토리아 시대의 북 바인딩을 연상케 한다"는 찬사가 어떤 뜻인지 알 듯합니다. 


<여우와 별>은 뚝딱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지만, 참 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깊 고 어두운 숲 속에 사는 겁 많고 소심한 여우입니다. 겁 많은 여우는 좀처럼 집 주위를 떠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푸르스름한 별빛을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별빛을 따라 숲 속을 걷다 보니 여우와 별, 둘만 아는 오솔길"도 생겼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별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는 여우는 든든히 별빛이 안에서 한 없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별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우에게 다시 숲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 곳이 되었습니다. 별이 다시 뜨는 꿈만 꾸며 작은 굴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여우는 겨우 기운을 차리고 별을 찾아 나섭니다. "어딘가에서 내 별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으며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별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그렇게 별을 찾아다니던 여우는 문뜩 깨닫습니다. 고개를 들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밤하늘을 보며, 그 하늘 어딘가 오직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빛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딘가 달라진 여우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아름다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저는 '잃어버린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여우가 가는 길에 빛이 되어주고 여우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게 해주었던 별, 누군가에게 그 '별'은 나를 끔찍히 사랑했던 아빠일 수도 있고, 엄마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고, 딸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할머니일 수도 있고,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우를 보며 그런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깊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여우와 별>의 작가는 말합니다. 여우는 그 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여우가 고개를 들면 바라볼 수 있는 하늘 위에서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여우와 별>은 교훈을 따질 책이 아니라, 보고 읽고 느끼면 족할 동화책입니다. '교훈'적인 이야기에 무게 중심을 두고, 그림은 이야기를 '거드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동화책이 많습니다. 그런 목적을 가진 책일수록 그림이 조악하게 느껴지는 동화책이 많고요. 그런데 <여우와 별>은 디자이너의 특별한 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에서 작가의 예술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림을 보면 이 책에 반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책 가격을 보고 놀라실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해 투자하고, 꼭 소장하고 싶어지는 예쁜 책입니다!




 






숲과 나무와 나뭇잎들

딱정벌레와 토끼들과 가시덤불

그리고 지나쳐 온 모든 것들에게

여우는

그저 소리쳐 묻고 

또 물을 뿐이었다. 

"별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 귀는

숲의 소란한 소리에만

두 눈은

나뭇잎 쌓인 바닥으로만

향해 있어 


여우는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가만히 

여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하늘 어딘가

오직 단 하나

여우의 친구였던 

별도 

빛나고 있었다. 


- 여우와 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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