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목자 (완역판) - 참 목자상 세계기독교고전 19
리처드 백스터 지음, 고성대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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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늑대들이 지금까지 양을 지켜왔으니 말입니다!"(105)



이 책은 당연히 모든 목회자가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니 더 정확하게는 목회자들만 읽었으면 하는 책이지만, 특별히 '주의 종'으로 부름받은 것은 아닌지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성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 주의 종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앙적 열심이 좀 있다 싶으면 당연지사로 신학을 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 직분의 영광스러움만 알았지,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세상의 실패로부터 도망치듯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목회자를 좋은 '직업'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된 목자>는 목양의 본질과 사명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적인 신앙교육과 교리문답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 일을 위해 모든 목회자를 동역자로 초청하며 세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자신의 경험상 "10년간의 대중 설교보다는 30분간의 개인 면담을 통해서 더 많은 지식과 양심의 찔림을 줄 수 있"(33)었다고 고백하며, 설교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교리문답 교육과 상담을 하는 것이 모든 목회자들의 당연한 사명이요, 임무가 되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대중 설교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도들을 일대일로 만나 개인적으로 성실하게 가르치고 권면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일대일 양육이나 제자훈련, 대심방과 같은 사역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목양에 있어서 양들을 "개별적으로 살피는" 것의 왜 그토록 절실한 문제인지 깊이 고민해볼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이밖의 '권징'의 필요성에 대해 강도 높은 주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인 교리문답 교육을 실시하는 것과 교회 안의 권징의 문제는 실천신학적 측면이나 목회철학적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습니다. (또 보기에 따라 하나님의 주권보다 인간의 열심과 책임을 더 강조하는 측면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보다 중요한 가치는 모든 목회자를 회개의 자리로 이끈다는 데 있습니다. 편집자는 이 책을 직접 이렇게 소개합니다. 본래 "이 책은 교리문답 교육과 개인적인 신앙 교육 사역을 함께 시작하기로 결의하며 서약한 우스터 지역의 목회자들이 통회의 날로 지정한 1655년 12월 4일을 위해 준비했으며, 그 목회자들의 동료이자 무익한 종인 키더민스터 교회의 교사인 리처드 백스터가 작성했다"(35). 그러나 이 책은 목회자들이 정한 "통희의 날"에 선포될 설교 원고가 그 기초였던 것입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회가 아니라 세상일과 세상의 즐거움에 정신을 팔고 있으며, 형제들과 말다툼이나 하고 있고 목양과 연구에는 게으르며,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명성이나 이득을 위해 목회를 하고, '설교'는 하면서 말씀대로 살지 않는 목회자의 죄를 지적합니다. 리처드 백스터가 서슬 퍼렇게 겨냥하고 있는 죄의 본질은 "그들이 추구하고 섬기는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103)이라는 사실입니다. 

1655년의 상황과 오늘의 상황이 어쩌면 이렇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똑같을 수가 있는지 경악할 뿐입니다. '교만'까지 똑닮았습니다. "세상은 우리 중에도 이런 사람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야망을 품고서 가장 높은 지위를 추구하며, 반드시 지배자가 되려고 하고, 어디를 가든 쥐어흔들려고 하며, 그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려고도 하지 않고 상대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입니다"(197). 더 서글픈 사실은 이 책에서 고발하는, 그리고 회개를 촉구하는 목회자들의 죄악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목회자 여러분, 이런 내용들이 슬픈 고백인 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우리 가운데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보다 더 서글픈 일입니다"(194).

리처드 백스터가 목회자의 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목회자의 죄악을 내버려두는 것은 교회가 해를 입고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같"기 때문이며, 목회자가 넘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 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목회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든지, 사례비를 받지 말든지 하라고 일갈합니다. 

"여러분은 자기를 위하여 또는 온 양 떼를 위하여 삼가라 성령이 그들 가운데 여러분을 감독자로 삼고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보살피게 하셨느니라"(행 20:28). 섬김의 모양이 어떠하든지, 섬김의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하나님께 이 말씀을 받은 자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위한 열심과 목회의 기쁨(하나님을 섬기는)과 영혼을 위한 사랑을 다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오늘의 목회 현실을 보면, 지금은 울어야 할 때입니다. 목회자를 위해 울어야 합니다. 목회자를 필두로 '통회의 날'은 다시 선포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손가락질보다 우리가 더 무서워 해야 할 것은 바로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더 이상 핑계치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하나님의 경고가 매섭습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 아니하고 그 뜻대로 행하지 아니한 종은 많이 맞을 것이요"(눅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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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설교
팀 켈러 지음, 채경락 옮김 / 두란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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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갈수록 회의적인 시대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성령의 진리를 전할 방도를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책이다. 특히 현장 설교자들과 교사들을 위한 개론과 입문서가 될 것이다"(19).



역시 팀켈러다. 설교자의 사명과 설교의 중대한 본질을 선명하게 일깨운다. 나는 이 책을 평신도들(?)이 먼저 읽을까봐 두렵다. 교회의 신실한 일꾼으로 봉사하다 오랜 고민 끝에 신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있다. 친구는 신학공부를 시작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설교'를 들을 때라고 털어놓았다. 설교에 '관해'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니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에 은혜를 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은혜보다 설교의 '문제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말이다. 구의 태도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 목회자들은 설교가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그만큼 설교를 비교하고 비판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목회 현실에 처해 있다는 말이다. 


만일 <팀 켈러의 설교>를 평신도들이 먼저 읽는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영혼 없는 설교, 흥분성 설교, 욕심으로 하는 설교, 의식적인 연기 설교, 또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는 설교, 단 성경을 깊이 연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데서 그치는 설교의 문제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설교, "의로운 삶을 통해 하나님의 복을 받아 내라고 부추기는 설교"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설교자의 권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설교를 하는 설교자는 사실 복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교의 사명을 맡은 자라면 누구보다 먼저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정 시간이 없다면 "2장 매번 복음을 설교하라"라는 파트만이라도 꼭 읽고 설교를 하기를! 왜 설교의 마지막을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내서는 안 되는지 그것만이라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성찰해보기를!


"설교의 마지막을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내지 마라. 대신 "우리는 이렇게 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신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믿음으로 우리도 이런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로 마무리하라. 이렇게 설교가 청중에 대한 메시지를 넘어 예수님에 대한 메시지로 나아갈 때, 현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들은 학습을 넘어 예바로 나아갈 것이다"(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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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믿음 - 예수 신앙에 대한 성찰 Q 시리즈 1
김석년 지음 / 샘솟는기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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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잘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묻고 답하라.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25%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진정으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교회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입니다.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말에 무감각할 지경입니다. <질문하는 믿음>은 예수 신앙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오라고 외칠 때, 자신 있게 세상 앞에 설 수 있는 신앙인은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모든 신앙인에게,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심각한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질문하는 믿음>의 저자 김석년 목사는 '질문 없이 무조건 믿는 습관'을 꼬집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향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예수 신앙이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성경에 기초한"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어야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열 가지 질문에 성경에 근거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믿음의 동기는 무엇입니까?

믿음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행복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연합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훈련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능력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질문하는 믿음>은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알아야 하고, 고백해야 하고, 따라 살아야 할 성경적인 답변은 무엇인지도 함께 제시하며(1부), 이어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줍니다(2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한 마디로, 본질을 놓치지 않는 삶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선순위, 즉 절대 가치를 바로 알고 따르는 삶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 "소유보다 존재를, 일보다 관계를, 성공보다 사명을, 리더십보다 팔로워십을, 경건보다 은혜를, 궁극적으로 세상보다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것이며,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믿음의 가치를 모든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151).


<질문하는 믿음>은 그리스도인됨의 증거가 무엇인지 제시하며, 나의 삶에 그런 증거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새가족 성경공부 교재로 사용하기에 좋을 정도로 쉽고 간결하며, 무엇보다 성경에 충실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신앙의 기본을 튼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한 2부는 특별히 산상수훈의 '팔복'을 통해 풀어가는데, '팔복'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은 것이었나 새삼 놀랄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김석년 목사는 이 시대의 비극은 믿음의 모델이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복음은 알지 못해도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절대 가치로 그리스도인을 평가"하는데, 그리스도인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그리스도의 성품이 없기 때문에 크리스천의 위상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성도가 믿음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신앙의 기초요, 뿌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집을 잘못 지어도 한참 잘못 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짜 그리스도인이거나, 가짜 그리스도인 둘 중 하나입니다. 그 중간은 없습니다. 비록 서투르고 넘어지고 실패할지라도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삶과, 크리스천의 가면을 쓰고 실제로는 세상의 길을 따르는 삶은 엄연히 다른 길이요, 완전히 다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신앙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예수를 닮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 하나가 씨앗처럼 마음에 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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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
청춘유리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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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어디서 얻냐고요?


저는 딱 두 가지였어요. 보슬비가 내리는 늦저녁, 빗방울과 함께 반짝이는 에펠탑 아래에 서 잇는 제 모습하고요. 고3 시절, 새벽 6시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에스토니아 탈린의 호두 파는 아가씨를 만나는 것.


그 두 가지를 상상하니 미치겠는 거예요. 하고 싶어서요. '진짜 꿈꾸던 것들을,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안 하면 영영 못하겠다 싶고,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생각들이 내가 눈을 떴을 때 펼쳐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하기도 했어요(154-155).




"21살, 진짜 청춘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에 오글거리지만 이름 앞에 '청춘'을 붙이는 게 계기가 되어" 본명보다 "청춘유리"로 더 잘 알려진 여행가 '청춘유리'는, 이미 청춘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sns 스타라고 한다. "18살, 아직은 엄마 품이 좋을 작은 소녀가" 일본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첫 발을 디뎠고, 그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당당히 '청춘 여행가'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달았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는 그런 '청춘유리'가 세계를 여행하며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을 기록한 청춘 여행기이다. 


그녀의 여행 에세이는 친절하지 않다.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는 설렘과 두려움을 시작으로, 그녀는 갑자기 용산 상가에 가서 중고 DSLR 카메라를 사기도 하고, 공항에 서 있기도 하고, 더블린 시티행 버스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아일랜드에서 '오페어'가 되어 일을 하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가지도 않고, 기행문처럼 소상한 여행기록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편 일기 같은, 여행의 단상들이다.


요즘 멀쩡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잘 살고 있던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고, 휴학을 하거나 진학을 미루고 여행길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이들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이제 우리에게 돈이나 시간, 정보나 동행이 필요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바로 이 책도 그러한 용기를 통해 탄생한 책이며, 그러한 용기를 북돋우는 책이며, 그러한 용기에 도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그 용기를 부러워 할 테고,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탓할 수도 있고, 또 도전을 결심할 수도 있겠다. 유독 이렇게 용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용기'만 있다면 그녀의 경험들, 감상들, 특별한 추억들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짜릿한 가능성 때문이다. 누군가의 경험을 엿보는 것으로만 만족하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무료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에.



"아가씨는 월급이 얼마야? 얼마나 일해야 이 시계 살 수 있어? 여기서 일

하면 이런 거 사고 싶고 그렇지 않아? 어떡해, 우리 딸은 복 받은 거네"(76).


"금문교에서 그콧 메킨지의 'San Francisco'를 듣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알바생과 고객으로 만난 한 아주머니가 한 말이란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낯선 경험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 아닐까. 내 삶을 남루하게 하는 일상의 비루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 말이다. 폭력이나 다름 없는 한 아주머니의 무례함을 보며 차라리 여행의 고단함과 불안함을 견디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바로 그런 순간에 여행이 고파진다. 






 

 



누군가가 내게 왜 이런 길을 택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죽기 전에 내가 걸어온 길에 후회가 없기를.

죽기 전에 내 삶은 행복했다 자부할 수 있기를.

죽기 전에 누군가 내게 참 좋은 사람이었다 말할 수 있기를.


화려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근사한 삶이었다고

웃으며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78)).


 



지금 우리는 우리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우리 욕망과 꿈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발견된다고 믿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직 자신의 안의 욕망에 집중하며, 그 욕망을 표현하고 성취하라고 속삭이는 사회말이다. 한 사회학자는 이것을 "표현하는 개인주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관성 없는 내 안의 욕망에만 충실한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기에, 이런 책을 읽으며 여행 충동이 일 때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단지 그녀(청춘유리)와 똑같은 경험, 무작정 낯선 세계 속으로 떠나는 것인지 되묻곤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단지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그래서 성장하게 된 '마음'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열심히 채워가는 그녀를 보며 내가 생각한 것은, '인생의 가치'였다. 나는 다른 누구가 아닌, 먼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치말이다. 요즘 이렇게 용감한 청춘들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고 싶다'는 선명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 청사진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시작과 도전과 실패와 관계와 부딪힘과 넘어짐 속에서 완성된다는 힌트와 함께. 이제라도 보다 분명한 그림을 그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책을 잘 읽어낸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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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쉽게 하기 -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혼다 사오리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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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  



이 책은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집안일을 쉽게 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집안일을 쉽게 하는 포인트는 '수납'에 있지만, 수납에만 국한하지 않고 종합적인 살림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가사도우미 자격증 제도를 실시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가사도우미에게 자격검정 시험을 통해 '가정사'라는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사'(士)가 붙은 자격증이라는 것은 집안일 능력도 전문성을 공인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분이 바로 그런 자격증을 갖기에 충분한 집안일 전문가입니다. 


또한 '가정사' 같은 자격증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안일이 쉽지 않다는 반증도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집안일이라는 것이 적성이나 능력과 상관 없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저 해온 일이라면, 이제는 집안일도 전문성을 갖추고 능력과 노하우를 개발하는 전문 분야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엄마만 보아도 잘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하게 되고, 오래 하다 보니 억지로 반 전문가가 되었을 뿐입니다. 소질도 없고 취미도 없는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한 주부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일을 떠맡아 온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있으니 하기 싫어도, 잘 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이 집안일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하다 보니 집안일은 재미 없는 반복일 뿐이고, 잘하지 못하니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스트레스 덩어리가 됩니다. 


<집안일 쉽게 하기>는 이렇게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돈 되지 않는 집안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집안을 쾌적하게 가꿀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줍니다. 









"사실 집안일이 힘든 것은 수납이 원인은 경우가 많다"(7).



저자가 말하는 집안일의 포인트는 바로 '수납'입니다. "집안일 자체가 반복적인 작업인데, 수납부터 잘못되어 있으면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거실, 벽장, 부엌, 세탁실, 현관, 신발장 등 '공간'을 중심으로 공간별 수납 노하우를 알려 주며, 나아가 집안일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작은 팁들을 전수해줍니다. 


수납도 기본 원리를 알면 공간의 용도와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수납의 기본 원칙은 "물건을 적재적소에 수납"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적재적소에 두는 기본 원리를 아는 것이 집안일의 핵심이며, 이 책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수납은 동선과 사용빈도를 고려해야 하는데,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수납하는 것이 관건이며, 수납 공간은 구획을 나누는 것이 좋고, 물건은 바닥에 두기 보다 걸어두는 것이 좋다는 등의 원칙을 이해하면 어떤 공간이든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집안일 쉽게 하기> 노하우를 배우며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집안일도 습관, 즉 버릇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집안일이라는 것 자체가 곧 '생활'이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이 중요한 이유가 또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집안이 정돈되어 있어야 생각도 정돈이 되고, 마음도 더불어 쾌적하고, 마음이 쾌적하야 다른 일도 술술 잘 풀립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물건 하나라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이 중요한데, <집안일 쉽게 하기> 노하우를 따라 집안일을 정돈하면 그런 습관이 더 쉽게 몸에 익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는 것입니다. 잘 정돈된 집을 청소하기가 더 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집안을 쾌적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은 개인의 생활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물건도 꼭 필요한 물건만 갖는 습관이 중요하고,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사는지도 돌아보게 해주며, 또 수납이나 공간배치 하나에도 가족들 서로의 생활과 동선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마음까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집안일 완전 초보이고, 또 지금 당장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지도 않지만, 이렇게 집안일 쉽게 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책을 보면 아름아름 하나씩 챙기게 되는 팁들이 있고, 그렇게 알아가는 것들이 생활의 (시작은) 작지만 (결과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실천이 중요하고, 실천을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한데, 일단 물건을 잘 버리고 쓸 데 없는 것들에 욕심내지 않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것, 물건들에게 제자리를 부여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집안일을 잘하는 노하우는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니어도 평범한 '생활'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열정에서 나옵니다. 그런 것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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