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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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닦기가 필요하신 분~!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를 위해)

도리스 데이의 <Que sera, sera, 케세라세라> 또는 <Somebody loves me,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아니면 코미디언 하모니스트(독일 그룹)의 <Liebeslieid, 사랑의 노래>를 담은 LP판을 레코드 위에 올려놓고 선율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어진다.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전설을 기억하며 말이다.

때로 어떤 사랑은 ’전설’이 된다. 동화처럼 예쁜 표지를 입은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는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예쁜 전설을 들려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랑나무의 전설’이다. 발트 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중 한 호수의 숲에 그 떡갈나무가 서 있다고 한다. 이 떡깔나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랑의 큐피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떡깔나무의 빈 구멍은 숲지기의 딸과 한 청년이 사랑의 서신을 교환하는 우편함이 되어 주었다. 숲지기의 반대로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숲지기의 딸과 청년은 떡깔나무의 빈 구멍을 통해 서신을 교환함으로써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숲지기의 마음을 감동시켰고, 숲 속 교회에서 결혼식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랑 떡갈나무’라고 불렀고, 사랑의 성취를 바라는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었다. 나무 속 구멍에는 숲지기의 딸과 청년처럼 행복한 만남을 기원하는 수많은 편지들이 던져졌다. 그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지자 마을에서는 떡갈나무에 전용 주소를 만들고 우편함을 내걸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서 찾아온 토끼’의 전설이다. 이 토끼 이야기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사랑나무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송극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면서, 저자가 들려주려는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나무 전설’에 등장하는 청년은 어느 날, 머나먼 우주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서 훌쩍 찾아와 벚나무 고목에서 살게 된 성스러운 토끼 신선과 만났다. 부츠에 작업복 반바지를 입고, 한 손에는 양동이를 들었고, 초록색 브러시를 어깨에 메고, 키는 겨우 15센티 정도밖에 안 되는 토끼는 밤하늘의 별을 닦는 일을 한다고 했다.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있을 때, 밤하늘의 별을 하나 고르면 그 토끼가 별을 닦아 주는 것이다. 만약 토끼 신선이 별을 닦았을 때, 별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사랑은 이루어지는 거라고. 별이 반짝이면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청년은 밤하늘의 별을 하나 골라 그 토끼에게 닦아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그 별은 이미 닦아버린 별이었다. 바로 그 별닦이 토끼가 직접 골라 닦은 별이었다. 토끼의 별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싫어할 거라 생각한 토끼는 별닦이가 되어 일억 백만 광년 너머의 작은 혹성에서 이곳 지구에 와버리고 말았다. 별이 반짝인다는 건 그녀가 지금도 그를 기다린다는 뜻이지만, 별닦이 토끼가 자신의 별에 돌아갈 수 있는 건 자그마치 삼십만 광년 뒤이다. 그때까지는 "별닦이가 필요하신 분~!"을 찾아 별을 닦아 주어야 한다.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는 성장소설 같은 책이다. 십대들에게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책 안에는 다양한 모양의 사랑이 등장한다. 보통 처음 시작되는 사랑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풋사과’에 많이 비유되는데, 나는 주인공 쇼타(중학교 3학년)와 케이의 사랑을 ’설 익은 단감’에 비유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는 아름답지만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홍시’처럼 아슬아슬한 사랑이 있고,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하게 여문 사랑이 있고, ’곶감’처럼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깊은 사랑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케이의 아버지 사스케는 ’기다리는 사랑’을, 사스케의 아내 구미는 ’사랑의 복수’를, 별을 닦았지만 반짝이지 않았던 요코는 ’위험한 사랑’을, 독일에서 일본인 아버지를 찾아온 마리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여대를 정년퇴직한 노교수 아다치 선생은 ’용서하는 사랑’을, 그의 아들 도시히코는 ’실패한 사랑의 방황’을, 단팥죽집 콩 할머니는 아흔의 나이가 되어도 ’변치 않는 사랑’을, 커피전문점 암젤의 선대 마스터는 ’지켜주는 사랑’을 하고 있다. 여러 모양의 사랑이 그렇게 세월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주인공 쇼타는 이들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이제 막 시작되는 쇼타의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해줄까?"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별닦이 토끼의 증언처럼, 유감스럽게도 설레는 마음으로 별을 닦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엇갈리는 사랑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인연을 ’기적’이라 이름하지 않는가.

그러나 별을 닦을 때의 설레임은 짧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 그 기적을 이어가는 것일게다. 별닦이는 자신의 반짝이는 별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변덕스러워 언제까지나 반짝일 거라는 보증이 없어. 저 별도 이따금 흐려지곤 해. 그럴 때마다 내가 급하게 닦아 두지. 그러면 다시 처음처럼 빛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거야."(175)

우리는 한 번 사랑의 별이 빛나기 시작하면, 이따금 별을 닦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사랑을 하게 될 쇼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별이 저절로 반짝이기를 바라지 말고 이따금 별을 닦듯이 사랑도 가꿔야 한다는 한마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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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으로 만든 선인장
전경환 지음 / 도서출판 be(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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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은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다른 존재를 배려하지 않는다. 지독한 외로움에 떨면서도 텅빈 하늘을 향하여 날카로운 가시를 휘두르고 있다. 뜨거운 환경을 거부하듯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생존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하다는 변명조차 하지 않는 존재이다. 그런데 납으로 만든 선인장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차갑다 못해 무거운 덩어리를 안고 있는 그 존재는 가시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허공을 항햐여 절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가슴에 납으로 만든 선인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5)

세상은 점차 사막화 되고 있다고 한다. 그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탐욕스럽게 물을 빨아올려 저장하고 또 저장하는 선인장, 그게 지금 우리 마음일까? 돌아보자. 관찰해보자. 객관화시켜 생각해보자. 우리 마음에 다른 존재를 배려하지 않는 선인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독한 외로움에 떨면서도 텅빈 하늘을 향하여 날카로운 가시를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꿈을 꾸고, 이상을 노래하던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언제부터 납처럼 차갑게 식어버렸을까? 

<납으로 만든 선인장>의 저자 전경환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차갑게 얼어 있다. 그가 보는 세상은 빛을 잃은 흑백 세상이다. 초록 생명도, 뜨거운 영혼도 잃어버린 금속성의 세상이다. 세상으로부터 한 발 물러나 있는 그는 철저히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 그는 관찰자의 시점을 갖는다. 그는 세상과 섞여들지 못하는 타인인 것이다.


선인장은 환경을 비웃는 존재이다. 바람은 먼지가 없으면 일어나지도 않으며, 태양은 평소와는 다르게 가까이 다가온 후에야 얼굴을 내미는 곳, 물이 적어서 메마른 곳이 선인장이 터전이다. 태양이 바람을 일으켜 시원함을 가지고 있지 않는 그런 곳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선인장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존재들과는 다르게 날카로운 잎으로 하늘을 찌르고, 태양을 찌르고, 땅과 자신을 찌른다.

"인간미를 상실한 현실을 그는 냉정하게 이미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흙에서 나왔다는 인간은 언젠부터인가 흙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흙을 대신한 콘크리트 숲에서 호흡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선인장이 되었는가? 선인장은 환경을 비웃는다지만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키우며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다. 


몸의 대부분이 생존을 위한 아가리로 채워진 선인장은 스스로 차가운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타(他)를 배려하지 않는 그 날카로움을 단죄할 수는 없다. 가장 가까운 존재까지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으로 충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는 땅을 향하고, 마음은 욕심을 향하고, 영혼은 이미 추락한 망상이 된다(25). <납으로 만든 선인장>은 그렇게 스스로 차가운 존재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의 단상을 정밀하게 포착해주고 있다. 저자는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어쭙잖은 감상이나 막연한 희망마저 단호히 거부한다. 미세한 세포를 관찰하듯 현미경을 들이대고 추락하는 세상의 공허함을 잘 보이게 확대해주고 있다. 고통스러운 통증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세상 가득하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차가워지고, 다른 존재를 배려하지 않는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지독한 형벌을 받고 있다. 살기 위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면서도 그 외로움 때문에 죽어가는 인간, 누가,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인간은 납으로 된 선인장을 품고 있다. 인간이 선인장과 다른 점은 태양과의 관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허공을 향하여 내지르는 어리석음의 가시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환경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존재이다.

철학을 전공했다는 저자는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시켜 독자적인 생(生)의 이론을 구축해왔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니 신경이 곤두선다. 현실 고발적인 그의 사진 속에서, 납처럼 차가운 그의 글 속에서 추락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니 현기증이 일어난다. 나는 욕망덩어리가 된다. 내가 디디고 서 있는 메마른 땅, 내가 꿈꿔왔던 것은 신기루였던가? 길바닥에 방치된 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그렇게 나의 존재는 모욕 속에 스러져간다.

지독한 저자이다. 마치 <매트릭스>라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는 매트릭스 안에 갇힌 진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 원하는 것 같다. <납으로 만든 선인장>은 묻는다. 우리가 아직도 인간(人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징표는 무엇인가? 인간미를 잃어버린 인간을 여전히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아직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부분을" 보여주려 한다. 그런데 매트릭스 안에서 깨어나는 것이 행복일까, 거짓된 꿈이라도 꾸며 사는 것이 행복일까? 내 마음 안에 계속 자라고 있는 선인장이 오늘도 나를 찌르고, 서로를 찔렀지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자각하는 이 ’앎’이라는 것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해갈지 막연한 기대를 품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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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놓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김미옥.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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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시인 윤동주. 그는 나의 첫 사랑이다.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이 그를 통해 열렸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처음 그의 시를 읽었던 그날, ’총 맞은 것처럼’ 낱말 하나하나가 그렇게 내 심장에 들어와 박혔다. 시어의 아름다움이 경이롭고 신성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그때의 벅찬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후로 일기를 쓸 때마다, 편지를 쓸 때마다 그를, 시인을 흉내 내보고 싶었는데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좌절만 깊어졌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마음으로, 생(生)을 노래하며 살고 싶었으나 나는 좀처럼 시인이 될 수 없었다.

이따금씩 무엇인가 간절히 쓰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깊이 고민할수록 생각과 감정은 실타래처럼 얽혀 버리고, 시적인 영감은 저멀리로 달아나버린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날들 안에 시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시’는 ’프리즘’과 같다. 일상이 ’시’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그 안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빛깔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의 저자는 일상을 시적 영감으로 빚어낸 시들을 골라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여기 실린 시들을 ’현대의 고전’이라 부르고 싶다고 한다. "왜냐하면 여기 실린 시들은 영원한 주제에 대해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18)

저자는 시인의 프로필을 짧게 설명하고, 마치 주석을 해나가듯 시에 담긴 의미와 영감을 해석해준다. 저자는 평범한 일상이 시를 통해 어떻게 경이로운 세계로 다시 태어나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시들이 우리 언어로 쓰인, 우리 시인의 시가 아니여서 그런지, 깊은 감동과 시인의 정서가 단박에 와닿지는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기 원하는 것은 ’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는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어 거듭 새롭게 읽게 되는 시다"(239)라고 말하는 저자는 시가 가진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는 삶을 변화시키고,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빠르게 돌아가는 빡빡한 일상을 살며 시를 노래하는 여유를 잊고 살았던 것같다. 시를 음미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뛰어가는 내 마음을 잡아세우며, 저자는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다. 우리 삶에 시가 필요하다고! 

"시는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힘이다. 시를 위해 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불이 필요하듯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밧줄이 필요하듯이, 배고픈 사람에게 주머니 속 빵이 소중하듯이 시도 그러하다. 정말 그렇다." (메리 올리버의 <시 입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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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 - 현대인을 위한 내 안의 죄죽이기
제이 E. 아담스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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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죄와 전쟁 중이다. 우리가 싸워할 대상을 분명히 하자! 


’거듭남’의 체험이 있기 전에 나는 설교를 들으면서도 ’죄인’이라는 말에 별 감흥이 없었었다. 성경 말씀을 배우고, 교리를 배울 때, 머리로 이해할 뿐 회개를 한다고 하면서도 내가 정말 죄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하나님을 모르고 하나님께 불순하며 살아온 삶, 그것이 바로 죄인의 삶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이해 가운데 회개를 흉내 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불덩이가 내게 임하면서 양심이 깨어나고 죽은 영혼이 살아나듯, 죄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죄인’이라는 깨달음이 섬광처럼 썰물처럼 나를 감싸던 그날, 감당하기 힘든 애통함이 내 영혼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날 그 시부터 지금까지 날마다 ’죄’와의 전쟁이다!

예수님을 닮아가고자 하는 예수님의 제자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에 사는 동안은 매일이 전쟁인 것이다. 그러나 전장에 나가면서 매일 하나님 앞에 승리를 다짐해보지만, 죄와 상관없는 삶을 살려고 몸부림을 쳐본 그리스도인이라면 처절하게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죄의 유혹 앞에 너무도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우리의 연약함을 말이다. 죄에 굴복하고 말았을 때, 영혼 깊은 곳에 파고드는 그 쓰라린 좌괴감과 절망의 고통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두 가지 나’를 발견하고 탄식하는 사도 바울의 괴로움의 깊이를 모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하는도다 원치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권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장 19-24절).

<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의 저자 제이 E. 아담스는 실천신학자이자 기독교 심리학자라고 한다. 실천신학자답게 그는 성경의 진리를 ’삶의 현장’ 가운데로 끌어와 적용시켜주는 데 탁월하다. <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은 성경적인 통찰과 함께 복음을 선포한다! 또한 기독교 심리학자답게 성도가 가진 심리적 갈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상담을 해주듯 영적인 문제를 풀어준다. 성경 말씀을 자세히 풀어주며, 승리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준다.

<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의 핵심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치러야 할 죄와의 전투가 있다는 것과, 그 전쟁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결정되는 곳은 바로 자신의 가장 은밀한 ’내면세계’라는 것이다. 내적 전쟁은 개인적 차원에서 겪어야 할 죄의 유혹이다(32).

죄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이 나의 내면 세계이며, 그곳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부부갈등, 자녀와의 문제, 직장문제, 자기연민과 같은 감정적인 문제까지 싸움의 대상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의 내부에 작용하는 죄의 유혹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상대로 싸워 승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죄의 유혹과 싸워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은 혼자서는 절대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 비록 그 전쟁에서 때때로 패배할지라도 분명한 것은 그 패배는 일시적이라는 가르침을 통해 우리를 강한 군사로 무장시켜 준다. 그 선포 속에 승리의 길이 있고, 자유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큰 힘을 준 것은 때로 패배할지라도 ’탈영병’이 되지는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의 결국을 알고 있다. 승리는 이미 우리의 것이다. "불같은 시험은 잠깐 동안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지나면 영광이 찾아온다!"(219) 우리가 할 일은 끝까지 예수님께 붙어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더 이상 무기력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지 말자. 더 이상 사단에게 속지 말자. 더 이상 예수님이 주신 자유함을 빼앗긴 채 살지 말자. <죄의 유혹을 극복하는 내적 전쟁>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싸워야 할 싸움의 정체와 그 대상을 바로 알고 말씀과 기도로 무장되어서 강한 군사로 거듭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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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에 마음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
오쿠시 아유미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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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을 넘기면 아무도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100가지 가운데 1위가 무엇일까?" 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였다고 한다(20).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언젠가 ’말하기 훈련’을 받을 때, 들었던 예화가 생각난다. 

그리스도인들을 잡아다가 사자 밥을 만들었던 로마 제국 시대의 일이다. 어느 날, 콜로세움의 굶주린 사자가 한 그리스도인에게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그리스도인이 재빨리 사자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그 맹수가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난폭한 사자를 겁에 질리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병사를 보내 알아본 결과, 그리스도인이 사자의 귀에 속삭인 말은 이것이라고 한다. "저녁 식사 후에 몇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나는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긴장감과 그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고 올라가도 사람들 앞에만 서면 우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늘 실전에 앞서 ’준비’에 만전을 기했던 나에게 <3분 만에 마음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은 시작부터 대단한 도전을 준다.

’세계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가’라는 자신만만한 프로필을 자랑하는 저자 ’오쿠시 아유미’"는 경력부터 화려하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브랜드 전쟁터를 평정한 최강의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너’라는 저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몰래 연습해서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평생 실력이 늘지 않는다."(19)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의 핵심을 담았다. 물론 준비도 해야 하지만,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실전이 중요하다 생각하니 도전의지가 불끈 솟는다. 실전을 치르고 평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실전을 즐기는 마음’이 생긴다고나 할까. 아무튼 늘 부담스러웠던 ’실전’인데, 그것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이 신기하다.

<3분 만에 마음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은 말한다. "3분을 넘기면 아무도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인간의 집중력은 3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3분 만에 마음을 사로잡는 말하기의 비밀을 전수해준다. 

<3분 만에 마음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을 통해 가장 깨달은 가장 주요한 핵심 포인트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히 말을 듣는 상대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말하는 나’가 아니라, ’말을 듣는 너’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상대’의 특징에 주목한다.

"말을 할 때 사람들은 대개 ’무엇을 전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이것이 듣기 지루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야기 속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이의 액션을 끌어내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상대에게 ’무엇을 하도록 할 것인지’가 최우선의 핵심이다. 

1. 상대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가? 
2. 상대가 당신 말을 듣고 어떤 감정을 갖기를 원하는가? 
3.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전해야 하는가? 
이 삼단논법으로 이야기의 포인트를 정리한다."(95)


말하기의 기본 구성은 오프닝 -> 본론 -> 클로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의 ’내용’에만 신경을 쓴다. <3분 만에 마음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은 상대가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이야기를 듣게끔 만드는 몇 가지 비결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우선, 듣는 이의 귀를 활짝 여는 ’임팩트’와 기억에 남는 ’액션’에 포인트를 둔, <5W 1H>의 법칙이다. 

WHY - 목적을 확인한다.
WHO - 듣는 이를 분석한다.
WHEN - 타이밍을 생각한다.
WHAT - 주요 포인트와 근거를 정리한다.
HOW - 효과적인 접근, 오프닝과 클로징을 생각한다.
WHERE(&HOW) -환경을 확인하고, 정리한다.


상대를 집중시키는 말하기의 3S 법칙은, SIMPEL(단순), SPEED(속도), SELF-CONFIDENT(자신감)으로 정리된다.

저자는 실전의 명수답게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릴 때 바로 써먹는 ’주문’ 노하우도 전수해준다. 목차가 세분화되어 있고 내용도 간략하여 요점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무엇보다 실전에 바로 응용 가능한 내용들이어서, 실전에서 실험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긴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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