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놓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김미옥.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시인 윤동주. 그는 나의 첫 사랑이다.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이 그를 통해 열렸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처음 그의 시를 읽었던 그날, ’총 맞은 것처럼’ 낱말 하나하나가 그렇게 내 심장에 들어와 박혔다. 시어의 아름다움이 경이롭고 신성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그때의 벅찬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후로 일기를 쓸 때마다, 편지를 쓸 때마다 그를, 시인을 흉내 내보고 싶었는데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좌절만 깊어졌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마음으로, 생(生)을 노래하며 살고 싶었으나 나는 좀처럼 시인이 될 수 없었다.

이따금씩 무엇인가 간절히 쓰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깊이 고민할수록 생각과 감정은 실타래처럼 얽혀 버리고, 시적인 영감은 저멀리로 달아나버린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날들 안에 시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시’는 ’프리즘’과 같다. 일상이 ’시’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그 안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빛깔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의 저자는 일상을 시적 영감으로 빚어낸 시들을 골라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여기 실린 시들을 ’현대의 고전’이라 부르고 싶다고 한다. "왜냐하면 여기 실린 시들은 영원한 주제에 대해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18)

저자는 시인의 프로필을 짧게 설명하고, 마치 주석을 해나가듯 시에 담긴 의미와 영감을 해석해준다. 저자는 평범한 일상이 시를 통해 어떻게 경이로운 세계로 다시 태어나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시들이 우리 언어로 쓰인, 우리 시인의 시가 아니여서 그런지, 깊은 감동과 시인의 정서가 단박에 와닿지는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기 원하는 것은 ’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는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어 거듭 새롭게 읽게 되는 시다"(239)라고 말하는 저자는 시가 가진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는 삶을 변화시키고,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빠르게 돌아가는 빡빡한 일상을 살며 시를 노래하는 여유를 잊고 살았던 것같다. 시를 음미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뛰어가는 내 마음을 잡아세우며, 저자는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다. 우리 삶에 시가 필요하다고! 

"시는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힘이다. 시를 위해 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불이 필요하듯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밧줄이 필요하듯이, 배고픈 사람에게 주머니 속 빵이 소중하듯이 시도 그러하다. 정말 그렇다." (메리 올리버의 <시 입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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