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종의 기원 - 일러스트로 보는 다윈의 삶과 진화론
마이클 켈러 지음, 니콜 레이저 풀러 그림, 이충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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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



"다윈의 <종의 기원>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온 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다윈은 과학자의 범주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혁명적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역사가는 한술 더 뜬다. "지성계의 거두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트 중에서 유일하게 다윈만이 오늘까지 건개하다"고. 이것이바로 1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여전히 <종의 기원>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다"(7-8).  

<그래픽 종의 기원>은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책이다. 1809년에 다윈이 태어난지 200년이 지나고, 1859년에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책은 전 세계 지성인들의 필독서이고,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종교와 과학의 지배력을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신의 ’창조론’에 맞설 인간의 이론은 아직까지 다윈의 ’진화론’뿐이다.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진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왔는지를 돌아본다면 <종의 기원> 만큼 인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간의 책은 아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돌이켜 보니 <종의 기원>을 완독한 기억이 없다. 강의 시간에 들었거나, 부분 발췌를 읽었거나, 요약본을 읽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픽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종의 기원> 판본 중에 초판에 대한 번역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많은 학자의 이론에 응용되고, 많은 학문에서 거론되는 이론이면서도, 정작 다윈의 ’진화론’을 정식으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때가 전부였나 보다.

<그래픽 종의 기원>은 다윈의 삶, 그리고 <종의 기원>을 통해 그가 발전시킨 진화론을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1부는 비글호 항해에서부터 시작된 다윈의 연구가 <종의 기원>을 탄생시키기까지의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연구 배경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야기(스토리) 속에 다윈이 쓴 편지 원본을 그대로 인용하여, 마치 전기를 통해 그의 고백을 직접 듣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준다. 제2부는 <종의 기원>을 1장부터 15장까지 원작의 순서대로 따라가며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했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이 그래픽으로 시각화되어 있어, 글과 그래픽으로 동시에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 핵심적인 이론을 압축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그래픽이 있어서 이론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의 내용을 부분 발췌했기 때문에 오히려 논리의 ’맥’이 부분 부분 끊어진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듯 하다. 설명 방식을 보완한 것이지 원작을 쉽게 이해하도록 내용을 변형시킨 책은 아니다. 제3부는 <종의 기원>이 출간된 후에 그의 이론이 발전되어가는 연구 성과들을 보여준다. 

"유리한 개체적 차이나 변이가 보존되고, 해로운 개체적 차이나 변이가 도태되는 것을 나는 자연 선택 또는 적자 생존이라고 불렀다"(73). 

생존 경쟁을 통한 ’자연 선택 매커니즘’은 자연과 인류의 역사에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그림을 보여주는 자연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유리’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고, 약자는 도태되고 승자만이 살아 남는 세상. 그리고 세상은 지금도 그것을 ’진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본능은 특별히 부여되거나 창조된 본능이 아니라, 모든 생물을 진보로 이끄는 하나의 일반적인 법칙, 즉 번식하고 변이가 생겨나며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그런 법칙의 작은 결과로 보는 것이 훨씬 만족스럽다"(122).

’창조론’을 믿는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항상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왔던 것을 고백한다. 물론, 다윈의 진화론이 인류의 역사에 끼쳐온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음을 안다. <그래픽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시대를 지배해온 거대한 이론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그 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예의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가 제공한 견고한 틀 안에서 지금도 계속 학문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많은 비판과 성찰이 뒤따르겠지만, 누구도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한 다윈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의 기원>은 영원한 고전, 영원한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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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괴짜를 넘어서 - 실력은 있지만 실전은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밥 실러트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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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형 괴짜도 따라야 할 ’성공의 원칙’은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치앤사치 회장 밥 실러트가 말하는 ’정답’!


성공한 기업인들이 성공 노하우를 공개할 때마다,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전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 탁월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압축된 메시지를 자세하게 읽어보면, 명문장 안에 숨겨진 전략은 대부분 ’사소한’ 것들일 때가 많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말한다. 바로 그 ’사소함’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이다. ’사소함’이라는 것은 일상적인 것을 말하고, 일상적이라는 것은 늘 준비되어야 함을 말하고, 늘 준비한다는 것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부지런히 ’깨어 있는 정신’을 말하는 듯하다.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도 그와 같은 맥락을 같이 한다.

적어도 내게는 너무 낯선 저자 ’밥 실러트’, 그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이 완해될 위기의 순간에 CEO로 부임하여 세계적으로 기업(카이저 로스, 사치앤사치)으로 키워낸 화려한 이력을 가진 기업인이다. 창조형 괴짜와 이성적 비즈니스맨 양측의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어 ’현실적인 괴짜’로 통한다. 저자의 40년 간의 비즈니스 철학을 담았다는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는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지만, 세계 굴지의 CEO다운 ’리더십’ 서적으로 읽힌다. 모든 조언에 CEO다운 마인드가 담겨 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어느 자리에 있던 CEO적인 마인드로 임할 것을 충고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는 창조형 괴짜도 따라야 할 ’성공의 원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성공의 원칙, 즉 어떤 일이든 정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는 일목요연한 ’원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커리어 준비, 커리에 관리, 비즈니스 전략, 비즈니스 현장, 비즈니스 경제학, 리더십 레슨, 커뮤니케이션, 개인 스타일 등 총 여덟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하는 그의 조언은 그가 직접 현장에서 깨닫고 익힌 실질적인 교훈들을 구체화 하여 모은 것이다.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는 직장인의 드레스 코드에서부터, MBTI 검사를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말하며, 파트너를 선택하는 기술까지, 마치 기억의 파편에서 교훈을 하나씩 건져올리듯 쓰여졌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그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성공의 원리는 "노력, 준비, 헌신의 중요성"이다. 성공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완전하고 전적인 헌신이다"(62).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것도 거져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는 것은, 모든 일에 정답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라는 명령으로 읽힌다. 

"위대한 아이디어들은 온종일 고민한 끝에 당신을 찾아온다"(124).
’창조적’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기업의 운명을 바꾸고, 개인의 인생을 바꾸어놓지만, 톡톡 튀는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운좋게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운좋게 ’번쩍’ 하고 떠오르는 창조적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농축되고, 고민과 전략의 퇴적층에서 배태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지런히 깨어있는 정신으로 사소한 것 하나도 늘 준비하는 사람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를 읽으며 내가 터특한 성공의 원칙이다. 위대한 현장의 선배들이 들려주는 조언은 언제나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시시콜콜하면서도 생생한 노하우라는 것에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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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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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꼭 해야 하는 거라면 오늘 해내고야 말겠어"(30).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피겨 경기를 보면, 서양 선수들에 비해 동양 선수들은 다리도 짧고 통통해서 상대적으로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국제경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우리나라 선수를 지켜보며 타고난 신체 조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노력으로도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어떤 좌절감을 안겨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구나 겨울철 스포츠 종목은 국가 경쟁력 자체가 약했기 때문에, 이처럼 ’빠르게’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선수와 같은 월드 스타가 나오리라는 것은 정말 꿈도 꾸어보지 못한 일이다. 

내가 김연아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떤 특집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링크 하나 없는 나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 자비로 훈련하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드디어 사회적인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피겨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국제적인 수준의 연기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불과 몇 년 전의 기억과는 달리 신체적인 조건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오히려 어떤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깜찍하면서도 우아한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가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냄비 팬’ 수준이라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그전까지 나의 마음속에서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를 열렬히 응원하고 김연아 선수를 뜨겁게 사랑하는 팬이 되었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스무 살의 나이에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온 국민에게 자부심과 감동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아이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김연아 선수가 흘려온 땀과 눈물과 열정의 기록이다. 내가 김연아 선수보다 어렸다면,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텐데, 안타깝다. 싱그러운 젊음이 부럽고, 월드 챔피언의 여유롭고 환한 미소가 부럽다. 그러나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타고난' 선수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매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한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성장'에 대한 부러움을 심어준다. 그녀에 비하면 나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낭비된 삶이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김연아 선수는 "한 걸음 나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34)고 고백한다.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훈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겨운 싸움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2009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서 빨간 의상을 입은 김연아 선수가 뚝뚝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수많은 ’한계’에 ’좌절’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노력한 김연아 선수를 지켜보며 나 자신을 다시 격려해보기도 했다. 때때로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빙판 위의 김연아 선수가 다시 일어나주기를 열렬히 응원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자고 말이다.

"언젠가 꼭 해야 하는 거라면 오늘 해내고야 말겠어"(30). 이처럼 당찬 오기와 독한 근성, 그리고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 단계, 한 단계가 장애를 뛰어넘고 한계를 극복하고 난 후에 맛보는 짜릿한 환의가 그녀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심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그녀에게서 오기와 근성과 꿈을 향한 열정을 배운다. 그녀의 경기 때마다 열렬히 응원하며 우승을 기원하겠지만, 어떤 순간에게도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제는 조바심 내지 않으며 즐겁게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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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회 교과서 - 상위 1% 중학생의 특목고 인성면접을 위한 필독서
구본창 지음 / 채륜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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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문가가 다시 쓴 사회 교과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사회’ 과목과는 달리,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사회학’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실체로 인식되면서,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 즉 보이지 않는 사회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달리 바라보게 해주었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사회학’을 공부하는 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아 기초 개념부터 다시 익힐 수 있는 적당한 개론서나 입문서를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을 살면서 가장 교양 수준이 높은 때가 바로 ’고등학교’ 시기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입시를 위해 가장 폭넓은 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교재로 삼듯이, 입시 전문가가 다시 특목고 인성면접을 위해 집필했다는 <생각하는 사회 교과서>에 관심이 갔다.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기초적인 ’생각의 틀’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저자인 구본창 선생님의 다소 ’의외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빈민층 형성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친일사관의 잔재가 정리되지 않은 기존의 주류 역사학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단순히 ’입시전문가’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날카로운 역사의식을 가진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이 책은 무엇인가 다르겠구나’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충만했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생각하는’ 사회 교과서이다.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주면서, ’나의 생각’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제 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사고와 논리를 키워준다. 전체적으로 ’문화가 이루는 사회’, ’정치가 이끄는 사회’, ’경제가 만드는 사회’, ’역사가 숨쉬는 사회’라는 네 개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을 키워주면서, 동시에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체적인 현안들까지 다루어준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과 그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짚어주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수준에 놀라고,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고의 입시전문가의 명강의에 감탄했다. 머릿속에 기본적인 개념이 착착 자리하면서, 현재 우리사회에 이슈가 되는 문제들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실례로, ’독도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워졌는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일본에 대해 ’분노’하기만 했지 독도문제에 대해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이 현명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나는 한마디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은 독도문제를 바라보며 ’답답해 했던’ 내가 진짜 답답하고 무지한 국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미 독도는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이며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아무리 가자고 해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독도가 국제사회에서 영토 분쟁 지역으로 크게 부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실질적 점유의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까?"(125)

독도문제 만큼이나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선생님의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역사가 숨쉬는 사회’ 카테고리였다. 사회 교과서와 어울리는 주제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려는 선생님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열강이었다.

"역사는 보는 시각, 즉 사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보다 더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이 든다. 나도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는 ’삼별초’와 ’팔만대장경’을 당시 백성의 시각에서 다시 보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원군과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였다. ’민비’를 ’명성황후’로 고쳐불러야 한다는 물결 속에 ’명성황후’가 재조명되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 속에 ’명성황후’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나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을 설명하며, 명성황후는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는 선생님의 강의는 그야말로 내게 ’경악’ 수준의 충격이었음을 고백한다. 우리 역사가 친일파의 잔재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수정되었다고 생각한 지금의 역사 상식도 끊임없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생각의 틀을 탄탄하게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입시를 준비하는 하는 중학교 아이들의 수준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은 입시준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과 상식으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이론'적인 개념들을 익히면서, 실제적인 사회 문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독서였다. 우리가 먼저 읽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배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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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상담 - 심령을 견고히 하는
오우성.박민수 지음 / 두란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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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를 통한 치유 상담의 탄생,
<성경 이야기 상담>(Biblical Narrative Counseling)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교과서!



학계에서 불어오는 ’통섭’이라는 하나의 키워드가 끊임없이 분화되던 학문의 영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물결을 거세게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두란노에서 출간한 <심령을 견고히 하는 성경 이야기 상담>도 성경학(성령론까지 포함한)과 상담학이 만나 ’성경 이야기 상담’(Biblical Narrative Counseling)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학문의 ’통합’을 보여준다. 

요즘 교회는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심리상담학의 영향력 아래 휘둘리고 있다. 교회마다 경쟁적으로 심리상담과 관련된 각종 ’치유’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심리치료가 성도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적극적인 도입과 함께, 무엇보다 참된 예배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물론 나도 참된 예배와 복음의 능력 안에 치유가 있음을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심리적인 문제로 심각한 아픔을 호소하는 성도들이 증가하는데, 실제로 많은 성도들이 예배와 말씀 안에서 구체적인 치유를 경험하기보다, 심리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치유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현실’ 때문에 많은 목회자가 심리상담학에 관심을 갖고, 이전보다 더욱 기독교상담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령을 견고히 하는 성경 이야기 상담>을 읽으며 특별히 이런 반성을 해보았다. 우리가 성경을 읽고 배울 때 교리적이고 당위적인 가르침에 주력하느라, 말씀의 빛으로 삶을 조명하는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심령을 견고히 하는 성경 이야기 상담>은 성경 이야기 안에 담겨 있는 상담(치료)의 힘을 새롭게 조명해주며, 그 적용 원리와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성경 이야기 상담은 결국 성령님께서 성경의 이야기를 수단으로 해서 내담자를 회복시키는 상담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5).

이 책의 저자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듯이, 그동안 기독교 상담은 성경 이야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성경 이야기를 파편적으로 끌어들이는 수준이었지, 무엇보다 성경 이야기 자체를 상담적 견지에서 보다 학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못했다. 

예전에, 상담학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경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가정들이 ’역기능 가정’인 것을 발견하고 새삼 놀랬던 적이 있다. 사라와 하갈이 갈등했던(이삭과 이스마엘까지 이어지는) 아브라함 가정, 부부가 자녀를 대놓고 편애했던 이삭 가정, 4명의 처와 12아들을 두어 자녀 차별 문제가 심각했던 야곱 가정, 이 책에도 등장하는 바람난 아내를 두었던 호세아 가정, 아버지를 일찍 여윈 예수님 가정까지 문제 없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심령을 견고히 하는 성경 이야기 상담>은 이와 같이 서사적인 방식의 ’성경 이야기’를 매개로 상담을 진행하며 성령의 ’역동성’을 의지하는 상담이라 할 수 있다. ’성경 이야기 상담’(Biblical Narrative Counseling)을 처음 소개하고 시도하는 이 책은 ’논문’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론의 배경적 설명에서부터 실제까지를 다루며, ’성경 이야기 상담’의 실효성을 스스로 검증하고 증명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복음적’이라는 것과 상담의 지향점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을 세워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독교 상담’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상담학적인 견지에서 탐구하는 ’성경 이야기’는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또 하나의 창을 열어주며, 성경 이야기 속에 담긴 치료의 ’역동성’을 사모하며 기대하게 해준다.

시작되는 학문이기에 많은 임상 경험과 이론적 성찰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우리의 ’목적’이 말씀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우리의 목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심을 꼭 잡고 ’성경 이야기 상담’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기를 기도드린다. 무엇보다 모든 사례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성경 이야기’이기에, 저자들도 ’성령의 조명하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리라. 모쪼록 상담자가 ’성경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이야기’가 내담자의 삶에 역사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기에 내담자에게는 물론 성령의 음성에도 예민하게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경 이야기 상담’이 기도하는 상담자를 세워가리라 기대한다.

모든 목회자는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목회현장에서 상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역일 것이다. 목자가 ’양’의 형편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면, 지지적인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야 할 교회에서 자칫 양이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성경 이야기 상담’은 복음의 권위가 회복되고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야 할 또 한 지점을 우리에게 조명해준다. <심령을 견고히 하는 성경 이야기 상담>은 목회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책이고, 또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 책이다. 목회 현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어지면서 함께 토론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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