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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회 교과서 - 상위 1% 중학생의 특목고 인성면접을 위한 필독서
구본창 지음 / 채륜 / 2010년 1월
평점 :
입시전문가가 다시 쓴 사회 교과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사회’ 과목과는 달리,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사회학’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실체로 인식되면서,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 즉 보이지 않는 사회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달리 바라보게 해주었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사회학’을 공부하는 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아 기초 개념부터 다시 익힐 수 있는 적당한 개론서나 입문서를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을 살면서 가장 교양 수준이 높은 때가 바로 ’고등학교’ 시기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입시를 위해 가장 폭넓은 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교재로 삼듯이, 입시 전문가가 다시 특목고 인성면접을 위해 집필했다는 <생각하는 사회 교과서>에 관심이 갔다.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기초적인 ’생각의 틀’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저자인 구본창 선생님의 다소 ’의외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빈민층 형성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친일사관의 잔재가 정리되지 않은 기존의 주류 역사학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단순히 ’입시전문가’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날카로운 역사의식을 가진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이 책은 무엇인가 다르겠구나’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충만했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생각하는’ 사회 교과서이다.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주면서, ’나의 생각’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제 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사고와 논리를 키워준다. 전체적으로 ’문화가 이루는 사회’, ’정치가 이끄는 사회’, ’경제가 만드는 사회’, ’역사가 숨쉬는 사회’라는 네 개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을 키워주면서, 동시에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체적인 현안들까지 다루어준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과 그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짚어주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수준에 놀라고,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고의 입시전문가의 명강의에 감탄했다. 머릿속에 기본적인 개념이 착착 자리하면서, 현재 우리사회에 이슈가 되는 문제들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실례로, ’독도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워졌는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일본에 대해 ’분노’하기만 했지 독도문제에 대해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이 현명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나는 한마디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은 독도문제를 바라보며 ’답답해 했던’ 내가 진짜 답답하고 무지한 국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미 독도는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이며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아무리 가자고 해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독도가 국제사회에서 영토 분쟁 지역으로 크게 부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실질적 점유의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까?"(125)
독도문제 만큼이나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선생님의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역사가 숨쉬는 사회’ 카테고리였다. 사회 교과서와 어울리는 주제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려는 선생님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열강이었다.
"역사는 보는 시각, 즉 사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보다 더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이 든다. 나도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는 ’삼별초’와 ’팔만대장경’을 당시 백성의 시각에서 다시 보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원군과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였다. ’민비’를 ’명성황후’로 고쳐불러야 한다는 물결 속에 ’명성황후’가 재조명되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 속에 ’명성황후’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나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을 설명하며, 명성황후는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는 선생님의 강의는 그야말로 내게 ’경악’ 수준의 충격이었음을 고백한다. 우리 역사가 친일파의 잔재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수정되었다고 생각한 지금의 역사 상식도 끊임없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생각의 틀을 탄탄하게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입시를 준비하는 하는 중학교 아이들의 수준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은 입시준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과 상식으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이론'적인 개념들을 익히면서, 실제적인 사회 문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독서였다. 우리가 먼저 읽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배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