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꼭 해야 하는 거라면 오늘 해내고야 말겠어"(30).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피겨 경기를 보면, 서양 선수들에 비해 동양 선수들은 다리도 짧고 통통해서 상대적으로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국제경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우리나라 선수를 지켜보며 타고난 신체 조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노력으로도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어떤 좌절감을 안겨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구나 겨울철 스포츠 종목은 국가 경쟁력 자체가 약했기 때문에, 이처럼 ’빠르게’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선수와 같은 월드 스타가 나오리라는 것은 정말 꿈도 꾸어보지 못한 일이다. 

내가 김연아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떤 특집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링크 하나 없는 나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 자비로 훈련하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드디어 사회적인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피겨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국제적인 수준의 연기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불과 몇 년 전의 기억과는 달리 신체적인 조건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오히려 어떤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깜찍하면서도 우아한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가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냄비 팬’ 수준이라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그전까지 나의 마음속에서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를 열렬히 응원하고 김연아 선수를 뜨겁게 사랑하는 팬이 되었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스무 살의 나이에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온 국민에게 자부심과 감동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아이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김연아 선수가 흘려온 땀과 눈물과 열정의 기록이다. 내가 김연아 선수보다 어렸다면,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텐데, 안타깝다. 싱그러운 젊음이 부럽고, 월드 챔피언의 여유롭고 환한 미소가 부럽다. 그러나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타고난' 선수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매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한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성장'에 대한 부러움을 심어준다. 그녀에 비하면 나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낭비된 삶이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김연아 선수는 "한 걸음 나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34)고 고백한다.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훈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겨운 싸움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2009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서 빨간 의상을 입은 김연아 선수가 뚝뚝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수많은 ’한계’에 ’좌절’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노력한 김연아 선수를 지켜보며 나 자신을 다시 격려해보기도 했다. 때때로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빙판 위의 김연아 선수가 다시 일어나주기를 열렬히 응원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자고 말이다.

"언젠가 꼭 해야 하는 거라면 오늘 해내고야 말겠어"(30). 이처럼 당찬 오기와 독한 근성, 그리고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 단계, 한 단계가 장애를 뛰어넘고 한계를 극복하고 난 후에 맛보는 짜릿한 환의가 그녀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심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그녀에게서 오기와 근성과 꿈을 향한 열정을 배운다. 그녀의 경기 때마다 열렬히 응원하며 우승을 기원하겠지만, 어떤 순간에게도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제는 조바심 내지 않으며 즐겁게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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