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종의 기원 - 일러스트로 보는 다윈의 삶과 진화론
마이클 켈러 지음, 니콜 레이저 풀러 그림, 이충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7



"다윈의 <종의 기원>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온 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다윈은 과학자의 범주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혁명적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역사가는 한술 더 뜬다. "지성계의 거두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트 중에서 유일하게 다윈만이 오늘까지 건개하다"고. 이것이바로 1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여전히 <종의 기원>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다"(7-8).  

<그래픽 종의 기원>은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책이다. 1809년에 다윈이 태어난지 200년이 지나고, 1859년에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책은 전 세계 지성인들의 필독서이고,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종교와 과학의 지배력을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신의 ’창조론’에 맞설 인간의 이론은 아직까지 다윈의 ’진화론’뿐이다.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진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왔는지를 돌아본다면 <종의 기원> 만큼 인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간의 책은 아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돌이켜 보니 <종의 기원>을 완독한 기억이 없다. 강의 시간에 들었거나, 부분 발췌를 읽었거나, 요약본을 읽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픽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종의 기원> 판본 중에 초판에 대한 번역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많은 학자의 이론에 응용되고, 많은 학문에서 거론되는 이론이면서도, 정작 다윈의 ’진화론’을 정식으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때가 전부였나 보다.

<그래픽 종의 기원>은 다윈의 삶, 그리고 <종의 기원>을 통해 그가 발전시킨 진화론을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1부는 비글호 항해에서부터 시작된 다윈의 연구가 <종의 기원>을 탄생시키기까지의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연구 배경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야기(스토리) 속에 다윈이 쓴 편지 원본을 그대로 인용하여, 마치 전기를 통해 그의 고백을 직접 듣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준다. 제2부는 <종의 기원>을 1장부터 15장까지 원작의 순서대로 따라가며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했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이 그래픽으로 시각화되어 있어, 글과 그래픽으로 동시에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 핵심적인 이론을 압축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그래픽이 있어서 이론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의 내용을 부분 발췌했기 때문에 오히려 논리의 ’맥’이 부분 부분 끊어진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듯 하다. 설명 방식을 보완한 것이지 원작을 쉽게 이해하도록 내용을 변형시킨 책은 아니다. 제3부는 <종의 기원>이 출간된 후에 그의 이론이 발전되어가는 연구 성과들을 보여준다. 

"유리한 개체적 차이나 변이가 보존되고, 해로운 개체적 차이나 변이가 도태되는 것을 나는 자연 선택 또는 적자 생존이라고 불렀다"(73). 

생존 경쟁을 통한 ’자연 선택 매커니즘’은 자연과 인류의 역사에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그림을 보여주는 자연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유리’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고, 약자는 도태되고 승자만이 살아 남는 세상. 그리고 세상은 지금도 그것을 ’진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본능은 특별히 부여되거나 창조된 본능이 아니라, 모든 생물을 진보로 이끄는 하나의 일반적인 법칙, 즉 번식하고 변이가 생겨나며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그런 법칙의 작은 결과로 보는 것이 훨씬 만족스럽다"(122).

’창조론’을 믿는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항상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왔던 것을 고백한다. 물론, 다윈의 진화론이 인류의 역사에 끼쳐온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음을 안다. <그래픽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시대를 지배해온 거대한 이론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그 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예의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가 제공한 견고한 틀 안에서 지금도 계속 학문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많은 비판과 성찰이 뒤따르겠지만, 누구도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한 다윈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의 기원>은 영원한 고전, 영원한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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