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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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세계 도시 여행, 
인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알파벳 그림책!


"사랑스러운 손자야,
델프트는 다른 도시에 비해 특별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 그림책에 넣었단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름다운 도시이고 너의 조상이 네덜란드인이기 때문이지. 너도 지금의 너를 낳아준 조상들에 대해서 뭔가 알아야 하니까"(25).

역사학자인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손자에게 인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기 원합니다.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둡고 절망스러웠지만,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손자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아직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사랑하는 손자를 위한 책’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할아버지는 세계 여러 도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알파벳을 넣은 그림까지 그렸습니다. 그 그림책은 1935년 어느 봄날 만들어졌지만, 할아버지는 십 년 후 크리스마스 때에 이 책을 손자에게 선물할 예정이었습니다. 손자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어보았겠지요?

역사학자인 ’반룬’ 할아버지는 26개의 알파벳 순서를 따라 손자에게 꼭 설명해주고 싶은 26개의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A로 시작하는 도시 아테네에서부터 Z로 시작하는 체르마트까지 이 책에는 종교의 성지, 예술의 발원지, 혁명의 근원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등 할아버지는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26개의 도시를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조국 ’네델런드’의 도시는 각별한 애정을 담아 소개합니다(D로 시작되는 델프트, H로 시작되는 하를럼, Q로 시작되는 채석장 등).

"아크로풀리스 신전의 건물둘이 보여주는 참된 아름다움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균형과 절제에서 오는 것이란다. 일찍 이런 사실을 깨달았던 아테네의 건축가들을 떠올려 보렴. 의미 있는 고집은 아주 쓸모 있지만 필요할 때에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물론 너의 모든 좋은 점이나 결점들도 마찬가지겠지"(25).

역사학자 할아버지는 이 책을 통해 세계사적인 ’지식’만을 전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역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 원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역사 이야기에 할아버지만의 ’교훈’을 더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며, 무엇인가를 깨닫고 배우기 원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할아버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도시마다 그 도시들 안에 살아 숨쉬는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해줍니다. 할아버지가 덧붙여 주신 교훈은 다른 세계사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유산입니다.

"난 그린란드에 가 본 적이 없지만 1.6km 정도의 두꺼운 얼음과 눈밭이 펼쳐진 이 외로운 대륙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구나. 순박한 에스키모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고. 에스키모들은 하루에 뉴욕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웃는 것보다 더 많이 웃으면서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거야. 그 까닭을 알 수 없지만 재산이 늘었다고 더 행복해지기는 어려우나 욕심을 버리면 더 행복해진다는 옛 그리스 철학자의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 철학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게다. 왜냐하면 우리 서양 문명은 결국 쓰레기들로 주위가 황폐해질 때까지 소비할 무언가를 바라고 또 바라기 때문이지"(111).


이 책은 반룬 할아버지의 알파벳 그림 이외에도 각종 지도, 그림, 사진을 보완하여 도시가 간직한 소중한 역사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선정된 26개 도시는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지만, 특별히 역사학자 ’반룬’의 개인적인 관심과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마치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도시가 간직한 역사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준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듯 재밌게 읽으면서 세계사를 공부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각 도시의 특색과 역사적 의미를 핵심적으로 잘 짚어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쉽게 읽히면서 재밌는 세계사 이야기책이다. 거기에 역사학자 할아버지의 따뜻하고 깊은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렇게 특별한 책을 선물받은 손자는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몹시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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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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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자주 ’성적을 잘 받는 아이’와 ’학문적 소양이 있는 아이’를 가리는 토론을 하곤 했었다. 시험을 보는 요령과 점수 관리에 뛰어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또래 친구들이지만 ’생각하는 머리’가 뛰어난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물론 ’성적을 잘 받는 친구’를 부러워 했지만, 진짜 존경심은 ’학문적 소양을 가진 친구’에게 향해 있었다. 우리가 그런 구분을 즐겼던 진짜 이유는 어쩌면 ’성적을 잘 받는 친구’들이 진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성적’만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편협한 세상에 대한 반항심으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불편하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꿈마저 거세 당한 채 성장해야 하는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다시 찾아준 잃어버린 꿈은 ’명문대 진학’이고, 남다른 요령으로 최고의 성적을 받아내는 학생을 ’공부의 신’으로 대접하는 시선이 불편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공부가 아니라 성적 싸움이지 않냐고 되묻고 싶다. 전과목 시험 만점자를 ’공부의 신’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성적) 꼴지들이 경험하는 도전과 성취가 ’마음’을 바꿔놓고, 생의 태도를 바꿔놓고 있는 것에 진정한 공부의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퇴계 이황 탄생 51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된 <함향과 체찰>은 우리가 젊음을 다 바치면서까지 죽도록 매달리고 있는 ’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들에게 답한 편지를 말년에 다시 추려 엮은 <자성록>을 중심으로 하여 퇴계의 핵심 사상에서 ’공부론’을 추려내었다. 퇴계의 핵심 사상 중에 특별히 ’공부론’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오래도록 교육계의 화두가 되어온 ’인성 교육’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황의 삶을 이야기 하는 <제1부>는 빠르고 재밌게 읽히나, 자성록을 중심으로 이황의 교육 철학을 정리한 <제2부>는 옛 서간문을 풀어쓴 것이여서 단박에 메시지가 파악되지는 않는 약간의 어려움이 잇다. <제3부>는 퇴계 이황 사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토막 토막 정리한 부록의 역할을 한다. 


"인성교육을 퇴계의 어법으로 풀이하자면 ’마음공부’입니다(5).
퇴계는 인성교육의 핵심으로 ’함향’과 ’체찰’을 언급하는데, ’함양’이란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 것이고, ’체찰’은 몸으로 익혀 실천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6). 다시 말해, 퇴계에게 공부란 심성을 올바르게 갈고 닦는 일이며, 체찰은 몸으로 익히는 공부의 가치를 말한다.

"세상의 이치는 일상생활 곳곳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하는 말이나 행동에도 있고, 사람을 만나면서 지켜야 할 도덕이나 윤리 가운데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치는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것입니다. (...) 이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버리기 쉽습니다. 아주 고상하고 심오한 내용이나 원대한 것을 공부하여 이치를 빨리 터득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 훌륭한 자공도 제대로 못했던 일인데 우리가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데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찾아보려는 괜한 수고만 하게 되고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연결도 없이 막연하여 실익이 되지 못합니다"(133).

가끔 배움과 삶이 따로 노는 ’위선’을 꼬집고 싶어질 때, 내가 비유적으로 예를 드는 부류가 있다(물론, 이런 위선적인 부류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 학부에서 최고의 학위를 받아도 지성인이 아니라는 것을 대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보여준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인격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독서클럽 회원들이 보여준다. <함양과 체찰>은 ’공부’의 참된 의미와 삶으로의 연결을 반성해보도록 도와준다. 교육하는 사람들이나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한순간에 문득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처럼, 어둡고 아득한 가운데 그림자만 얼핏 보고서 큰일은 모두 끝났다고 떠들어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궁리한 다음 실천 속에서 분명하게 체득해야 진정한 앎이 되는 것입니다. 경을 중심으로 하여 두 가지 세 가지로 흩어지지 않고 나아갈 때 참된 얻음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직 얕은 것이며, 경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날마다의 생활에서 이루지 못한다면 깨달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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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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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그에게는 언제나 그만의 처벌 방식이 있다. 


판권을 보니 1992년도에 초판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10년 전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작품을 읽을 때마다 발견되는 공통분모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그의 시선이다. 그는 결국 범죄자로 드러나는 사람에게 오히려 동정심을 갖게 만드는 '스토리'를 자주 구성한다. '진범'을 처리하는 그만의 독특한 처벌 방식이 있다. '범죄'라는 사건을 풀어가는 그의 추리는 냉철하지만, 그의 화법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교통사고를 소재로 한 <교통경찰의 밤>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러한 따뜻한 심성이 잘 드러난다. 물론,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그의 추리는 언제나처럼 냉철하며 날카롭다.

'교통사고와 교통경찰'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여섯 편의 이야기를 꾸려낸 <교통경찰의 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일본이나 우리나 교통문화가 참 많이 닮아 있다. 교통사고를 냈을 때 경찰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들, 운동기가 있으면 무조건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데 여전히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목격자를 찾는 방법이나 증언을 귀찮아 하는 목격자의 태도가 우리와 닮은 점도 재밌다. 조금 독특하다고 하면 운전석의 위치가 달라서 생기는 사건 정도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신호위반, 교통법규(진로 방해 등), 불법주차, 초보운전, 쓰레기 투척, 그리고 운전미숙과 헬멧 미착용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교통사고'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가려내는 일종의 '게임'으로 읽힌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단편이지만, '교통사고'를 풀어가는 일종의 '규칙'이 존재한다. 교통법규라는 원칙이 있고,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 등을 종합하여 진짜 가해자와 진짜 피해자를 가린다. 

신호등의 숨은 법칙을 찾아내 신호위반자를 가리는 <천사의 귀>,  교통법규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분리대>, 초보운전자를 위협하는 장난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반성하게 하는 <위험한 초보운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불법주차가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불법주차>, 달리는 차에서 창 밖으로 던져진 쓰레기가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버리지 마세요>, 교통사고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거울 속으로> 등 여섯 편의 이야기 안에는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하기에는 '섬뜩'한 무엇이 있다. 바로 그 '섬뜩'한 지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며, 그가 추리 소설의 대가임을 입증하는 장치일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히기시노 게이고는 교통법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규칙과 처벌을 적용할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다음의 대화가 법과 처벌에 관한 그의 철학을 잘 대변해준다.

"규칙은 어차피 인간이 만든 거잖아. 그런데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왜 집안을 돕기 위해 일한 사람은 사흘간 정학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방해한 사람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거지?"

"원래 규칙은 양날의 칼이야.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지. 그런 경우에 중요한 건 그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무능하고 멍청한 사람은 날카로운 칼을 형식대로 휘두르거든"(90).

그는 법을 적용하고 법을 준수하면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잡히지 않는 교묘한 범죄를 그만의 방식으로 처벌한다. 그런 측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이야기 안에서 직접 진짜 죄인을 심판하는 '신'으로 군림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범죄'라는 결과보다 범죄의 원인에 무게를 두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죄를 범한 인간에게 따뜻한 동정심과 자비를 베푼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러한 방식이 냉정해야만 하는 범죄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도, 독자에게 따뜻한 마음과 동정심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러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연작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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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찾으시는 여인 -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비전 메이커가 된 여인들
정영순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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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님의 여성 16명, 하나님 나라의 드림팀을 만나다. 


사람들은 남녀의 차별이 에덴동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학자들은 기독교야말로 여성 차별의 교리를 가르쳐온 가부장적 조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을 모르는 소리이다. 교회는 잘못 가르치는 우를 범했을지라도 성경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는다. 고대 사회의 문화적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성경은 여성의 지위를 보호하고 있으며, 하나님은 여성을 하나님의 동역자로 사용하신다. 예수님의 3년 반 동안의 공생애만 살펴봐도 ’여성’을 높이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과 교제하시고, 동역하시고, 여성들의 믿음을 칭찬하시고 인정하셨다.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첫 증인의 영광도 예수님의 12제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주셨다.

브니엘에서 출간한 <하나님이 찾으시는 여인>은 하나님께 쓰임 받은 16명의 구약 시대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하와, 사라, 하갈, 리브가, 라헬, 레아, 다말, 요게벳, 라합, 드보라, 룻, 나오미, 한나, 아비가일, 밧세바, 에스더 등 여성으로 구성된 하나님 나라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겠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여인>은 이 16명의 여인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셨는지 ’여인이 삶’에 초점을 맞추어 성경 이야기를 재조명해준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저자 정영순의 이력이 특이하다. 금융기관과 항공사 출신이라는 저자는 독일 뮌헨에서 학위를 받고 뮌헨 대학에서 다년간 강의를 했으며, 현재 교회 친절 및 매너 교육,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팀웍 리더십, 여성 리더십 등을 교육하는 월드 석세스 대표라고 한다. 왕성한 저술 활동도 돋보이는데 역서는 물론 다수의 책을 직접 집필했다. ’매너’ 및 ’여성’, ’여성 리더십’, ’여성의 삶’이 저자의 전문 분야를 보여주는 키워드이다. 그런데 그녀의 이력은 그녀가 ’평신도’임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저술과 강의 활동을 통해 ’여성의 삶’을 탐구하고 교육하는 교육자이자, 평신도의 시각에서 탄생한 성경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이 전해주는 참신하고 신선한 맛은 바로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여성의 시각에서 ’여인의 삶’에 초점을 두고 복원된 구약성경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물한다. 성경의 행간에 숨겨진 여인들의 눈물과 절망과 불안과 고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문제와 고난과 시련에 직면한 여인들이 하나님 앞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서 뜻을 이루어가시는 절묘한 하나님의 섭리를 믿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생을 통째로 하나님께 쓰임받은 16명의 여인들의 삶은 ’오늘 여기’ 여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어떻게 믿음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결단하도록 돕는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여인>은 하나님의 ’돕는 자’가 되어 활동한 16명의 여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자는 이 여인들의 삶에서 한 가지 소중한 공통 분모를 발견해내었다. 그것은 바로 ’순종’이라는 키워드이다. 때로 실수하고, 불신하고, 삶의 밑바닥을 헤매이기도 하지만, 결국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낸 여인들이 여기 있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여인>은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이 숨겨져 있던 ’여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캐내어 아름답게 세공했다. 쉽게 읽히면서도 신선한 감동이 있다. 많은 여성에게 가슴 뛰는 도전과 위로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성경에 기록된 ’여인의 삶’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며, 신앙적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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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꿈꾸는 달팽이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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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내어주는 삶의 한 자락이 필요하다.


대홍수가 이 세상을 모조리 쓸어버리기 직전,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노아의 방주에 몰려들어 구원을 요청했다. 이때 ’행복’도 달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노아의 방주는 ’짝’이 있어야지만 탈 수 있었다. 짝을 찾으러 급히 나간 ’행복’은 ’불행’을 짝으로 데리고 와서 노아의 방주에 올랐다. 이 때부터 행복과 불행은 짝이 되어 같이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끝없이 행복을 추구하고 불행을 멀리하려 하지만, 불행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생은 없다.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불행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워야만 한다.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을 휩쓸며 그 이름이 곧 신뢰도의 척도가 된 작가 게리 D. 슈미트, 그는 <트러블>이라는 성장소설을 통해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날 한 개인에게 몰아닥친 불행의 불꽃이 가족 전체를 삼켜버리고, 그 불꽃이 지역 사회에 옮겨 붙으면서 인종분쟁이라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동안 개인과 개인, 가족과 가족, 인종과 인종의 불행과 행복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이는 구성이 돋보인다. 차분하지만 ’가문의 비밀’이라는 숨겨진 코드가 강렬하다. 꽤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데도 이야기는 동화처럼 투명하고, 격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온 가슴에 차오르지만 한 발 한 발 힘겹게 전진하며 결국 비극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된다.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헨리 스미스의 아버지는 헨리에게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스미스 집안은 정확히 삼백 년 동안 같은 곳에서 살았다. 불행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에서(7).

불행과 멀리 떨어져 살았던 헨리 가족에게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불행이 들이닥쳤다. 모든 이의 우상이었던 헨리의 형 프랭클린이 트럭에 치이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헨리네 가족의 삶은 온통 불행으로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헨리네 가족을 집어삼킨 불행의 불꽃은 지역 사회로 옮겨 붙는다. 헨리의 형 프랭클린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캄보디아 이민자인 ’차이’의 트럭에 치인 것이 문제였다. ’난민’이 되어 흘러들어온 캄보디아 이민자들, 그 땅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그들은 ’무단 침입자’였으며, 야유와 멸시를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캄보디아 이민자의 트럭이 프랭클린을 친 것이다. ’차이’는 단순한 사고라 했지만, 사람들은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면서 점차 폭력적인 인종분쟁으로 불행의 불길이 번진다.

형의 불행이 ’잘려나간 팔’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자 절망한 헨리는 형과 함께 오르기로 했던 ’카타딘 산’으로 향한다.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익사할 뻔한 것을 헨리가 구하게 되어 함께 살게 된 ’검둥개’와 친구 ’샌번’과 함께. 

헨리는 ’카타딘 산’에 오르는 동안 우연히 형을 죽인 ’차이’의 트럭을 얻게 타게 된다. 그렇게 헨리는 ’차이’와 만나면서,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짓지 못했던 ’차이’의 불행을 목격하게 된다. 형을 죽인 그 ’차이’의 처절한 불행을 말이다.

또한 헨리는 우연히 카타딘에서 모은 물건을 전시한 작은 박물관을 들르게 되었다가 그곳에서 놀라운 ’가문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북쪽 지방 해안에서 가장 멋진 해변을 소유하고 있고, 아버지는 잘나가는 회계회사의 사장이며, 교회에는 1680년부터 내려오는 헨리네 전용 자리가 있고,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에게 특별 대우를 받으며 누려온 그 모든 부요함과 달콤한 행복이 사실은 누군가의 행복을 짓밟은 엄청난 불행 위에 지어진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뿐만 아니라, 형의 죽음 뒤에 가려진 엄청난 진실까지. 


"아무리 멀찌감치 집을 지어도 결코 떼어 낼 수 없는 불행. 태평양을 건넌다 해도, 심지어 대륙을 건너간다 해도. 새 언어를 배운다 해도"(337).

캄보디아 난민들을 무단 침입자 취급을 하며 주인 행세를 했던 백인들은 인디언의 땅을 빼앗고 그들의 불행 위에 집을 지은 것이었다.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불행을 막아내는 동안 그 불행이 나를 덮쳐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불행에게 삶의 자리를 내주어야만 한다.

<트러블>이 말하고 있는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은 무엇일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불행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불행과 공존할 수 있을까? <트러블>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서로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하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찾아진다. 매를 맞고 굶주린 채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검둥개를 헨리가 구해준 것처럼, 매를 맞고 굶주린 채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차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안에서 서로에게 닥친 불행이 치유될 수 있는 길을 본다.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불행이 우리를 덮쳐온다 해도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안에서 우리는 은총을 발견할 수 있다. 불행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꽉 채운 삶이 아니라 삶의 한 자락 누군가를 받아들일 여백이 필요하다.


"매를 맞고 굶주린 채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것을 헨리가 구해 준 검둥개. 헨리는 다시 검둥개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검둥개는 어떻게 해서 바다에 빠졌을까? 헨리는 차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검둥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기가 참 바보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헨리가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세상은 불행이다. 그리고 …… 은총이다. 정말로 그렇다"(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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