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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평점 :
역사학자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세계 도시 여행,
인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알파벳 그림책!
"사랑스러운 손자야,
델프트는 다른 도시에 비해 특별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 그림책에 넣었단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름다운 도시이고 너의 조상이 네덜란드인이기 때문이지. 너도 지금의 너를 낳아준 조상들에 대해서 뭔가 알아야 하니까"(25).
역사학자인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손자에게 인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기 원합니다.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둡고 절망스러웠지만,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손자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아직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사랑하는 손자를 위한 책’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할아버지는 세계 여러 도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알파벳을 넣은 그림까지 그렸습니다. 그 그림책은 1935년 어느 봄날 만들어졌지만, 할아버지는 십 년 후 크리스마스 때에 이 책을 손자에게 선물할 예정이었습니다. 손자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어보았겠지요?
역사학자인 ’반룬’ 할아버지는 26개의 알파벳 순서를 따라 손자에게 꼭 설명해주고 싶은 26개의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A로 시작하는 도시 아테네에서부터 Z로 시작하는 체르마트까지 이 책에는 종교의 성지, 예술의 발원지, 혁명의 근원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등 할아버지는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26개의 도시를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조국 ’네델런드’의 도시는 각별한 애정을 담아 소개합니다(D로 시작되는 델프트, H로 시작되는 하를럼, Q로 시작되는 채석장 등).
"아크로풀리스 신전의 건물둘이 보여주는 참된 아름다움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균형과 절제에서 오는 것이란다. 일찍 이런 사실을 깨달았던 아테네의 건축가들을 떠올려 보렴. 의미 있는 고집은 아주 쓸모 있지만 필요할 때에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물론 너의 모든 좋은 점이나 결점들도 마찬가지겠지"(25).
역사학자 할아버지는 이 책을 통해 세계사적인 ’지식’만을 전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역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 원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역사 이야기에 할아버지만의 ’교훈’을 더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며, 무엇인가를 깨닫고 배우기 원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할아버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도시마다 그 도시들 안에 살아 숨쉬는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해줍니다. 할아버지가 덧붙여 주신 교훈은 다른 세계사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유산입니다.
"난 그린란드에 가 본 적이 없지만 1.6km 정도의 두꺼운 얼음과 눈밭이 펼쳐진 이 외로운 대륙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구나. 순박한 에스키모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고. 에스키모들은 하루에 뉴욕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웃는 것보다 더 많이 웃으면서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거야. 그 까닭을 알 수 없지만 재산이 늘었다고 더 행복해지기는 어려우나 욕심을 버리면 더 행복해진다는 옛 그리스 철학자의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 철학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게다. 왜냐하면 우리 서양 문명은 결국 쓰레기들로 주위가 황폐해질 때까지 소비할 무언가를 바라고 또 바라기 때문이지"(111).
이 책은 반룬 할아버지의 알파벳 그림 이외에도 각종 지도, 그림, 사진을 보완하여 도시가 간직한 소중한 역사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선정된 26개 도시는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지만, 특별히 역사학자 ’반룬’의 개인적인 관심과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마치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도시가 간직한 역사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준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듯 재밌게 읽으면서 세계사를 공부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각 도시의 특색과 역사적 의미를 핵심적으로 잘 짚어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쉽게 읽히면서 재밌는 세계사 이야기책이다. 거기에 역사학자 할아버지의 따뜻하고 깊은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렇게 특별한 책을 선물받은 손자는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몹시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