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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흔.재련 4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구판절판


사랑은 물을 닮아 노호를 일으키고 잔잔히 맑을 줄도 알며 스미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듯 봄비인 양 다사하게 배어들었다.-185쪽

씩씩하게 대답하는 사내아이, 우는 아이를 제대로 달래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철부지 어미, 얼굴이 벌개져서 우는 아기……. 그저 삶이어니,-216쪽

"사람 새, 마음의 틈은 억지로 벌릴 수도 좁힐 수도 없으니."
밤바람에 얇은 깁이 너울너울 날아, 록흔의 뺨을 가리었다 다시 드러냈다.
"그러니 그 여지란 것, 내겐 없습니다."-242쪽

푸른 눈물 줄기줄기, 연심은 알알이 배여 지금에도 선연했다. 바라보니 록흔은 왠지 가슴이 아팠다. 이미 죽었으되 마음은 남아, 무엇이 저리 애달픈 것인지……. 제 것은 잃었어도 타인의 사랑은 지켜준다 하니 참으로 슬픈 역설이었다.-265쪽

"너 하나면."
록흔은 단단히 안겨 눈을 감았다.
"온전히 찬다. 그러니 울지 마."
인생은 전쟁터였다,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안락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깨져 바숴질지언정 지키고픈,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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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흔.재련 3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구판절판


[내 곳간 허비는 쥐는 그런 대로 봐주지만.]
황제의 봉안, 깊게 패인 눈에 서린 그 차가운 빛. 남대균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분노가 아니라 공포의 발로였다.
[내 백성 허비는 쥐는 목을 비틀어 버릴 테니.]
-42쪽

‘염이 깊어 염이 없어졌지요.’
역설이었다. 결코 잊지 못했던 거다.-122~123쪽

"염, 수많은 염……."
록흔이 얇게 뜬 눈으로 대답했다.
"이를테면."
"더 많이 가지려 약한 것을 밟고, 아프게 짓이기며, 피아(彼我)를 이분하고……."
"그리고."
"목숨 앗김을 잊지 못하고, 서글픔이 골수에 사무치며, 힘없음을 통탄하는……."
"연록흔, 황제한테도 그리 말할 참이냐?"
청쟁이 머리를 발딱 쳐들었다. 놈은 눈이 호동그래져서 산청을 올려 보았다. 곧 큼직한 손이 그 머리통 위에 올라앉았다.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식이잖나?"
청쟁은 제 머리를 맡기고 앉아 산청의 말을 가만 듣기만 했다.
"인생살이가 구름인지도요."
"의외로군, 너."-124쪽

"꽃은 숨어도 향은 스미지. 고운 꽃일수록 더 그러하다."
창해를 보고 록흔을 보는 눈이 사늘했다.
"애면글면했을 테지, 제대로 덮지도 못할 것을."-311쪽

"그래서 난 널 놓아줄 생각이 바이없다."
창…….
젓가락 떨구니 소리가 맑게 깨졌다.
"봄맛을 알아 동장군은 눈이 돌았단다, 록흔."-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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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흔.재련 2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7월
구판절판


"물처럼 흘러가는 세상사. 둑은 고요하고, 여울은 들끓으며, 대해는 넓다. 때론 바위 만나 산산이 깨지기도 할 터. 장담은 이르지 싶은데."-124쪽

사랑을 하면 아프다. 때론 너무 행복하여 아프고, 상실하여 아프고, 얻지 못해 아프고……. 그러나 애통이 아무리 극심해도 그것조차 사랑스럽다. 록흔의 귀에 아비의 음성이 쟁쟁했다.-139쪽

‘잊어다 해놓고, 그저 말뿐. 뿌리가 온전하니 아무리 잘라낸들, 말리지도 죽이지도 못한 것을.’-217쪽

"폐하께선 말씀입니다, 접두."
"응?"
"무척 곧으신 분입니다. 그런 분을 누구보다도 가깝게 모실 수 있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래, 그런 분이시지."
"하지만 가끔 무척 외롭게 보이시기도 합니다."
"무슨 말인가, 그게?"
"세상을 짊어진 자는 외로울 수밖에 없지요."
의외로이 예리한 말에 록흔은 할 말을 잃었다. 왁달박달한 창해라 그리 볼 줄 몰랐다. 허나 뉘한테나 그리 보이는 모양. 독야청청한, 하여 더 외로운 이…….-348~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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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흔.재련 1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7월
구판절판


"난 천녀가 아니다. 울지도 못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인 건 확실해."-85쪽

청회색 날짐승은 주인의 팔을 찾아들었다. 놈은 날카로운 발톱을 앙칼지게 펴서 자리를 잡았다. 가죽토시 없어 아플 텐데도 록흔은 아무 내색 하지 않았다. 진과는 속으로 혀를 찼다. 어쩌면 저놈이 빙천자라 불리는 황상과 맞먹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사물사물 들어서였다.
"너를 닮았군."
가륜이 매의 눈을 보고 한 마디 했다. 그러나 그뿐, 성큼 앞서 가버렸다. 록흔도 단정하게 허리만 꺾었다.-214쪽

‘왜 돕는 건가?’
가륜은 자신에게 물었다.
‘소중한 생명이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 떨어졌다.
‘정녕 그게 단가?’
또 다른 가륜이 물었다.
‘아직은…….’-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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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품절


"응, 행복해. 우선 네가 있어서 그러고, 또 죽을 것 같은 강물을 어떻게든 건너 온 자부심도 있어. 아침마다 생각해. 오늘은 우주가 생겨난 이후로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다. 밤새 나는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아이들도 아프지 않고 잘 자고 있다. 새벽녘 창밖은 아직 싸늘한데 우리 집은 따뜻하다……. 언제부턴가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거든. 엄마랑 이렇게 사는 일, 새로 시작하는 일,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닐 거야. 힘이 들 때면 오늘만 생각해. 지금 이 순간만,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거?"
내가 그 의미를 생각하려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 엄마는 나를 보고 응? 하고 다시 물었다. 엄마의 얼굴 위로 언뜻 행복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48-49쪽

"나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 뿐."-198쪽

"……겨울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 서있다가 문득 돌아보니 자그마한 성모상이 서 있었다.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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