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품절


"응, 행복해. 우선 네가 있어서 그러고, 또 죽을 것 같은 강물을 어떻게든 건너 온 자부심도 있어. 아침마다 생각해. 오늘은 우주가 생겨난 이후로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다. 밤새 나는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아이들도 아프지 않고 잘 자고 있다. 새벽녘 창밖은 아직 싸늘한데 우리 집은 따뜻하다……. 언제부턴가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거든. 엄마랑 이렇게 사는 일, 새로 시작하는 일,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닐 거야. 힘이 들 때면 오늘만 생각해. 지금 이 순간만,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거?"
내가 그 의미를 생각하려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 엄마는 나를 보고 응? 하고 다시 물었다. 엄마의 얼굴 위로 언뜻 행복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48-49쪽

"나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 뿐."-198쪽

"……겨울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 서있다가 문득 돌아보니 자그마한 성모상이 서 있었다.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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