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흔.재련 3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구판절판


[내 곳간 허비는 쥐는 그런 대로 봐주지만.]
황제의 봉안, 깊게 패인 눈에 서린 그 차가운 빛. 남대균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분노가 아니라 공포의 발로였다.
[내 백성 허비는 쥐는 목을 비틀어 버릴 테니.]
-42쪽

‘염이 깊어 염이 없어졌지요.’
역설이었다. 결코 잊지 못했던 거다.-122~123쪽

"염, 수많은 염……."
록흔이 얇게 뜬 눈으로 대답했다.
"이를테면."
"더 많이 가지려 약한 것을 밟고, 아프게 짓이기며, 피아(彼我)를 이분하고……."
"그리고."
"목숨 앗김을 잊지 못하고, 서글픔이 골수에 사무치며, 힘없음을 통탄하는……."
"연록흔, 황제한테도 그리 말할 참이냐?"
청쟁이 머리를 발딱 쳐들었다. 놈은 눈이 호동그래져서 산청을 올려 보았다. 곧 큼직한 손이 그 머리통 위에 올라앉았다.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식이잖나?"
청쟁은 제 머리를 맡기고 앉아 산청의 말을 가만 듣기만 했다.
"인생살이가 구름인지도요."
"의외로군, 너."-124쪽

"꽃은 숨어도 향은 스미지. 고운 꽃일수록 더 그러하다."
창해를 보고 록흔을 보는 눈이 사늘했다.
"애면글면했을 테지, 제대로 덮지도 못할 것을."-311쪽

"그래서 난 널 놓아줄 생각이 바이없다."
창…….
젓가락 떨구니 소리가 맑게 깨졌다.
"봄맛을 알아 동장군은 눈이 돌았단다, 록흔."-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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