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수많은 염……."
록흔이 얇게 뜬 눈으로 대답했다.
"이를테면."
"더 많이 가지려 약한 것을 밟고, 아프게 짓이기며, 피아(彼我)를 이분하고……."
"그리고."
"목숨 앗김을 잊지 못하고, 서글픔이 골수에 사무치며, 힘없음을 통탄하는……."
"연록흔, 황제한테도 그리 말할 참이냐?"
청쟁이 머리를 발딱 쳐들었다. 놈은 눈이 호동그래져서 산청을 올려 보았다. 곧 큼직한 손이 그 머리통 위에 올라앉았다.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식이잖나?"
청쟁은 제 머리를 맡기고 앉아 산청의 말을 가만 듣기만 했다.
"인생살이가 구름인지도요."
"의외로군, 너."-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