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각 상자를 듣고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 - P179
일본어를 한국어로 한 문장씩 기계적으로 옮기던 M은 무심코 장난기가 발동됐다. 여주인공이 마시고 있는 커피를 밀크티로 바꿔서 번역한 것이다. 왠지 그녀는 밀크티를 더 좋아할 것 같았다. - P187
최근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라는 소설을 번역하던 중 M은 하루를 만났다. 단칸방에 틀어박혀 고슴도치를 벗 삼아 사는 히키코모리. 주조연급은 아니고, 일종의 맥거핀 효과로 짤막하게 세 번 등장하는 엑스트라였다. - P188
목차에는 네 개의 소제목이 나열되어 있는데 첫번째 소설이 표제작인 <여섯번째꿈>이었다. 표지에는 눈에 절반쯤 파묻힌 산장이 수묵화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 P212
3년 동안이나 멀쩡히 지내던 사람이, 하필이면 내가 방문한 다음 날, 장난삼아 선물한 모텔 열쇠를 손에 쥐고 투신했지만… 우연일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지않은가. - P218
"잠이 안 오면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이야기? 무슨 이야기" "폐쇄된 미로에 빠진 남자 이야기." - P200
식사를 마치자마자 M은 앉은뱅이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파일을 열고 사전을 꺼냈다. 자신의 행동이 의지와 무관하게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실행되는 것 같았다. 무언가 몸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자신을 조종하는 것처럼. - P245
"가능하면… 이번 생에 결말을 듣고 싶은데." "그건 당신한테 달렸어. 이 이야기는 당신 <여섯번째 꿈> 번역과 함께 끝나." "번역과…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데?" "모든 건 연결되어 있어." - P256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뿐이야.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 P258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어둠 속에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보았네 내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는 세 마리뿐인데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얼룩 고양이 나는 차마 불을 켜지 못했네 - P261
자신은 이곳 현실에서 퍼즐 조각들을 그러모아, 그것들을 서로 아귀가 맞게 조금씩 비틀어서, 전혀 다른 그림의 새로운 퍼즐을 하나 만들었던 거야. - P267
"자네가 겪은 일이 이곳의 조각들을 가져다 만든 퍼즐이라고 생각하지? 그럼 이런 생각은 안 해봤나? 여기 이 병원도 어딘가의 다른 현실에서 조각들을 가져다 만든 퍼즐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면 진짜 자네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 P2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