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사랑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영원한 상상의 소재.. 시간여행..

나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순간 발생하는 논리의 불합치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그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을 살펴 보면서 즐거워 하는 편이다. 시간여행 덕분에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양자론이나 상대성이론도 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상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얼마전에 리처드 매드슨의 '더 박스'를 읽었다.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고 굉장히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아이디어가 보이는 단편이 있었고 책 자체의 제목에 '시간여행'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어차피 함께 산 책이니 읽는 김에 같이 읽자고 생각을 했다. ​

서론이 너무 길다..

일단 첫장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반전이나 미스터리를 많이 쓴 작가이다 보니 독자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데 말미에 가서야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다. 주인공인 리처드 콜리어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무작정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리처드 콜리어가 과거로 갈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엘리스 매케나를 알게 된다. ​무려 75년 전의 여배우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후 리처드 콜리어는 엘리스 매케나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게 되고 결국은 과거로 가게 된다. 그런데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과거로 넘어간 곳이 150페이지 부분이다. 그리고 첫키스는 300페이지가 넘어가서 하게 된다. 여주인공을 만나는 데까지 너무 시간이 걸린다.

느린 전개.. 잡다한 설명.. ​과도한 생각의 나열.. 고전풍의 대사..

너무나 느려서 본격적인 소설은 300페이지가 넘어가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너무 잡다하다. 거의 쓸모없는 주위 상황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지루함이 더 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화자인(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이 녹음하거나 기록한 내용의 기록물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너무나 잡다한 모든 생각들을 다 자세히 적어 놓는다. 더욱 갑갑한 것은 리처드와 엘리스의 대화는 너무나 고전풍이고 신파적이어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갑갑하고 답답함을 느끼면서 읽었다.

​딱 한 순간.. 리처드가 납치된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그렇게 지루하던 소설은 리처드가 납치된 순간 상당히 긴박감이 넘치게 진행이 된다. 어떻게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참고참고 둘이 만나는 장면을 기다려 왔는데 만나서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납치되어 헤어지게 된다면 정말 열이 받아서 책을 집어 던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지만, 결국 리처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로 인해 미래로 되돌아가게 된다.

준비과정이 너무나 지루하고 시간여행의 방법이 어처구니없다.

위에서 쓴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참고 읽으려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과거로 가는 방법이 (물론 다른 어떤 방법이라고 해도 개연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좀 뜬금없다. 과거로 가는 것을 강력히 믿고 일종의 자기 최면에 의해서 과거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처드의 기록을 출판한 형 로버트는 리처드의 과거여행에 관한 기록을 죽기전 리처드의 환상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치부하고 소설의 말미에서도 과거로의 여행이 실제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려 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조금 마음에 든다.) 또한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하던 리처드가 현재로 되돌아 오는 것도 우연히 주머니 속에 있었던 1971년의 동전 하나 때문인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왠지 준비만 잔뜩하고 본격적인 얘기는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과거로 가기 전에 알게 되었던 엘리스의 변화과정을 묘사하였으면 조금더 흥미진진했을텐데 그 부분이 완전히 생략이 되어 있어서 아쉽다. 시간여행이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실망할 것 같다.

대체적으로 기분좋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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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엄마는 기계인간에 의해서 사냥당해서 박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철이는 엄마의 복수를 하고 우연히 만난 메텔을 따라 기계몸을 공짜로 준다고 하는 별로 여행을 한다. 수많은 별을 지나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메텔과 이별을 한다. 어릴 때 봤던 은하철도999는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봤고 나중에 나이가 조금 든 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숨겨진 내용들을 다시 보게 되고 하록선장과 천년여왕과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많이 갔던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열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은하철도999에 모티브를 제공한 동화책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내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은하철도999, 그 원작이 이 책 '은하철도의 밤'이다>​

거의 백년전에 쓴 동화책..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이다. 무려 백년도 전에 태어나서 일본의 격동기를 살았던 사람이다. ​책 말미에 적혀 있는 해설을 보니 아마도 당시에 주류였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우주의 실상을 포함하는 글을 썼다는 해설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책 자체로 보면, 당시에는 아무래도 최첨단의 과학기술이었을 것 같은 철도를 가지고 동화를 썼고 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 보니 어쩌면 초창기 일본의 SF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해 본다. 왠지 은하철도999와 오버랩이 되는 이 동화는 1970년대나 1960년대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1920년대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리얼리즘이 득세를 하던 시대에 쓴 환상동화같은 작품이다. 확실히 비주류였던 것 같기는 하다.

 

<이 사람이 미야자와 겐지. ​주류문단과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꿈을 꾸는 한 소년..

주인공인 조반니는 아버지는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고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 있는 가난한 집 아이이다. 그리고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캄파넬라가 유일한 친구이다. 일본 사람이 지은 동화이지만 이름이 이런걸 보니 배경은 이탈리아같은 유럽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작가는 유럽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조반니는 병석에 있는 어머니께 드릴 우유가 배달이 되지 않아서 우유를 받으러 목장에 갔다가 우유를 받지 못하고 주변 언덕에서 기다리던 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하를 여행하는 철도를 타게 되고 그 안에는 캄파넬라가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철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책의 말미에 나타나지만 결국 이 은하여행은 꿈속의 이야기이다. 결국 이 동화의 내용은 언덕에서 잠들었던 조반니가 꾼 꿈이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해서 그린 일본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카가야의 작품. 은하철도999와 카가야의 작품 때문에 '은하철도의 밤'에 과도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철도는 뭐지..?​

그냥 여행에 관한 동화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던 중에 두 남매와 그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열차에 타고 조반니와 캄파넬라와 얘기를 나누면서 얘기는 이상하게 흘러 나간다. 가정교사는 빙산에 부딪힌 후 구조받지 못해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남매에게 우리는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고 설명을 해 준다. ​결국 이 열차는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열차가 되고 말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조반니나 캄파넬라도 죽어 버린 건가? 하지만 마지막에 가면 조반니는 잠에서 깨어 다시 우유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와중에 캄파넬라가 물에 빠져 45분동안 나오질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캄파넬라 역시 죽었다는 얘기다. 결국 조반니는 꿈속에서 저승으로 향하는 영혼들과 함께 철도를 타고 여행을 했다는 뜻이다. 그걸 알게 되면서 조금은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그냥 일반 애들이 읽는 동화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재미는..? 추천은..?

사실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는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상당히 독​특하기는 하다. 그리고 처음에 적은 것처럼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라고 해설에 써 있고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것도 알겠지만 이 책이 정말 그렇게 사랑을 받을만한 책인가 하는 점은 의문은 있다. 왜냐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질 않고 대단한 재미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꿈속의 이야기라서 전개가 몽환적으로 펼쳐진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스토리 자체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왠지 동화가 중간에 끊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처음에 펼쳐 놓은 내용이 수습이 되지 않은채로 뜬금없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읽다가 그냥 은하철도999로 인해서 유명해진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번역이 이상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쉽게 말해서 재미없는 책이다. 대단한 철학적인 성찰도 없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상상력도 대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묘사가 아름답지도 않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없다.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도 전혀 개연성이 없는데다가 갑자기 인류의 행복을 운운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그냥 쉬는 날 한두시간동안 편하게 읽어버릴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라 나로서는 뭐 크게 억울해 할 것은 없다. 100여쪽밖에 안되는데다가 중간중간 그림도 많아서 한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은하철도999의 팬이라서 한 번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겠지만 (내가 기대한 것처럼..) 어린 왕자같은 느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평을 보면 워낙 호평이 많아서 도대체 내가 완전히 책을 잘못 읽은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는 나는 그냥 그저 그랬다. 굳이 말하자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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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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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모르고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특히 최근에 출간되는 한국소설은 거의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강이라는 작가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리고 소설제목도 처음 듣는 책이라 원래대로라면 읽을 가능성이 참 낮은 책이었다.

평소 자주 듣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누군가가 2014년 최고의 소설책이라는 얘기를 던졌고 때마침 책 한 권을 다 읽었던 터라 어떤 내용인지,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좋게 낚여 줬다. 작가의 이름이 한강..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도 없고 아마도 필명인가 보다..하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다가 한강이라는 이름도 본명인 여자 작가였다.

첫 장을 펴자마자 후회하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훅~ 들어 온다는 말이 있다. '소년이 온다'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처음 몇장을 보고 나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인걸 알고 일단 책을 덮어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도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버린 이야기.. 이제는 좀 잊고 피하고 싶은 역사.. 그렇기 때문에 광주에 대한 영화라든지 소설은 지금까지 거의 제대로 보지 않았다. 처음 책장을 펴고 몇 페이지를 읽어나가는데 아차~싶었다. 어떤 식으로 광주를 다루었는지 몰라도 가슴아픈 얘기가 지나갈텐데.. 읽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한번 책을 잡으면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을 잘 집어 들지 않는 성격 덕분에 며칠동안 책을 읽지 않고 '소년이 온다'를 가방속에 넣고만 다녔다.

​맘먹고 정면으로 광주의 슬픔을 마주한 작가.. 견딜 수 있었을까..?

'소년이 온다'는 ​도청을 점령하고 계엄군에 대항하던 싸웠던 시민군에 있었던 광주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장은 작가의 취재노트 비슷한 에필로그이고 앞의 6장은 그 안에 있던 인물들과 그 주변 인물둘에 관한 이야기이다.

친구인 정대가 죽는 장면을 보고 마음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시체를 분류하는 중3 동호..

죽은 영혼이 되어 자신의 시체와 다른 시체들이 썪어 가는 것을 보고 있는 정대..

고3에 광주를 경험하고 후에 출판사에 취직한 은숙..

도청에서 리더같은 역할을 했던 진수와 같은 감방에 수감되어 있었던 ​사람..

성고문 후 아기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어 광주시절의 아픈 기억을 진술해 달라는 부탁을 듣고 고민하는 선주..

그리고 막내아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간 동호의 어머니..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기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받았던 고통을 작가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는 영혼까지 등장시켜서 시신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마지막 존엄성까지 지켜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작정하고 달려 들었다는 느낌이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정도라면 책을 쓰는 작가도 정말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견디면서 썼을지..

서정적이다.. 그리고 특이한 시점으로 작가의 애정을 표현한다..

여섯개 장의 화자가 모두 다르고 그 느낌도 많이 다르다. ​특히 첫번 째 장인 '어린 새'의 화자는 아마도 작가 자신이 아닐까 싶은데 동호를 '너'라고 부르면서 조금은 담담하지만 자세하게 당시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도청 안의 급박한 상황과는 좀 다르게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이며 동호라는 인물을 굉장히 걱정하는 듯,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 후에도 자신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3자의 시점으로 보기도 하면서 각 인물들의 사연들을 풀어 낸다. 광주에 관한 굉장히 슬픈 서정시를 보는 것 같았다.

​광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얘기였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도대체 어째서 이 시점에서 또다시 광주인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꼈다. ​역사로 넘겨 버리기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광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6.25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도 아직 그 고통을 다 버리지 못했는데 자신을 지켜줘야 할 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기억이 있는 광주가 아직 치유되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걸 다시 생각했지만 광주는 계속해서 그 슬픔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세월호 사건이 오버랩이 되었다. 역시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불쌍한 국민들.. 하지만 어느새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얘기하고 있다. 지겹지도 않느냐고.. 하지만 세월호의 유족들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그만할 때라는 순간은 오지 않을텐데..​

소설로서도 재미있다.. 충분히 추천할만한 책..

왠지 창비에서 나온 소설인데다가 이런저런 문학상을 받아온 작가의 책이라고 하면 재미보다는 ​문학성을 보는 태도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소년이 온다'는 읽는 재미(왠지 재미라는 말을 쓰는게 좀 미안하지만..)도 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술술 넘어간다. 그동안 번역한 책만 한참동안 읽어 오다가 오랜만에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을 읽으니 글을 읽는 맛도 굉장히 좋았다. 덕분에 국내 소설을 좀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쪽 조금 넘는 책은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아서 맘먹으면 하루이틀이면 읽을 수 있다.

​광주를 역사로 날려 버리지 않고 동시대의 사건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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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해신 서의 창해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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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기린.. 황폐한 안국에 최고의 왕을 모셔 오다..

​십이국기 3권이 나왔다. 1권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가 작년에 나온 이후로 계속해서 발행이 되어 벌서 4권째이니까 십이국기의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물이다. 0권은 대국의 기린인 다이키에 관한 이야기, 1권은 경국, 2권은 대국의 왕과 기린데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3권인 '동의 해신 서의 창해'는 안국의 왕인 쇼류와 기린인 로쿠타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쿠타(안의 기린이므로 정식 명칭은 엔키이다)는 기린이고 왕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경의를 보여야 하지만 경국과 대국의 기린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경국의 기린인 게이키는 차가운 듯하면서도 경국의 왕인 요코에게는 무조건적인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대국의 기린인 다이키는 왕인 교소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만 왕에 대한 경외감은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로쿠타는 다르다. 쇼류를 왕으로 선택하기는 했지만 쇼류가 결국은 안국을 망하게 할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왕이란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왕에 대한 경외감이 다른 두 기린에 비해 너무나 약해 보인다. 게다가 왕에게 내내 반말을 찍찍 갈겨 댄다. 앞서 보았던 두 권의 소설에 나오는 왕과 기린의 관계와는 또다른 캐릭터의 기린이다.

나라를 잃은 왕.. 전란중에 버려진 아이.. 쓰러져 가는 나라의 유일한 희망..

쇼류는 일본의 전국시대에 조그만 국가의 영주의 아들이었지만 세력이 너무 약하여 멸망하게 되고 혼자 살아 남는다. 죽음 직전에 로쿠타에게 ​구조되어 십이국으로 옮겨와 안국의 왕이 되지만 너무나도 태평스러워서 기린인 로쿠타는 물론이고 신하들로부터도 꾸지라을 들으며 간신히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한다.

전란중에 버려진 아이는 자신의 이름도 모른채 인간과 친해질 수 없는 요마에게 발견이 되어 길러 진다. 우연히 로쿠타를 만나게 되고 로쿠타는 그 아이에게 고야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고야는 안국의 9개의 주(州)중에 하나인 원주의 영윤 아쓰유에게 발탁이 되어 그의 부하가 되는데 그 영윤은 원주후의 아들로 왕 위의 권력자인 상제가 되기 위해 고야를 이용하여 로쿠타를 납치하고 왕인 쇼류를 압박한다.

상당히 정치적인.. 하지만 결국은 천명대로 움직이는 국가의 운명..

십이국기의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동의 해신 서​의 창해' 역시 십이국중의 한 나라의 기린이 왕을 고르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전편들이 왕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자가 왕이 되는 과정과 기린으로소의 자각이 없는 자가 기린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소설같은 느낌이라면 3편은 그런 면은 많이 접어 둔 채 운명에 의지하여 나라를 다스리려는 쇼류에 대해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로쿠타와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아쓰유와 고야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상당 부분 정치적인 것처럼 보인다. 십이국기의 세계관에 의하면 왕은 하늘이 내린 것으로 천명이 내리지 않은 자는 절대로 왕이 될 수 없는데 원주후의 아들인 아쓰유는 천명의 헛점을 발견하고 왕은 그대로 둔채로 자신이 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상제가 되어 안국을 통치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반역을 저지른다. 하지만 십이국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명이고 천명은 다시 말해서 운명이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열두개의 나라에 열두개의 사연.. 앞으로도 기대된다..

십이국기는 워낙 세계관을 멋지게 창조해 놓았고 각 국가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물론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을 계속해서 새로이 펴내고 있는 중일 뿐이고 오노 후유미가 책을 내지 않은지 한참되었다고 하니 언제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책들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전히 책은 잘 만들었고 십이국기의 팬들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결국은 모든 시리즈를 다 사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십이국기의 평을 읽다 보면 고유명사인 인물들의 이름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처음 접한 이름에 익숙해져서 이름이 바뀐 것 같아서 불편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딱히 원래의 이름들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그리고 나름 새로이 붙여준 이름들이 더 맞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읽어야 할 책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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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 전7권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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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정말 어릴 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전집이 있었는데 한참 책에 빠져 있었던 터라 당시에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뒤에 이름을 적는게 재미였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었던 책들 가운데 아직도 제목이 기억이 남는 책들이 '불사판매주식회사'라든지 '강철도시'같은 책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불사판매주식회사'같은 책은 어린애가 읽기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꽤 있는 책이었고 '강철도시'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어떻게 읽었는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 '강철도시'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면서 내 생애 가장 멋진 SF소설로 여기고 있는 '로봇' 시리즈의 첫 번째 시리즈라는 걸 안 것은 대학에 들어간 이후였다.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1920~1992), 엄청난 양의 책을 쓴 작가이다. 1992년에 아시모프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슬퍼했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에 들어가서 책에 미쳐서 한참을 책을 읽을 시절 다시 사서 본 로봇 시리즈는 정말 굉장한 책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대로봇과는 달리 실제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함께 실제적으로 일어날 것 같은 상황들, 그리고 우주인과 지구인이 갈등 등 실제적으로 로봇이 지능을 가졌을 때 닥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차분히 고찰했다. 게다가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로서 만들어 낸 '로봇 공학의 3원칙'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낸 장치이면서 또한 문제의 발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시모프의 또 하나의 대서사시인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처음 읽은 것도 그 때이다.

 로봇공학의 3원칙

 
 
  1.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2.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파운데이션은 미래 세계 은하제국의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스페이스 오페라같은 우주활극류의 소설은 아니다. 특히 은하제국을 다루고 있는 SF소설의 또다른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과도 사뭇 다르다. 파운데이션은 은하제국의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서 한 시점의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이나 로마제국 쇠망사를 축약해서 읽듯이 미래 우주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로봇 시리즈도 새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로봇' 시리즈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이 '로봇 공학의 3원칙'이듯이 '파운데이션'에서는 '심리역사학'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심리역사학은 일종의 사회학으로서 군중의 심리를 파악해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학문이며 소설 속에서는 해리 셀던이라는 학자가 젊은 시절에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후에 수많은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일종의 미래모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모델로 인해서 원래는 은하제국의 멸망 후 1천세대동안 고난속에 살아가야 할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1천년으로 단축시키기 위한 일종의 연구단체를 은하계 변두리의 터미너스라는 별에 만드는데 이것을 '제1 파운데이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1 파운데이션'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또다른 '제2 파운데이션'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설치하여 만약을 대비한다.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은하제국을 다룬 SF소설 중에 파운데이션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파운데이션은 총 7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3권은 파운데이션 3부작이라고 해서 파운데이션이 형성되는 과정과 파운데이션을 파괴하는 뮬의 탄생, 그리고 뮬을 물리치고 파운데이션을 재건하는 제2파운데이션과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내서 파괴하려는 제1파운데이션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4,5권은 파괴된 걸로 추정되었던 제2파운데이션을 찾다가 가이아에 도달하는 골란 트레비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후 6,7권은 일종의 프리퀄로서 젊은 시절 심리역사학을 완성시켜 나가는 해리 셀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리즈에서 특이한 점은 파운데이션 3부작인 3권까지와 ​4권부터7권까지의 간격이 30년이 넘기 때문에 사실상 책 자체가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3권까지가 연대기에 충실하다고 하다면 4권부터는 '로봇'시리즈와 비슷한 일종의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로봇 시리즈와 연관을 지어 놓은데다가 결국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을 완성시킨 배후에는 로봇 시리즈에 나왔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인 다닐 올리버였다는 것도 마지막에 밝혀지면서 장대한 시리즈 두개를 연결지으면서 마친다. 따라서 실제로 3권까지의 책과 4권부터의 책은 내 생각은 시리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른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7권인데 한권한권이 상당히 두껍기 때문에 손에 척 잡기에는 확실히 좀 무섭긴 하다. 하지만 한 번 잡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아케이디아가 제2파운데이션의 정체를 밝혀 내고 승리에 취해 있을 때 그것이 사실은 제2파운데이션의 계획중 일부였다는 일종의 전지전능해 보이는 제2파운데이션의 모습이 참 극적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로봇' 시대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신화화되어 표현되는 것도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읽고서 현재가 미래의 신화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또한 가이아 이론이라든지 신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장르소설로서 추리소설의 요소도 강하다. 어지간한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SF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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