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사랑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영원한 상상의 소재.. 시간여행..

나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순간 발생하는 논리의 불합치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그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을 살펴 보면서 즐거워 하는 편이다. 시간여행 덕분에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양자론이나 상대성이론도 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상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얼마전에 리처드 매드슨의 '더 박스'를 읽었다.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고 굉장히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아이디어가 보이는 단편이 있었고 책 자체의 제목에 '시간여행'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어차피 함께 산 책이니 읽는 김에 같이 읽자고 생각을 했다. ​

서론이 너무 길다..

일단 첫장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반전이나 미스터리를 많이 쓴 작가이다 보니 독자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데 말미에 가서야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다. 주인공인 리처드 콜리어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무작정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리처드 콜리어가 과거로 갈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엘리스 매케나를 알게 된다. ​무려 75년 전의 여배우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후 리처드 콜리어는 엘리스 매케나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게 되고 결국은 과거로 가게 된다. 그런데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과거로 넘어간 곳이 150페이지 부분이다. 그리고 첫키스는 300페이지가 넘어가서 하게 된다. 여주인공을 만나는 데까지 너무 시간이 걸린다.

느린 전개.. 잡다한 설명.. ​과도한 생각의 나열.. 고전풍의 대사..

너무나 느려서 본격적인 소설은 300페이지가 넘어가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너무 잡다하다. 거의 쓸모없는 주위 상황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지루함이 더 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화자인(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이 녹음하거나 기록한 내용의 기록물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너무나 잡다한 모든 생각들을 다 자세히 적어 놓는다. 더욱 갑갑한 것은 리처드와 엘리스의 대화는 너무나 고전풍이고 신파적이어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갑갑하고 답답함을 느끼면서 읽었다.

​딱 한 순간.. 리처드가 납치된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그렇게 지루하던 소설은 리처드가 납치된 순간 상당히 긴박감이 넘치게 진행이 된다. 어떻게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참고참고 둘이 만나는 장면을 기다려 왔는데 만나서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납치되어 헤어지게 된다면 정말 열이 받아서 책을 집어 던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지만, 결국 리처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로 인해 미래로 되돌아가게 된다.

준비과정이 너무나 지루하고 시간여행의 방법이 어처구니없다.

위에서 쓴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참고 읽으려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과거로 가는 방법이 (물론 다른 어떤 방법이라고 해도 개연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좀 뜬금없다. 과거로 가는 것을 강력히 믿고 일종의 자기 최면에 의해서 과거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처드의 기록을 출판한 형 로버트는 리처드의 과거여행에 관한 기록을 죽기전 리처드의 환상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치부하고 소설의 말미에서도 과거로의 여행이 실제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려 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조금 마음에 든다.) 또한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하던 리처드가 현재로 되돌아 오는 것도 우연히 주머니 속에 있었던 1971년의 동전 하나 때문인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왠지 준비만 잔뜩하고 본격적인 얘기는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과거로 가기 전에 알게 되었던 엘리스의 변화과정을 묘사하였으면 조금더 흥미진진했을텐데 그 부분이 완전히 생략이 되어 있어서 아쉽다. 시간여행이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실망할 것 같다.

대체적으로 기분좋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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