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 전7권 ㅣ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정말 어릴 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전집이 있었는데 한참 책에 빠져 있었던 터라 당시에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뒤에 이름을 적는게 재미였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었던 책들 가운데 아직도 제목이 기억이 남는 책들이 '불사판매주식회사'라든지 '강철도시'같은 책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불사판매주식회사'같은 책은 어린애가 읽기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꽤 있는 책이었고 '강철도시'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어떻게 읽었는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 '강철도시'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면서 내 생애 가장 멋진 SF소설로 여기고 있는 '로봇' 시리즈의 첫 번째 시리즈라는 걸 안 것은 대학에 들어간 이후였다.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1920~1992), 엄청난 양의 책을 쓴 작가이다. 1992년에 아시모프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슬퍼했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에 들어가서 책에 미쳐서 한참을 책을 읽을 시절 다시 사서 본 로봇 시리즈는 정말 굉장한 책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대로봇과는 달리 실제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함께 실제적으로 일어날 것 같은 상황들, 그리고 우주인과 지구인이 갈등 등 실제적으로 로봇이 지능을 가졌을 때 닥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차분히 고찰했다. 게다가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로서 만들어 낸 '로봇 공학의 3원칙'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낸 장치이면서 또한 문제의 발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시모프의 또 하나의 대서사시인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처음 읽은 것도 그 때이다.
| 로봇공학의 3원칙 | |
|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 |
| | |
파운데이션은 미래 세계 은하제국의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스페이스 오페라같은 우주활극류의 소설은 아니다. 특히 은하제국을 다루고 있는 SF소설의 또다른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과도 사뭇 다르다. 파운데이션은 은하제국의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서 한 시점의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이나 로마제국 쇠망사를 축약해서 읽듯이 미래 우주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로봇 시리즈도 새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로봇' 시리즈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이 '로봇 공학의 3원칙'이듯이 '파운데이션'에서는 '심리역사학'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심리역사학은 일종의 사회학으로서 군중의 심리를 파악해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학문이며 소설 속에서는 해리 셀던이라는 학자가 젊은 시절에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후에 수많은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일종의 미래모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모델로 인해서 원래는 은하제국의 멸망 후 1천세대동안 고난속에 살아가야 할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1천년으로 단축시키기 위한 일종의 연구단체를 은하계 변두리의 터미너스라는 별에 만드는데 이것을 '제1 파운데이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1 파운데이션'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또다른 '제2 파운데이션'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설치하여 만약을 대비한다.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은하제국을 다룬 SF소설 중에 파운데이션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파운데이션은 총 7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3권은 파운데이션 3부작이라고 해서 파운데이션이 형성되는 과정과 파운데이션을 파괴하는 뮬의 탄생, 그리고 뮬을 물리치고 파운데이션을 재건하는 제2파운데이션과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내서 파괴하려는 제1파운데이션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4,5권은 파괴된 걸로 추정되었던 제2파운데이션을 찾다가 가이아에 도달하는 골란 트레비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후 6,7권은 일종의 프리퀄로서 젊은 시절 심리역사학을 완성시켜 나가는 해리 셀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리즈에서 특이한 점은 파운데이션 3부작인 3권까지와 4권부터7권까지의 간격이 30년이 넘기 때문에 사실상 책 자체가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3권까지가 연대기에 충실하다고 하다면 4권부터는 '로봇'시리즈와 비슷한 일종의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로봇 시리즈와 연관을 지어 놓은데다가 결국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을 완성시킨 배후에는 로봇 시리즈에 나왔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인 다닐 올리버였다는 것도 마지막에 밝혀지면서 장대한 시리즈 두개를 연결지으면서 마친다. 따라서 실제로 3권까지의 책과 4권부터의 책은 내 생각은 시리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른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7권인데 한권한권이 상당히 두껍기 때문에 손에 척 잡기에는 확실히 좀 무섭긴 하다. 하지만 한 번 잡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아케이디아가 제2파운데이션의 정체를 밝혀 내고 승리에 취해 있을 때 그것이 사실은 제2파운데이션의 계획중 일부였다는 일종의 전지전능해 보이는 제2파운데이션의 모습이 참 극적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로봇' 시대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신화화되어 표현되는 것도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읽고서 현재가 미래의 신화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또한 가이아 이론이라든지 신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장르소설로서 추리소설의 요소도 강하다. 어지간한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SF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