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홍안 기지의 레이즈청 정치위원입니다. 저는 양웨이닝이고 기지 총엔지니어입니다. 도착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니쉬세요."
양웨이닝? 예원제는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보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듯했다. - P131

그는 기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최고 기밀 등급 연구 프로젝트라서 당신 신분으로 저 문을 들어가면.……."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바람 속에서 안테나가 울리는 소리에 자신의 감정을 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평생 못 나올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예원제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 P134

왕먀오는 휴대 전화를 꺼내 선위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금방전화를 받았다. 그녀 역시 불면의 밤을 보낸 모양이었다.
"카운트다운의 끝은 뭡니까?"
왕먀오가 힘없이 물었다.
"모릅니다."
이렇게 간단한 말만 남기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 P146

"이 모든 것의 배후는 딱 하나야. 그들은 과학 연구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려고 해."
"누가?"
"모르지, 정말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도전적이고 전면적인 계획이야. 과학 연구 시설을 파괴하고 과학자를 죽이는 거지. 아니면 그들을 자살하게 하거나 미치게 만들거나… 하지만 더 큰 목적은 당신들이 잘못된 쪽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들은 보통사람보다 더 멍청해지니까." - P153

"그거 아시오. 당신이 떠나고 36만 2000년 동안 삼체 세계는 문명이네 번 바뀌고 난세기와 항세기가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면서 힘겹게 성장했소. 가장 짧았던 때에는 겨우 석기 시대의 반을 갔을 뿐이오. 하지만 139호 문명이 기록을 세웠지. 증기 시대까지 갔지 뭐요!" - P159

"상부의 동의를 얻어 홍안 기지의 진짜 임무를 당신에게 말해주겠소."
한참 뒤에야 예원제는 레이 정치위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는 계속그녀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 P183

국방 코드: 홍안
1. 총칙 [개요]
존재 가능한 외계 문명 탐사, 연락 및 교류 시도 - P189

전파 신호는 멀어질수록 약해져. 우주에는 교란이 너무 많아 외계 문명이 수신할 가능성은 적지. 우주에 있는 외계 문명이 우리의 전파 신호를 수신하게 하려면 발사 일률이 중등 항성의 복사 일률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 - P196

태양 운행이 불규칙한 것은 우리의 세계에 태양이 세 개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상호 인력 작용 아래 예측할 수 없는 삼체 운동을 합니다. 우리의 행성이 그중 한 개의 태양을 따라 안정적으로 운행할 때가 바로 항세기입니다. 다른 한 개 또는 두 개의 태양이 일정한 거리 내로 들어오면 그 인력 때문에 행성은 기존 운행에서 벗어나 세 개 태양의 인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불안정하게 움직입니다. 이때가 난세기입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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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저타이는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아직도 제1단계에 있었다. 그는 죄를 인정하지도, 자살을 하지도, 정신이 마비되지도 않았다. 이 물리학 교수는 비판대에 끌려 나오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나에게 더 무거운 십자가를 달라!"라고 외쳤다. - P97

옆에 있던 여성 홍위병 한 명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아인슈타인은 반동 학계 권위자다. 그는 기회주의자야! 미국 제국주의에 빌붙어 원자 폭탄을 만들었어! 혁명적인 과학을 건설하려면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자산 계급 이론의 검은 깃발을 타도해야 한다!" - P98

뜨거운 피는 소똥보다 더 빨리 식었고 소똥보다도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불사르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그들은 불살랐던 세대였다. - P109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인간 스스로 도덕적 자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인간 이외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이 생각이 예원제의 일생을 결정했다. - P114

"예원제!"
장 주임의 검은 두 눈이 마치 총구처럼 그녀를 겨눴다.
"경고하는데 다른 사람을 모함하면 당신의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우리는 벌써 바이무린 동지를 다 조사했네. 그는 그저 당신의 부탁으로 후허하오터에 가서 편지를 부쳐주었을 뿐 편지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했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예원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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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해를 가렸던 먼지들이 가라앉고 나서야 왕먀오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삼체‘ - P63

주 문왕과 추종자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치라도 보듯 왕먀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해? 해를 본다고 어떻게 시간을 아나? 지금은 난세(亂世紀)인데." - P65

"그렇다네. 문명은 온난한 기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항세기에만 발전할 수 있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류는 단체로 탈수돼 저장되어 있다가 비교적 긴 항세기가 되면 다시 단체로 물에 담겨 부활한 후 생산과 건설을 시작하지." - P71

"난세기가 되면 온 나라가 탈수 상태에 들어가지. 주왕만 깨어서 이 생기 없는 국토를 지키는 거야. 난세기에서 생존하려면 이렇게 벽이 두꺼운 건축물에서 살아야 해. 그래야 혹한과 폭염을 피할 수 있어."
주 문왕은 걸으면서 왕먀오에게 설명해주었다. - P73

왜 그 세계의 태양은 규칙적으로 운행하지 않을까? 입자 형태의 행성이라면 운행 궤도가 원형이든 긴 타원형이든 항성을 도는 운동은 주기성을 띠게 마련이다. 완전히 불규칙한 운행은불가능하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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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모든 것이 모두 하나의 결과를 향하고 있다. 물리학은 존재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 P21

과학의 경계는 새로운 사고의 길을 열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과학적 방법으로 과학의 한계성을 찾고, 과학이 자연계를 인식함에 있어 깊이와 정확도상의 한계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 너머는 과학이 진입할 수 없다. 현대 물리학은 어렴풋하게나마 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 P22

"왕 교수님, 우리는 교수님이 그들의 권유를 수락해 과학의 경계에 가입하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교수님을 모신 이유입니다." - P24

사진은 금세 인화되었다. 확대할 사진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쇼핑몰 밖의 작은 잔디밭을 찍은 사진의 하단 정중앙에 흰색 얼룩 같은 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1200 : 00:00‘이라는 숫자였다. - P38

왕먀오는 눈을 뜨고 흐릿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커튼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러나 꿈속에서부터 현실로 그를 따라온 것이 있었다. 유령 같은 카운트다운이었다. 카운트다운 숫자들이 그의 눈앞에 뚜렷하게 떠올랐다. 숫자는 가늘었지만 매우 밝은 흰빛을 내뿜었다. - P51

프로젝트팀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일제히 흥분해서 프로세스에 따라 수백 개의 스위치를 끄기 시작했다. 모니터 화면이 하나둘 꺼졌고 마지막으로 주 모니터 스크린에 정지 상태를 알리는 표시가 떴다.
이와 거의 동시에 왕먀오의 눈앞에 있던 카운트다운도 멈췄다. 숫자는1174 : 20:35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몇 초 뒤 숫자는 몇 번 깜박거리더니 사라졌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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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먀오는 자신을 찾아온 이 네 사람의 조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경찰 두 명에 군인 두 명, 그런데 군인들이 인민 무장 경찰대가 아니라 육군 군관이었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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