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자."내가 산아에게 말했다."너무 마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지거든. - P122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 P156
"사람들은 어쩐지 자주 보는 건 결국 싫어해. 마음이 닳아버리나봐.""건전지예요? 닳게?""많이 쓰면 닳지, 닳아서 아예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걸." - P180
사는 게 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 게 그래.""유턴이요?""응, 그러니까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사람은 걱정이 없어. 알았지? - P66
창경궁은 밤에 봐야 정말 사람이 살았던 곳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말 사람이 사는 집처럼 적당히 비밀스러워진다고. - P113
대온실이 국가등록문화재이긴 한데 좋은 마음으로 안보게 되잖아요. 일제 잔재라고. 창경궁 복원공사 때 다른시설 다 철거되는데 겨우 살아남았죠. - P33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 온 『고건축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면접은 친구 은혜가 소개해준 자리였다. 건축사사무소인데 문화재 공사 백서 기록담당자를 채용하고 싶어한다고. - P11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7
오랜 중앙 집권제의 전통을 가진 조선은 국왕을 제외한 여타 인물이나 계층의 영원한 권력 향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반들도 과거를 통해 관료가 되지 않는 이상 정치권력에 참여하기가 어려웠고 대대로 관직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 P298
조선의 균분 상속은 딸에 대한 차별과 아들 사이의 균분을 거쳐 적장자 우대 상속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상속 관행의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확대되었다. - P306
당시 조선에서는 장남이 자식 없이 죽었을 때 관습적으로 그의 부인이 총부로서 제사를 관리하고 가계 계승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 반면 법전의 규정은 그 권리를 장남의 남동생에게 부여하였다. - P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