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거리에 못 보던 걸인이 나타났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몰랐고, 아무도 그에게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아침마다 걸인의 앞을 지나는 젊은 커플은 그를 ‘미친 난쟁이‘라고 불렀는데 백 퍼센트 맞는 표현은 아니었다. 의학적 관점으로는 그렇게 작다고 할 수 없었다. 그는 키가 154센티미터였고 신장에 걸맞은 체격을 갖추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었으며, 이따금 벌떡 일어나 행인들의 팔을 붙잡고 횡설수설 떠들곤 했다. - P9

도 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때 걸인은 공원에서 죽었다. 이 기묘한 남자는 파란만장하고 영웅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그 사실
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했고, 그녀도 끔찍한 고독 가운데 죽어갔다는 사실 역시 아무도 알지 못했다. - P11

리스베트가 이사를 했다. 실은 기뻐해야 할 소식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 그녀는 안전한 것이다. 그런데 기쁨은 고사하고 따귀라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황당했다. - P22

하나 생각나는 건 그의 질문에 대한 리스베트의 대답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제부터는 쥐가 아니라 고양이가 될 거예요."
쥐가 아니라, 고양이.
미카엘은 설명을 더 들어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 P22

냉정함을, 여왕 같은 위엄을 유지해야 했다. 요즘 모든 게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지만 이런 감정은 털끝만큼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욱 격노했다. - P39

카밀라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잠시 방심한 것이다. 불같은 분노에 휩싸이며 리스베트를 목격했던 보도와 벽 쪽을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없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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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통화중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악함을 남에게서 보지." - P409

"암은 아무것도 아냐, 라켈, 당신은 치욕스럽게 죽을 거야. 무엇보다 고약한 일이 될 거라고 장담하지. 당신이 어떤 악행들을 저질렀는지 빠짐없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할 거야. 모두가 당신이 남긴 해악만 기억하도록. 당신은 스스로 싸지른 똥에 파묻혀 죽는 거라고."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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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베트가 상트스테판 병원에 강제 입원당한 일에 라켈도 한몫했을거라고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라켈의 친구인 페테르 텔레보리안이 그 병원에서 일했으니까요." - P324

친구나 지인이 흉측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모두들 예외 없이 그런 말을 한다고, 미카엘은 그렇게 대꾸할 뻔했다. 이해할 수 없어요! 말도 안 돼요!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난다. - P325

카릴은 파리아가 더이상 그들의 형제로, 심지어 인간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몸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파리아의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카릴은 짐작할 수 있었다. - P330

"카릴, 넌 우리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에게 알려지지 않았잖아. 넌 평판도 좋아. 우리 집안에 적대적인 사람들까지 너를 좋게 보니까. 무엇보다, 너도 우리 가족을 배신했으니 자말을 죽이면 속죄할 수 있어." - P331

댄은 레오의 정장과 셔츠와 신발을 빌려입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한 채 레오의 역할을 연습했다. 레오는 본인보다 댄이 더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네가 더 레오 같아!" - P340

레오와 댄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거를 분석했다. 각자의 생각과 추억과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둘은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을 동맹관계가 되었고, 라켈이 집에 왔을 때 해야 할 일들을 치밀하게 연습했다. 댄이 숨어 있는 동안 레오가 먼저 그녀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조심스럽게 시작해 점점 공격적으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 P340

"불공평?"
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불공평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댄에게 이 상황은 그 이상이었다. 상스럽고 정도를 넘어선 일이었다. 그렇게 언쟁이 시작돼 댄은 레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 P340

천장에 파란 하늘이 그려진 건물 계단을 오르는 동안 라켈은 레오의 집안에서 흥분된 목소리들을, 기이할 정도로 닮은 두 개의 목소리를 들었다. 라켈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고, 소스라치게 놀라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 P348

"다 말해줄게. 진실을 전부. 그전에 먼저 언론에 이 얘길 했는지부터 알고 싶구나.",
댄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희가 충격을 받은 건 이해해." 라켈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림 전체를 알기 전에 이 얘기가 새어나가는 건 위험한 일이야. 너희의 상상과는 전혀 달라."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 - P353

실력자 해커 그룹인 해커 공화국의 모든 멤버는 극도의 위급 상황에서만 비상버튼을 사용하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지금, 세계 도처의 젊은 인재들이 승합차에서 벌어지는 이 드라마를 주시하고 있다. - P370

눈을 감고 레오를 떠올렸어요. 비틀비틀 숲속으로 들어가 추위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랐으니 레오가 눈밭에 누워 추위로 죽어가는 모습만 자꾸 떠올랐어요.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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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적극성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자신의 큰 단점임을 댄은 그때껏 깨닫지 못했다. 그후 모교의 침묵으로 힘들어하다 혼자만의 껍데기 속으로 파고든 그는 큰 열정 없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 P255

그녀가 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스웨덴어로 말했다.
"오늘 굉장했어! 네가 피아노를 치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정말 황홀했어. 대단했다고, 레오!"
"제 이름은 레오가 아닙니다." - P256

그들은 거리 아래쪽의 작은 바에 들어가 마르가리타를 주문했다. 댄은 그녀가 대화를 주도하도록 하면서 많은 단서를 얻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알 순 없었고 선뜻 물어보지도 못했다. - P265

장고 라인하르트를 알게 된 후 댄은 로큰롤, 팝, 힙합에 열광하는 동시대의 취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아갈 길을 찾았다. 그때는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그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그와 똑같은 화음과 음계를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69

"젠장, 뭐야 이거?"
"너잖아. 면도를 못해서 까칠하네. 허리 높이에서 찍는 게 힘들어서 좀 흐릿하지만 걱정 마, 뒤로 가면 나아질 테니 좀더 활기찬 모습도 있잖아. 자, 네가 멋지게 한 방 날리는 거. 그리고 잘 들어봐! 네가 자말 초두리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것 같은데?" - P279

서로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 만난 일란성 쌍둥이들에 관한 글들을 읽었어. 대부분 그 첫 만남이 환상적이었다고 묘사해. 땅이 뒤흔들리는 엄청난 경험이었겠지. - P287

"네 연주를 들었을 때.. 내 평생 스스로를 반쪽 인간으로 느끼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 마치 뭔가가 빠진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댄은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P293

1930년대 스웨덴에서는 수백 명에 달하는 쌍둥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분리되었으니까요. 대부분은 가난 때문이었죠. 그중 대다수가 성인이 되어서야 상봉했는데, 연구자들에게는 이들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과학적 자료였던 거예요. - P300

"칼이 그녀를 만나러 갔었다고 하셨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레오에게 사실을 전부 밝히겠다고 선언했었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숲에서 들짐승처럼 총에 맞아 죽었고요."
"살인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어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조직에 내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 P306

"리스베트도 그 프로젝트에 속했었나요?"
"그 쌍둥이들을 전부 합친들 리스베트만큼 라켈을 골치 아프게 만들 순 없었을 거예요." - P310

쌍둥이 형제와 연주하는 일의 즐거움이 너무도 압도적이었던 나머지 레오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레오의 연주는 더욱 대담해졌고 창의적으로 변모했다. 기교는 댄이 더 나았지만, 레오는 과거의 열정을 되찾았다. - P313

억누를 수 없는 복수의 갈망이 두 사람을 한데 묶었다. 일요일 저녁이 밤이 되고 월요일 새벽이 되는 사이, 그들은 이 재회를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로 뜻을 모았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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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결정이 당장 철회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
"그럼 철회해. 내 관심사는 하나뿐이니까."
리카르드의 인중에 땀이 번졌다.
"뭔데?"
"파리아가 도움을 받는 것. 변호사 안니카 잔니니가 파리아를 이곳에서 빼내줄 때까지 전적으로 안전하게 있는 것. 증인보호 프로그램도 필요할 거야." - P201

"미카엘, 그때 레오는 왼손으로 글을 썼어. 아까 레오가 왼손잡이였다는 게 갑자기 떠올랐지. 언제나 왼손으로 글을 썼어. 사과든 오렌지든 무엇이든 왼손으로 잡았다고. 그런데 지금 그는 오른손잡이야." - P205

미카엘은 건물 입구에서 어느 노년 여성과 마주쳤다. 지팡이를 들고 모자를 쓴 차림에 인상이 사나웠다. 그 뒤에는 미카엘과 비슷한 나이에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 P218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서 힐다가 ‘유일무이한 환경‘이라고 지목한 것은, 같은 배에서 난 형제자매와도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환경이었다. 가령 자신이 즐거움이나 매력을 느끼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리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추구하고 창조해내는 환경 말이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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