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이가 처음 고발할 때 김덕순과 박연중이 장사인 것을 말하여 남곤, 심정은 특별히 덕순과 연중을 잡으려고 여러가지로 애를 썼다. - P106

덕순이가 연중이와 같이 공론한 일은 하룻밤에 남곤과 심정을 죽이자는 것이었는데, 남곤에게서 낭패 보고는 다시 의논을 더하기로 하여 심정의 집엔 가도 아니하였다. - P120

파산의 딸 윤씨는 신씨와같이 유순하지도 못하고 장경왕후와 같이 유덕하지도 못하나 한미한 집 딸로서 뒷줄이 없이 간택에 뽑히니만큼 인물이 잘났었다. 임금에게 고임을 받는다느니보다 임금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던 인물이었다. - P155

"아들에게 너무 범연한 것도 병이야."
하고 심의가 옆에서 웃으니 갖바치는
"아들인지 무엇인지."
하고 곧 뒤를 이어서
"아비 소리 듣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만한 책망은 지지요."
하고 적이 다시 웃었다. - P178

섭섭이의 사내 동생이 꺽정이니 꺽정이도 섭섭이와 같이 별명이 이름이 된 것이다. 처음의 이름은 놈이었던 것인데, 그때 살아 있던 외조모가 장래의 걱정거리라고 "걱정아, 걱정아."하고 별명 지어 부르는 것을 섭섭이가 외조모의 흉내를 잘못 내어 꺽정이라고 되게 붙이기 시작하여 꺽정이가 놈이 대신 이름 이 되고 만 것이다. - P183

"그중 제일 꼭대기가 무어요?"
"정승이란다."
"정승위에는 아무것도 없소?"
"그 위에 상감이 계실 뿐이다."
"그러면 상감이란 게 꼭대기이구료. 내가 크거든 상감 할라오."
"그런 소리 남 들으면 큰일난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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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문 문턱 밑에 초가집 몇집이 있고 그중에 갖바치의 집 한 집이 있었다. 그 갖바치가 성명이 무엇인지 이웃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 P8

조대헌 영감은 산으로 치면 태산이고 별로 치면 북두시다. 때를 못 만나신 양반이라 일의 성패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인물은 길이 천추에 빛날 줄로 생각합니다. - P27

정신 놓고 연중의 이야기를 듣던 덕순이가
"남곤이는 원래 간특한 놈이니까 못된 짓을 하겠지만 이장곤이로 말하면 점잖다는 말을 듣는 자가 남곤이와 부동해서 못된 짓을 했단 말인가?"
하고 열을 내어 소리를 질렀다. - P78

이판서가 만일 모리악을 쓰다시피 다투었다면 병조판서로 금부당상을 겸한 중신의 말이 허무해지도록 될 것이 아니었지만, 거제 귀양살이와 함흥 도망질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에 정다운 봉단과 귀여운 함동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어 맘이 약하여져서 굳세게 말을 세우지 못하였다. - P83

조정암이 동소문 안을 지나갈 때 길가에 섰는 여러 사람들 틈에 한 사람이 눈물을 뿌리며 섰었으니 이 사람은 갖바치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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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에 주의 집에서 사나이 하나가 나가는데, 그 사나이는 삭불이와 같이 외모가 해사하지 아니하고 거무스름한 얼굴에 목자가 우락부락하였다. 주팔의 첩도 그 사나이가 관 근처에 사는 김서방인 줄 아는 외에 더 아는 것이 없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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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리는 편전에 불려들어가서 북도에서 고생하던 일을 일장 이야기하여 아뢰고 나중에 상소의 대지를 되풀이하여 사직할 뜻을 아뢰니 왕이
"너의 일은 전고에 듣지 못한 드문 일이라 내가 그 뒤를 아름답게 하여주리라."
말씀하고 한참 있다가
"너는 의지 좋은 아내를 천인의 딸이라고 버리지 마라."
말씀하였다. - P186

위에서 특지를 내리었다. 이교리의 직품을 돋우어서 동부승지를 제수하고 그 아내 양씨에게 숙부인 직첩을 내리라는 특징이다. - P187

달포가 가까워진 뒤에는 뒷공론이 처음과 아주 딴판으로 변하였다.
"이쁘고 맘씨 좋고 시골 사투리 외에는 훌륭한 젊은 마님이야. 어디가 백정의 딸 같기나 해?"
"그 삼촌도 여간 유식하지 아니한 모양이야. 함흥서는 백정학자라고 유명하더라지?" - P196

선생이 주팔을 사랑하는 까닭에 자기가 아는 천문지리와 음양술수를 아끼지 않고 가르쳐주어서 불과 사오 삭 안에 주팔의 재주가 거의 선생을 따르게 되었다. - P215

돌이는 죄도 없이 참혹히 죽는 소를 불쌍히 여기느니보다 힘도 못 써보고 허무하게 죽는소를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였다. - P263

돌이가 주팔을 보고 밤길을 걸어온 급한 사연을 말하고 이승지의 편지를 얻어달라고 청하니 주팔이가
"자네가 이승지를 모르는 터이면 내라도 말하겠네만 자네도 친한 터에 내가 중간에 들어 말한다는 것이 우습지 아니한가? - P269

저녁때가 다 된 뒤에 이승지가 집으로 돌아와서 돌이를 보고
"긴한 청편지 한 장을 맡았다. 양주목사와 정약형제한 사람의 편지다. 이 편지만 갖다드리면 무사타첩될 것이다."
하고 편지 한 장을 내주었다. - P275

주팔의 첩이 나이 삼십이 넘었으나 맘은 새파랗게 젊은 까닭에 혼자 지내기가 고적하였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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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임꺽정이의 이야기를 붓으로 쓰기 시작하겠습니다. 쓴다 쓴다 하고 질감스럽게 쓰지 않고 끌어오던 이야기를 지금부터야 쓰기 시작합니다. - P7

연산주 때에 이장곤長이란 이름난 사람이 있었는데, 일찍이 등과하여 홍문관 교리 벼슬을 가지고 있었다. - P14

그럭저럭 몇 해를 지내는 동안에 왕의 심법과 행사는 나날이 더 고약하여 이교리는 무슨 화가 자기 몸에 내리지 아니할까 두려워서 하루라도 맘이 편할 날이 없었다. - P15

이튿날 아침에 이교리가 집에 나와서 아침상을 대하였을 때, 자기를 거제로 정배하되 배도압송하라는 왕의 명령이 내린 것을 알고 아침을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얼마 아니 있다가 금부도사가 재촉하는 대로 총총히 귀양길을 떠나 문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 P21

삭불이는 다시 하하하 웃으며 일어섰다가 얼굴에 걱정하는 빛을 띠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한씨를 보고 하는 말이
"이교리가 지금 죽지는 않았더라도 죽기가 십상팔구일 것이오. 지금 임금이란 것이 의심이 많은데다가 사람을 죽이는 데 수단이 난 터이니까. 내 청으로 이교리를 좀 살려봅시다. 네?" - P28

그 처녀는 헐떡거리는 나그네를 한번 흘끗 돌아보더니 바가지에 물을 떠서 한손에 들고 한손으로 머리 위에 늘어진 버들가지에서 잎사귀를 따서 물바가지에 띄운 뒤에 외면하며 바가지 든 팔을 내밀었다. - P55

주팔이가 형을 보고
"김서방은 두말이 없답니다."
하니 그 형수가 내달아 말하였다.
"그렇지, 당초에 두말이 있을게요?"
이리하여 김서방과 봉단의 혼사가 결정되고 주팔이가 날을 받아 칠월 칠석날로 혼인 날짜까지 작정되었다. - P75

김서방이 일손이 느릴 뿐이 아니라 게으름을 부리어서 조만한 잔소리가 아니면 당초에 일을 잡지 아니하는 까닭에 주삼의 아내가 게으름뱅이라고 별명을 지어서 김서방을 부를 때에
"게으름뱅이 게 있나?"
하면 김서방도
"네."
대답하게 되었다. - P91

돌이는 조금 불쾌한 기운이 있는 말로
"무슨 소문이 무어요. 읍내는 지금 야단법석입니다."
하고 주삼의 방으로 가까이 와서
"새 상감이 났다고 옥문을 열어젖히고 죄인들을 내놓고 야단인데 옥에 갇히지 않았던 사람들도 경사가 났다고 들뛰어서 부중안이 와글와글합니다." - P138

이교리가 원과 수인사하고 조정 소식을 대강 들은 연후에 그동안의 소경력을 대강대강 이야기하니, 원도 놀라고 책방도 놀라고 통인도 놀라고 이야기 듣던 사람으로 놀라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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