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당신들 중 누가 하나님이죠?"
"나예요."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맥은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보고 듣는 것들 전부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어느 정도 믿게는 되었다. - P132

"당신이 미시를 지켜주지 못한 마당에 어떻게 나를 지켜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겠어요?"
그랬다. 맥은 ‘거대한 슬픔‘을 느끼던 날마다 자신을 괴롭혀오던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하나님의 기묘한 인격체라고 여겨지는 자를 노려보는 그의 얼굴이 분노 때문에 붉게 상기되었다. - P140

"맥,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즐거움과 자유와 빛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 우리는 당신 인간들을 우리와 얼굴을 맞대고 우리사랑의 범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창조했어요. 당신은 이해하기어렵겠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정확히 이 목적에 따라 일어났죠. 선택이나 의지를 위반하지 않은 채로요." - P195

"미시는 보호받을 권리가 없었나요?"
"없었어요. 아이는 사랑받기 때문에 보호받는 것이지 처음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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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도착한 다음 맥은 허리를 구부린 채 숨을 헐떡였다.
얼마 후에야 미시가 생각났다. 딸아이가 탁자에서 색칠하던 것이 떠올라서 야영장이 보이는 제방으로 올라가 보았으나 미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P62

"우리는 거의 4년 동안 이자를 체포하려고 벌써 아홉 개 이상의 주를 추적해왔어요. 그자는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꼬마숙녀 살인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언론을 비롯해서 그 누구에게도 무당벌레에 대해서는 밝힌 적 없으니 누설하지 말아줘요. - P78

맥은 툭하면 ‘만약에‘라는 게임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만약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지만 않았어도, 만약에 아이들이 카누를 타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만했어도, 만약에 그 전날 출발하기만 했어도,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그래 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다. - P97

"당신은 어디 계신가요? 여기에서 날 만나고 싶어하신 줄 알았는데요. 하나님, 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요? 어디에도 안계시는군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한 번도 옆에 계시지 않았죠.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도, 미시를 잃었을 때도요. 지금도없군요. 정말 대단하신 ‘파파입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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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오두막에서 하나님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의심을 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 바로 그오두막이 있다. - P8

심하게 건조했던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자 폭우가 쏟아졌다. 캐나다에서 남하한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오리건 주 동부에서 컬럼비아 강 협곡으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다. 바로 코앞에 봄이 와 있는데도, 동장군은 어렵사리 얻어낸 영토를 쉽게넘기려 하지 않았다. 캐스케이드 산맥에는 새로 내린 눈이 담요처럼 쌓였고, 얼음비는 바로 집 앞 마당까지 얼려놓았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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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뭐?
전에 창고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그러니까 뭐가?
하늘에다 쏘는 거.
하늘에다?
응, 하늘에다.
총?
우리집에 총이 있어?
당연히 없지.
생각 안 나서 미치겠네. 하늘에서 평, 평, 터지는 거 말야. - P161

이것은 아마도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기억의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아야 할 것 같다. 무작정 기억을거슬러올라갈 수는 없다. 기억은 시간의 순서대로 늘어서 있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 있으며 관계없는 내용들이 링크된 것도 많으므로 기억을 골라낼 때는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집어내야 한다. 기억의 상한선을 넘지 않으려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집중해야한다. - P201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섬으로 헤엄쳐가다가 물에 빠져 죽거나 바닷속에서 얼어 죽거나 여기에 남아서 미친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아니면 구멍 속으로 떨어져 죽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죽기 전에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P229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과 하루라도 빨리 다음생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조급함이 현수의 마음에 비슷한 크기로자리하고 있었다. 두 가지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현수는알고 있었다. 현수는 두 개의 마음을 저울의 양쪽에 걸어놓고 균형을 맞추며 걸었다. 가운데가 텅 비었다. - P235

나는 관계를 부수는 사람이다. 고리를 끊는 사람이다. 폐허 위에서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내 차선재의 일기장 맨 앞에는 그말들이 적혀 있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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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출시되는 포르노의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졌고, 많은 회사들이 포르노 사업에 뛰어들었다. - P9

"왜 그만두시려는 겁니까?"
"할 이야기 없다니까요."
"하나만 답해주십시오. 그래야 송미씨가 할 이야기를 만들어줄수 있으니까요. 왜 그만두시려는 겁니까?"
"다 지겨워졌어요. 됐어요?"
"그건 답이 아니라 화를 내는 것 같은데요."
"화내는 게 제 답이에요. 됐어요?" 송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P21

두개골이 얼어붙었나. 머리끝의 차가운 기운에 놀라서 이호준은눈을 떴다. 머리를 만져보았다. 두피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현실감각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목이 뻣뻣해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P47

지그소 퍼즐만 보면 이제 아주 신물이 난다. 규호는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지 위에다 올려놓으며 약간 거들먹거리는 듯한 기분으로,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정윤에게 말했다. - P91

규호가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술잔을 잡았다.
여기에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도 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 P117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200명이 넘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정확한 명단을 확인하지 못한 채 침통한 목소리로 "200명이 넘는시민이…….…" 라는 말만 반복했다. 추측과 예상뿐이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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