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있잖아.
그거 뭐?
전에 창고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그러니까 뭐가?
하늘에다 쏘는 거.
하늘에다?
응, 하늘에다.
총?
우리집에 총이 있어?
당연히 없지.
생각 안 나서 미치겠네. 하늘에서 평, 평, 터지는 거 말야. - P161

이것은 아마도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기억의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아야 할 것 같다. 무작정 기억을거슬러올라갈 수는 없다. 기억은 시간의 순서대로 늘어서 있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 있으며 관계없는 내용들이 링크된 것도 많으므로 기억을 골라낼 때는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집어내야 한다. 기억의 상한선을 넘지 않으려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집중해야한다. - P201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섬으로 헤엄쳐가다가 물에 빠져 죽거나 바닷속에서 얼어 죽거나 여기에 남아서 미친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아니면 구멍 속으로 떨어져 죽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죽기 전에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P229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과 하루라도 빨리 다음생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조급함이 현수의 마음에 비슷한 크기로자리하고 있었다. 두 가지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현수는알고 있었다. 현수는 두 개의 마음을 저울의 양쪽에 걸어놓고 균형을 맞추며 걸었다. 가운데가 텅 비었다. - P235

나는 관계를 부수는 사람이다. 고리를 끊는 사람이다. 폐허 위에서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내 차선재의 일기장 맨 앞에는 그말들이 적혀 있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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