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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일상 속 행동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 윌리엄 해펠리 그림,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흘러갈까?
어릴 때는 정말 시간이 늦게 흐른다.(최신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는 구태여 여기서 따지지 말자.) 작년 이맘 때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년 이맘 때는 까마득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일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다. 순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 보면 3년, 5년이 지나가 있다. 나는 주로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를 비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열 살 아이에게 일 년은 지금까지 삶의 1/10에 해당하는 기간이고, 50대 중년의 1년은 1/50의 기간이다. 그러니까 50대는 10대에 비해 시간이 다섯 배 빨리 가는 것처럼 체감한다. 나름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의 생각은 좀 다르다. 댄 애리얼리는 '생후 몇 년 동안은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기억에 강하게 새겨진다. 반면에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미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을 반추해 봐도 별게 없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잠깐, 새롭고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거 아니었어?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를 원하기 때문에 난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난 댄 애리얼리라는 멋진 학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지 궁금했던 어떤 월스트리트 독자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질문을 보내서 그 의문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런 질문들을 댄 애리얼리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쓰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모아 놓으니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이라는 책이 한 권 나왔다.
댄 애리얼리 Dan Ariely 1967 ~ . 미국의 심리학자, 경제학자.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
경제학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댄 애리얼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신 경제학 이론, 특히 '행동경제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댄 애리얼리를 모를 수 없다. 댄 애리얼리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고 원래는 심리학자였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심리학'을 연구한 댄 애리얼리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비합리적인 판단, 및 결정을 하게 만들고 이 비합리적인 결정이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기적으로 경제적인 결정을 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행동경제학의 기초를 세웠다.
행동심리학을 경제학에 적용시킨 공로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했으니 정말 놀라운 학문 커리어를 가진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가 연구를 하다 보니 노벨경제학상을 받아 새로운 경제학을 만들어낸 꼴이다. 수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하니 그나마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후 행동경제학은 발전을 거듭하여 최근에는 리차드 탈러까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니 행동경제학이 아직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의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댄 애리얼리는 큰 공을 세웠다.
윌리엄 해펠리 Willam Haefeli가 그린 독특한 삽화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
독자 질문에 대한 통찰과 위트넘치는 답변
이 책은 위에서 밝혔듯이 월 스트리트 저널에 독자들이 보낸 질문에 대해 댄 애리얼리가 답변한 내용을 추려서 낸 책이다. 댄 애리얼리가 원래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독자의 질문에 적절한 상담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댄 애리얼리는 그 기대에 걸맞는 답변을 하는데 굉장히 위트 넘치는 내용을 뻔뻔하고 심각하게 써 놓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상대방과 통화를 할 때, 내가 딴짓을 하는 걸 상대방이 알아채면 어떡할까 하고 고민하는 질문에는 상대방도 딴짓하면서 통화를 하고 있을테니 걱정말라고 한다. 또 <기말고사가 할머니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정말 심각하게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수강중인 학생의 할머니가 돌아가실 확률이 19배나 높아지는 통계를 들이밀면서(심지어 낙제에 가까운 학생은 할머니 사망 확률이 50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학생을 걱정하는 할머니들이 한탄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지는게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물론 이런 위트넘치는 답변 후에는 진지하게 답변을 한다. 사실 꼭 그런 건 아니다.
댄 애리얼리의 멋진 위트는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지만 양념일 뿐이다. 책의 곳곳에는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전망이론, 편향이론 등 비합리적인 나, 혹은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탁월한 답변을 하기도 한다. 탁월한 식견과 위트가 넘치는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동경제학을 실제 사회문제와 잘 접목한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
미국인은 정말 이런게 궁금해?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와 다른 생각이 들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질문이 많다. 꽤 심각한 질문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질문은 도대체 이게 질문거리가 되는가 하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정말 공중화장실에 갔을 때 어느 칸에 들어갈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오디오북을 들은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나? 마치 예전에 엉뚱한 질문에 대해 성의있는 답변을 했던 세스코라는 회사가 언뜻 떠오른다.
★★★★☆
댄 애리얼리가 쓴 책 대부분은 두껍고 좀 어렵다. 저자가 가진 《생각에 관한 생각》같은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부담스러운 두께다. 다른 책들도 대체로 각잡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는 얇고 작고 호흡도 짧고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불합리한 행동에 대한 댄 애리얼리의 적절한 해석과 조언을 담고 있어서 부지불식간에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완배 기자가 쓴 《경제의 속살》과 비슷한 면이 많은데 이완배 기자가 정치, 경제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명했다면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은 친구의 고민에 대해 농담을 섞어가며 설명하는 느낌이다.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쉽고 재미있고 얻을 것도 있다.
추천.